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은 오래전 영아사망률이 높던 시대에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기 위한 고비'를 넘겼음을 안도하며 기념하는 것이다.
100이라는 숫자가 성숙된 수, 많은 수, 완전한 수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날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예전에는 아이가 태내에서 265일을, 출생하여 100일을 보낸다 하여 '첫 번째 생일'로 기념하는 것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는 아이의 백일을 따로 기념하지는 않는다.
장모님의 말씀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100일째 되는 날에 배냇머리를 미는 것 같기는 하지만,
우리는 배냇머리를 따로 밀지 않고 최대한 두피관리를 잘 하기로 결정했으므로 패스.
아무튼 100일을 그냥 지나가려 했는데, 아내가 한국처럼 백일을 기념해보고 싶다고 해서
한참 전부터 백일상 차릴 계획을 했었다.
둘 다 처음 해보는 사람인데다 별로 이런 쪽에 소질은 없어서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
냐짱에 베트남 돌잔치인 'thôi nôi' 제품들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가 있어서,
거기에서 풍선, 테이블보, 접시, 장식 등을 미리 구매해서 보관해두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페이스북에서 보고 주문한 케이크.
아내가 페메로 '百을 글자로 케이크에 크게 써주고', '100을 장식초가 있으면 꽂아주고 없으면 안 해도 되고' 라고 주문을 넣었는데
당일에 도착한 케이크는 100과 百이 전부 케이크에 글씨로 올라간 케이크...
하... 베트남 사람들과는 이래서 일하기 힘든 것이다. 심지어 유선상으로 전한 것도 아니고 글자로, 메시지로 전했는데도.
시간 내서 와가지고 글자를 고쳐주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됐다고 넘겼다.
그리고 같이 주문한 컵케이크들.
이건 우리가 냐짱에서 그나마 알고 지내는 사람들께 드리려고 주문한 것이다. 백일떡 대신.
아래 경비 할아버님, 우리 아래층 주민이자 1층 네일샵 직원, 독일 식당 이모님, 사거리 단골 과일가게.
그런데 독일 식당은 며칠 전부터 문이 닫혀 있는 중이다. 어제는 열었으러나... 하고 가봤는데 여전히 닫혀있었다.
아무래도 독일에 가 계신 듯하다.
아내가 직접 떡을 만들어보겠다고 며칠 전에 테스트를 해본 다음
전날 새벽에 만들었다.
찹쌀가루를 사용했고 안에는 팥소가 들어있다.
그리고 팥의 붉은색, 강황의 노란색, 코코넛가루와 설탕의 하얀색 총 삼색을 준비했다.
한국 백일상을 대충 비스무리하게 따라하면서, 베트남스러움과 한국스러움을 같이 담고
동시에 끝나고 먹기 쉬운 것들로 채워넣었다.
과일은 과일가게에 가서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것 위주로 골랐다.
Thanh long đỏ, Mãng cầu na, Xoài, Chuối.
그리고 아내가 올리기로 한 바잉쎄오와 내가 올리기로한 잡채.
백일상의 기본인 흰쌀밥에 미역국과 글씨가 망한 백일 케이크 ㅋㅋ
삼색 떡에 아내가 우유와 망고로 만든 젤리까지.
이렇게 준비가 완료되었고,
한국에 있는 친가와 통화하기 편한 시간인 17시(한국 시각으로 19시)에 맞춰서 시작을 했는데...
쇼파에 앉자마자 펑펑 울기 시작한 하린이.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점점 커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달래봐도 울음은 점점 커져가고.
태어난 날보다 더 크고 서럽게 울기 시작해서 결국 접기로 결정.
바로 잠을 재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떡 만들기부터 합해서 이틀 동안 혼신의 힘을 쏟았던 엄마아빠도 같이 기절.
오늘 아침까지 기절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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