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떠오르는 단상들/네이버 연계

오재원의 탱킹 관련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유

베트남10선비 2023. 5. 11.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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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영상을 재시청하다가, 뒤에 리빌딩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갑자기 귀에 확 들어와서 포스팅을 하나 더 써보기로 했다.
 

오재원 해설위원이 발언한 부분을 타이핑해보았다.

전 야구선수로서 우리나라 야구가 발전돼야 되고 어떠어떠하게 문화가 자리잡아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 하는 이야기지. 예를 들어서 몇 년 사이에 하위권에 계속 있었던 팀이 있어요. 그거를 이제 바꿔서 리빌드, 리빌딩이라고 표현을 하거든요. 하지만 지역 연고의 팬이 있잖아요. 프로야구가 성공한 가장 큰 첫 번째 요인은 프로 연고지죠. 그럼 그 지역에 대해서 저희가 리빌드 하고 있다, 리빌딩을 하고 있다고 이해를 시키고 논리 정연하게 구단의 방향을 설정을 하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해야 돼요. 그런데 목표는 4강이라고 하면서 혹은 플레이오프라고 하면서 투자도 안하고 선수 연봉은 다 깎고 그리고 신인들 혹은 유망주들에게 기회가 당연히 많이 가죠. 그러면 팀이 당연히 이길 수가 없는 거예요. 하지만 왜, 그 선수들을 코어로 생각을 해서 경험치를 먹게 해줘서 나중 혹은 5년, 6년, 7년 후부터 이제 우리 팀이 정말 최강팀으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짰다, 팬분들에게 조금 한 몇 년만 참아 주세요라는 말을 해야 되는데 리빌딩을 하면서 승리를 외친단 말이에요. 이거는 정말 잘못된 거거든. 리빌딩을 하려면 10등을 해야 돼요. 그래서 드래프트 1순위를 가져와야 되고. 그 10등을 하는 와중에 거짓말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부터 정말 잘못됐어요. 거짓말을 한다고. 아직은 투자할 때가 아니고. 아직은 우리가 솔직히 뭐 한두 명 데리고 온다고 우승권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라고 얘기를 해야 되는데 그걸 이야기를 못 한다고. 근데 정말 눈 가리고 아웅 하는데. 눈 가리고 아웅을 지금 10년째 하다 보니까 그게 사실이 돼버렸어요.

 
 
1. 우선 리빌딩 = 탱킹 = 패배. 그리고 그 패배를 몇 년 동안 당연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오 위원의 발언 맥락으로 보면 이런 탱킹이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건데...(그게 아니면 왜 문화 이야기에 탱킹을 집어 넣는 건지) 팀이 거지같으면 리빌딩한다고 하고 공식적으로 탱킹해버리고, 이걸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거 아닌가. 이게 프로 스포츠 문화가 맞나?
 
2-1. 일단, 리그 꼴찌를 통해 드래프트 1순위를 가져오면 그 픽은 무조건 성공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따른다. 최근 문동주와 김서현이 계속 부각이 되고 있어서 그렇지 드래프트 순위가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본인의 친정팀 두산도, 곽빈이 성과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같은 드래프트 내에서는 곽빈보다 안우진인 거 아닌가? 결국 한국에서의 드래프트는 결과론이지, 과정이 아니다. 그리고 두산.. 아니지 OB가 보여준 탱킹의 역사가 있지 않나? 심지어 두산이 계속 잘 나갈 때의 선수진들은 탱킹의 결과물도 아니지 않나?
 
2-2. 롯데는 1차 지명 잔혹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차 지명 결과물은 최악 수준이다. 이번에 서준원까지 야구 외적인 사건으로 나가리가 되면서 드래프트 결과물이 좋지 않은 롯데의 모습은 여전히 이어진다. 특히 당시 롯데의 팀 상황을 고려해 류현진을 포기했던 그 픽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이다. 그런 롯데가 이번 시즌 달라진 것은? 고참들 사이에 유망주 약간약간 끼워넣으면서 '승리의 경험치'를 먹여서 키우고, 이번 시즌에 텅텅 비어 있던 부분들을 외부에서 수혈해온 효과가 보이는 것이지 오로지 드래프트의 성공에 기반한 건 아니다.
 
2-3. 우리나라의 야구 인력 풀이 메이저리그 급이라면 탱킹 경쟁하는 게 이해는 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의 풀도 아니고, 심지어 메이저 리그 역시도 그 많은 드래프트 픽이 모두 성공하는가? 탱킹이 빛을 발하려면, 그 선수를 뽑아서 성과가 바로 나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뽑은 선수 하나가 경기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 스포츠여야 하는 것이다. 야구는 아무리 쩌는 픽을 하더라도 무조건 고생하게 되어 있다. 지금 문동주하고 김서현 피똥 싸는 거 안 보임? 류현진이 무슨 고통을 겪다가 메이저를 갔더라?
 
3-1. 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팜을 키워서 팀을 두텁께 만드는 건 리툴링으로 접근을 해야지. 팀 전력에 누수가 생기면 그 빈자리들을 키워 온 유망주로 대체하고, 또 대체하는 방식으로. 그게 아니라 리빌딩은 팀을 통째로 들어 엎어야 하는 건데, 그걸 몇 년에 걸쳐서 한다고? 리빌딩을 위한 투자와 리툴링을 위한 투자를 혼동해서 섞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3-2. 리툴링과 리빌딩을 착각한다고 생각한 이유는, 메이저 리그의 사례로 보면 싱글A나 더블A-트리플A를 잘 활용해서 단계적으로 선수를 키워서 메이저 리그에서 결과물을 내는 게 리빌딩이다. 그렇게 보면 오재원 해설 위원이 생각하는 방식이 이루어지려면, 1군에서는 계속 져서 10위하고, 뽑은 유망주들은 2군에서 착실하게 키워서 됐다 싶을 때 1군 올리고, 부족한 부분 FA든 트레이드든 해서 채워가지고 바로 성적을 내야 하는 것이다. 1군을 리빌딩 무대로 써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이건?
 
4-1. 오재원 해설위원의 발언은 메이저 리그의 것을 그대로 가져와서 답변하는 느낌이다. 유망주 팜 개념이 메이저리그랑 일치하지 않아서 탱킹을 하는 게 의미가 있나 싶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유망주에 기초한 리빌딩을 위해서는 진짜 경악할 수준의 트레이드도 팍팍 해대는데, 한국에서 그게 될까? FA로 팀을 떠나는 게 아니라, 구단이 리빌딩을 위해서 에이스를 트레이드한다고 그러면 당장에 야구인들부터 들고 일어날 거 같은데?
 
4-2.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드래프트 픽에 대해 언급하는 건 그 선수가 1군 무대에서 바로 성과를 올리느냐 가지고 이야기 하는 거 아닌가? 강백호도, 이정후도, 안우진도, 문동주와 이번에 김서현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의 드래프트 성과라는 것은 이런 거 아니었나?
 
4-3. 5년, 6년 참아주세요 하는 소리는 지금 한국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구단의 대부분이 자금이 넉넉한 곳들이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저걸 단순히 지역 연고만 가지고 생각해서는 답이 없다. 아무리 지역 연고라고 하지만 한국은 미국처럼 정말로 '지역 연고' 소리가 나올 정도로 땅덩어리가 큰 것도 아니고, 모든 게 지역 사회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팬층도 상당히 전국적이다. 기본적으로 롯데와 기아라는 구단 때문에 지역색 이미지가 강해진 거지, 사실 모든 구단이 전국구이다. 오히려 구단은 '기업'에 달려있다. 그리고 투자가 가능한 자금이 있는 구단에게 탱킹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5-1. 그리고 패배를 전제로 한 경험치...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리빌딩도 결국 승리와 우승을 목표로 하는 건데, 승리에 대한 감각도 없고 우승도 꿈 꿔보지 않은 구단이 어떻게 우승과 승리를 목표로 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지? 기본적으로 리빌딩은 기존에 팀을 이끌어가던 경험 많은 선배들이 뒷받침을 해서 훌륭한 유망주들의 성장을 돕는 형태이고, 그건 전부 승리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시합 전에 유망주들 앉혀놓고, "우리의 올해 목표는 10등, 탱킹입니다. 오늘 경기는 패배를 지향합니다."라고 말하라는 거야 뭐야?
 
5-2. 유망주 키우기의 정석은 오히려 JTBC의 '최강 야구'가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데......
 
6-1. 10등 하는 와중에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건, "우리는 올해 탱킹을 할 거고 아무런 투자를 할 계획이 없습니다. 팬 여러분들은 그냥 지는 경기를 보러 오십시오."라고 말하라는 건가? 팀 내부가 지향하는 목표가 있어도 그게 팬들이 원할 방향이 아니라면 추후에 욕을 먹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맞지 않나? 누가 '우리는 이길 의욕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그럴 생각도 없구요.'하는 팀을 응원하지? 어차피 질 거 알고, 전력 약한 거 알지만 ㅈㄴ 최선을 다하는 걸 어필해야 하는 거 아닌가? 물론 내 고장의 팀은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마저도 없어져서 문제였던 거지만.
 
6-2. 아니 근데 오재원이 그 10등 팀 소속으로 뛰다가 나온 선수라면, 약간 내부 고발성 느낌이 나서 이해를 할 수 있는데, 한창 잘 나갈 때의 두산 멤버 출신인데 그 행복한 팀의 구단과 선수단 운영, 모 기업 사정 등에 대해 얼마나 잘 알아서 저렇게 쉽게 언급을 하는 거지?
 
6-3. 아니, 그리고 프로 스포츠라는 걸 도대체 어떻게 생각을 하길래 저렇게 대놓고 탱킹을 해라 이런 소리를 하는 거지?
 
6-4. 쓰다보니 불연듯 떠오르는 게 늘어나서 자꾸 사족을 붙이게 되네. KBO는 용병 3명만 잘 뽑아도 어느 정도 성적 반등이 가능한 구조가 아니었나? 한 시즌은 용병 농사가 얼마나 성공적이냐에 달렸다는 소리가 대부분인데. 사실 팀 리빌딩의 기초는 용병인 거 아닌가? 그렇게 쳤을 때, 어느 용병이 탱킹을 하는 팀에 오고 싶어할까? 아니면 탱킹을 공식 선언하고 용병을 뽑지 말라는 이야기인 건가?
 
7-1. 개인적으로 본인이 구단의 탱킹에 대한 생각을 저렇게 밝히려면, 구단 운영과 코치진 경력이 어느 정도 되어 보고 나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본인이 해보지도 않고 잘 모르는 분야인데 말을 저렇게 쉽게 하는지. 구단 운영의 문제점, 팀 운영의 문제점을 너무 단면적으로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발언 수위가 확실히 딱 일반인 정도이기는 하다. 그냥 내가 적당히 휴스턴 애스트로스 이야기 꺼내면서 지껄일 법한 정도의 멘트 아닌가?
 
7-2. 그리고 휴스턴을 염두에 둔 탱킹 언급이었다면... 이번에 뜬금포로 감독이 경질된 그 팀은 매시즌 100패 할 각오를 하라는 건가?
 
8. 휴스턴 성공 사례 때문에 다들 탱킹해서 픽만 잘하면...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휴스턴의 성공은 그렇게 모은 유망주들을 터뜨릴 수 있는 인적, 물적 체계를 갖추는 걸 성공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거 아니었나? 사실 그렇게 치면 탱킹 전문가인 오클랜드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보장되어 있다고 봐야 하는 건데 (하지만 누가 오클랜드의 월시 이야기를 하면 진지하게 안 듣고 그냥 웃겠지).
 
9. 본인이 야구 팀들의 성적과 야구 문화에 대한 의미 있는 지적을 하고 싶었다면, 선수의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왜 갑자기 구단 운영과 선수단 운영에 대한 큰 이야기를 꺼낸 건지 모르겠다. 본인이 선수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전문성을 가미한 해설을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걸 과도하게 확장해서 '전문적인 권위'를, 그것도 너무 빠른 시일 내에 이뤄내려고 한 게 공감을 못 얻고 비판을 사는 패착 요인이 아닐까.
 
10. 야구가 진짜 예민한 스포츠 소리도 많이 듣고, 또 사람 일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스포츠가 야구인 만큼 투자의 결과가 온전히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성과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야구의 결과물은 미지의 존재 그 자체이다. 야구인으로 일평생을 살아 온 장본인이 그걸 모를까 싶기는 하다만... 이 발언은 별로 야구인으로서의 고민이 담긴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이상 개소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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