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베트남어를 배울 때 각 국가의 이름을 배운다.
극초반에 Nào의 문법적 설명과 더불어서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를 배우는 챕터.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어를 알파벳 배우다 그만두신 분이 아닌 이상, 초급 단계에서는 주요 나라의 명칭을 베트남어로 들어보셨을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을 'Mỹ'라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을 지칭하는 단어로 Hoa Kỳ라는 말이 있다.
초급 단계에서 Hoa Kỳ를 들어보신 분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요즘은 가르치나?
적어도 내가 공부를 시작한 이래로 초급 단계에서 Hoa Kỳ를 들어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내 경우는 이 단어를 관통사 공부할 때 혼자 공부하다가 접하게 되었다.
이 단어를 신문 기사 같은 데서나 볼 수 있었지, 거의 사용하는 걸 보지 못했다.
아무도 미국 달러를 말할 때 Đô la Mỹ라고 하지, Đô la Hoa Kỳ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미국을 지칭하는 공식적인 명칭은 'Hoa Kỳ'이다.
미국을 영어로 쓸 때, United States와 America라고 쓰는 것처럼 베트남어도 그렇다고 보면 된다.
- America = Mỹ
- United States (of America) = Hoa Kỳ
Hoa Kỳ에 대하여
1.
보통 한자어 형태로 표현되는 국가 명칭들은 중국에서 유래한 경우이다.
Mỹ라는 명칭이 美, 즉 미리견(美利堅)이라는 표현에서 나온 것처럼 Hoa Kỳ라는 명칭 역시도 花旗라는 표현에서 나왔다.
2.
이 표현은 언제부터 등장한 것일까?
미국과 중국의 교류는 미국의 독립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에는 '미국의 의지'로 교류를 하던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독립 이후, 미국과 중국의 공식적인 교류는 1784년에 이루어졌다. Founding Fathers의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린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는 중국 진출을 계획중이던 상선 '중국 황후(Empress of China)'에 투자를 했다. 그리고 이 상선은 '삼(蔘, Ginseng)'을 거래하기 위해 중국 광저우로 향하게 된다.
그렇게 미국 국기를 단 배로는 최초로 중국에 도착한 배가 되었다.
처음 광저우에 모습을 드러낸 미국의 배, 그리고 그 배에 달린 독립한 미국의 국기.
당시 13개짜리 'Stars and Stripes'가 처음으로 광저우에 모습을 드러내자, 당시 광저우 사람들이 이 국기의 문양을 '꽃처럼 아름답다'고 말했다고 한다. (1843년 Boston Courier의 기사에 따르면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성조기는 '화기(花旗)'로 불리게 되었고, 美國이라는 표현이 성행하기 전까지 미국은 花旗國으로 지칭되었다.
한국이나 일본은 아니지만, 베트남이 이에 영향을 받아서 Hoa Kỳ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3.
아직도 Hoa Kỳ라는 표현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다.
우선 베트남에서 각 나라들의 별명을 붙일 때, 'xứ sở'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xứ sở라는 한국어로 치면 '~의 고장'에 해당한다. 우리도 '마늘의 고장, 의성'하는 표현으로 한 지역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튤립의 고장, 네덜란드'하는 식으로 국가를 지칭할 수 있는 것처럼 이 단어 역시도 특정 지역은 물론 국가를 지칭할 수도 있다.
예컨대, 한국은 'Xứ sở Kimchi'라고 칭하고 일본은 보통 'Xứ sở Hoa anh đào'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을 칭할 때 정말 가끔이지만 'Xứ sở cờ hoa'라고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cờ는 깃발, hoa는 꽃이다.
4.
또 다른 흔적으로는 '화기삼(花旗蔘)'이라는 단어를 꼽을 수 있다.
인삼은 속(屬, genus)으로 따졌을 때는 Panax이다. 특이하게 이 Panax속은 동아시아와 동부 북아메리카에 주로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Panax속 아래에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중국과 한국의 삼 등이 속한 Panax ginseng과 American ginseng이라고 불리는 북미(캐나다와 미국)의 Panax quinquefolius이다.
이 Panax quinquefolius라는 학명의 'American ginseng'을 한국어로 북미삼 혹은 화기삼이라고 부른다.
이때의 그 '화기'가 바로 Hoa Kỳ, 즉 미국을 뜻하는 말이다.
베트남에서도 이 화기삼을 'Nhân sâm Hoa Kỳ', 'Sâm Hoa Kỳ' 혹은 '북미삼'처럼 Sâm Mỹ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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