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자기
다른 디저트도 아니고, 유튜버 '호주가이버'님이 만드신 터키쉬 딜라이트 '로쿰'의 레시피에 꽂혀버렸다.
이제는 튀르키예 딜라이트라고 해야 하나.
지진 소식 때문에 참 마음이 짠하다. Pray for Türkiye.
아무튼 유튜버 '호주가이버'님의 영상 중 몇 가지를 해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는데, 갑자기 로쿰에 삘이 꽂혀버렸다.
아내의 초콜릿에 대한 답례 겸 나도 디저트 만들기를 도전했다.
로쿰 말고도 막김치랑 배추생채무침 등등 오늘 한 게 굉장히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로쿰을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 정신이 없던 것도 있었지만, 젤라틴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
믿었던 롯데마트 냐짱점에도...ㅠㅠ 베트남인들이 젤리를 만들 때 쓰는 Agar agar 밖에 없었다.
급히 다른 레시피들을 찾아봤는데, 각 잡고 다른 레시피 공부 안 하면 이거 가지고는 못 만들겠더라.
원래 진짜배기 레시피는 젤라틴 없이 전분만 하루 종일 저어서 만드는 거라고 들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디저트 이름이 '기쁨'이면 뭐해. 만드는 게 지옥일 거 같은데;;
그래서 다음에 하자,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 근처의 서양식품 전문 마트인 Moonmilk가 생각났다.
거기라면 있지 않을까? 운 좋게도 있었다!
호주가이버님 레시피에는 젤라틴 파우더를 사용했지만, 여기에는 파우더형은 없고 젤라틴 잎 밖에 없었다.
일단 구매를 했다. 파우더든 뭐든 젤라틴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젤라틴 잎에 바닐라 에센스, 오렌지 주스. 슈가 파우더가 Moonmilk에도 안 보여서 그냥 포기할까 했는데, 아내가 엄청 구석에 있던 걸 하나 찾았다.
옥수수 전분은 집에 남아 있는 게 있어서 일단 이걸 다 쓰기로 했다.
설탕도 집에 있던 이걸 꺼냈다.
팬을 너무 험하게 굴린 흔적이 ㅠㅠ.
심지어 바로 직전에 요리 하나를 하고 바로 이어서 로쿰을 만들기 시작해서 그런지 기름의 흔적도 곳곳에 보이네.
일단 영상에 따라서 설탕을 넣었다.
일단 젤라틴은 5장. 그런데 레시피상에 파우더로 60g인가 그런데, 이걸 어떻게 환산해야 하는 거지...
급히 구글링을 했다. 근데 명확하지가 않아서 감을 못 잡다가, 그냥 이걸 전부 다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적당한 크기로 가위질을 해서 넣었다.
오렌지주스도 넣고
바닐라 에센스도 넣었다.
없으면 안 넣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레시피를 최대한 따라해보기 위해서 구매를 했다.
저어서 가루를 잘 녹이고
센 불로 끓이며 조금씩 젓기 시작.
뭔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거품이 더 많이 끓어오르는데...?
시간에 따른 불조절도 유튜브를 틀어 놓고 계속 돌려가면서 따라했다.
적당히 시간이 되어서 불을 끄고 한김 식히기 시작했다.
집에 있는 통을 전부 다 써서 지금 이거 하나 밖에 안 남았다.
일단 식용유를 꼼꼼하게 바르고 랩을 씌웠다.
바르다보니 기름을 너무 많이 부었네...;;
랩을 씌우고 적당히 미지근해진 내용물을 부었다.
그리고 이걸 이제 뚜껑을 덮어서 2~3시간 정도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고 한다.
어...아직 뜨거운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일단 냉장고에 넣었다. 그리고 배추생채무침, 막김치 마무리하고 닭가슴살 요리 하나 하고...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한 2시간 쯤 지났을 때 확인을 해봤는데, 살짝 덜 굳어진 것 같아서 1시간 정도를 더 냉장고에 두었다.
저 거품을 걷어내고 싶더라니...
냉장고에 넣을 때 살짝 흔들린 게 영향을 준 게 아닐까.
뒤집어서 비닐을 벗겨냈다.
바닥의 모양이 그대로...ㅎㅎ 내열유리 반찬통 하나 사고 싶다 ㅠㅠ
도마에 올려둘 때 기울여서 놓았다는 걸 인지를 못한 덕분에
칼질을 이렇게 엉망으로 해버렸다.
칼질 정말 어렵더라...;; 젤라틴 때문인 건가?
어찌어찌 모양을 냈다.
자르는 데 성공했다는 것에서 만족하자.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만들어보는 걸로 하고.
완성해서 우리 띠엔 맛보게 해주는 것만으로 오늘의 도전은 충분히 의의가 있다고 본다.
슈가 파우더를 그릇에 약간 덜어 놓았다.
그리고 자른 디저트를 슈가 파우더에 풍덩!
요리조리 뒤집어 가면서 묻혔다.
플레이팅의 ㅍ도 모르는 나이기에, 적당히 뒀더니
우리 띠엔이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장갑을 끼고 와서 본인도 슈가 파우더를 묻히기 시작.
플레이팅을 전담했다.
이미 칼질을 엉망으로 했기 때문에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맛은... 흠... 로쿰을 이렇게 거지같은 버전으로 첫 체험을 한 아내에게 갑자기 미안해진다.
어디에서 실패한 거지? 오렌지주스가 엉망이었던 걸까? 아니면 계량에서 뭔가 미스가 났나?
가스불을 써서 불 조절할 때 뭘 잘못했나?
아니면 옥수수전분이 별로 맛이 없는 건가?
내 머리속에 있던 그 로쿰의 느낌이 아니다.
(물론... 내가 직접 튀르키예를 가본 건 아니고, 튀르키예를 방문해보신 분의 기념품 덕분에 맛을 봤었지 ㅎㅎ_)
요즘 뭘 먹어도 맛있다는 느낌이 없는데,
그 영향인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잘 마무리했다.
초콜릿에 대한 답례로는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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