네이버에서 쓰던 일기 형식의 포스팅을 여기서도 꺼내들었는데,
그 첫 이야기가 부부싸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싸움의 원인은 단순했다.
한베커플 사이에서 생길 법한 소통의 막힘과 사소한 불만들이
평소에는 서로 한 발 씩 알아서 잘 빠져주면서 잘 해소되다가,
갑자기 컨디션, 상황 등등이 잘못 겹쳐지면서 화약고에 조그마한 불씨가 점화된 것처럼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나는 것.
띠엔의 입장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몇 달 째...아니 처음 만난 이래로 한 번도 개선되지 않았던 것들이, 그래서 몇 번을 싸움의 원인이 되었던 문제들이 아직까지도...
그것도 앞으로 뱃속의 아기인 꼬미(태명)의 교육 문제와도 직결될 문제들임에도
자꾸 띠엔에게는 장난스럽게 소비되고 무시되는 것에 계속해서 짜증이 누적되던 있던 찰나에,
평소에는 너무 사소해서 그냥 무시를 당해도 웃고 넘어갈 법한 일들이,
최근에 계속되는 컨디션 저하와 난조
그리고 일을 그만둔 식당에서 사장의 개인적인 사정을 들먹이면서 월급을 체납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던 나에게 갑자기 크게 거슬리게 다가오면서
내가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터져버린 것.
평상시라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터져도 혼자 식히느라 그냥 가만히 있는데, 띠엔도 요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불편한 상황이 이어지니까 마주 터지고 만 것이다.
이로 인해서 작년에는 발렌타인데이를 신경도 안 썼지만 올해는 뭔가 하고 싶었던 우리 띠엔의 계획은 다 어그러졌다.
화해를 하고 안정을 취한 후, 저녁 시간에 정신을 차리고 외식을 하러 나갔는데... 거기서도 아주 뭐 같은 일들이 좀 겹쳐지면서
오늘은 우리 둘에게는 부정적인 쪽으로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자기 신규 사업에 돈 투자하느라 다 써버려서 월급날인 10일에 정산을 못해주고 14일에 해주겠다던 전 사장은,
은행 대출이 오늘 나올 줄 알았는데 안 나왔다면서 20일까지 기다리라며,
선심을 쓴다듯이 돈이 필요하면 얼마 정도는 미리 줄 수 있다 이런 소리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사람을 점점 꺼리게 되는 건 이런 경우 때문인 듯.
평소 같으면 그냥 한 발 빼면서 넘길 수 있는 것들이, 오늘 왜 그렇게 유독 힘들었을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이긴 하지만, 한베커플의 입장에서 소통이 한 번 잘못 막히면 이렇게 하수도 터지듯 터져버리는 게...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게 뻔하다는 게 걱정이다.
내가 베트남어 실력을 원어민 급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는 요원한 문제일 듯.
아니, 언어가 해결되어도 서로 자라온 환경, 겪어온 경험들이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이걸 아무리 맞춰나가도 문제는 어떻게든 생길 것이다.
우리 두 부부가 이런 상황이 닥치면, 앞으로는 잘 이겨낼 수 있기를.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에 자리를 잡게 될 꼬미양에게는 아무런 부정적 영향 없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발렌타인데이에 아내한테 처음으로 초콜릿 선물을,
그것도 수제 초콜릿 선물을 받았었는데...
아내한테 너무 미안하고, 또 항상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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