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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가짜 입장료'를 요구하는 냐짱(나트랑) 대성당

베트남10선비 2023. 3. 2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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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으로 기운 시간의 냐짱 대성당

냐짱 주교좌성당(냐짱 대성당)은 입장료라는 게 없다.
긴 글을 읽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무리 1만동이지만 가짜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서 보고 올 만큼 뭐가 있지 않다. 성당 앞쪽 공터에서 기념사진 촬영 혹은 차창관광으로 충분하다.'


아래는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고, 길게 주절대는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파트이다.


나는 나이롱 신자이기는 하지만, 유아세례를 받은 이래로 가톨릭 신앙을 버린 적은 없다. 그러다보니 어딜 가든 성당을 가는 걸 좋아하고, 앉아서 기도를 드리다 오기도 한다.

그런데 유일하게 안 가고 싶은 성당이 바로 냐짱 주교좌 성당이다.
입구에서 돈 뜯으려고 혈안이 된 사람들 때문에 엿 같아서 그렇다.
그러다보니 안 간 지 엄청 오래되었다.

여러 여행 자료들로 크로스 체크를 해봤다. 혹시나 외국인 여행객에게만 비용을 무는 게 있나 하고.
아무리 찾아봐도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외국인 여행객에게도 없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아주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네이버 블로그에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다. 👇👇👇

 

냐짱(나트랑) 대성당 입구에서 돈을 걷는 사람

사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면 크게 감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 냐짱 대성당. 그래도 건축 양식 자체는 예...

blog.naver.com

아내가 없는 동안 냐짱의 관광지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해서, 그 첫 대상으로 냐짱 대성당을 골랐다.
첫 대상으로 고른 이유는, 출산을 앞둔 우리 아내와 곧 세상에 나와서 우리와 만날 뱃속의 꼬미를 위해서 기도를 하기 위함이었다.

저번에 어머니랑 동생들 왔을 때, 성당 내부에서 행사가 있어서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때 돈을 걷는 '질서관리반' 아재들(명찰에 질서관리반이라고 되어 있다)이 없길래, 문제점을 인식하고 없어졌나보다 했다.

이 아저씨들이 공식 직함을 가진 사람들이면 줄곧 앞에 앉아서 오늘 행사가 있으니까 못 들어간다고 말해줘야 정상인데,
나랑 우리 가족들이 땡볕에서 입구를 보면서 '왜 닫혀있지?'하고 서성거리자 성당 내부에서 나오던 사람이 '오늘 행사 있어서 못 들어가요'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방문을 했는데, 이 아저씨들이 여전히 있었다.

전에 한창 손님들 모시고 다닐 때도 그렇고, 아내랑 처음으로 왔을 때도 '자발적 기부금' 운운하면서 금액은 말 못하고 그냥 돈을 넣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구체적인 액수를 말했다.
이게 외국인들한테도 '입장료가 있다' 이런 말 못하고 그냥 얼버무린다. 나한테도 Ủng hộ, 즉 기부라고 말을 했다. 여기서 입장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순간 꼬투리 잡힐 게 뻔하니까 '기부'라고 말을 할 뿐.

몇 개월 전만해도 한국인들이 와도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하더니, 구체적은 액수인 '1만'은 배워가지고 왔는지 딱 그거만 말하더라.

내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표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필수적인 거냐고 했더니 필수적이래. '기부금'이라고 끝까지 우기면서.
예전에 아내랑 갔을 때, 마침 우리 앞에 베트남 내국인 관광객이 먼저 들어갔는데 그때는 '기부 부탁드립니다'라고 권유만 했을 뿐 실제로 돈을 안 내고 들어가도 말리지 못했다.
나랑 아내가 들어갈 때는 내가 외국인인 걸 보고 세게 말을 했는데, 아내가 '갔다와서 낼게요'하고 그냥 들어갔다.
나중에 나와서 오토바이 주차비 내고 있을 때도 아무 말도 안 해서 그땐 안 냈었다.

아내가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길을 몸으로 가로막았다.
그 사이에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정한 모양이다.
첫째로, 내국인에게는 말을 안 거는 것 같았다. 타겟은 오로지 외국인만. 둘째로는 일종의 '사회적 합의'라도 이끌어냈는지 1만동이라는 구체적인 액수를 언급하는 걸로.

이렇게 당당하게 요구를 하길래, 나는 그 사이에 공식적으로 수금을 시작하기로 했나 하고 찾아보았다.

결과적으론 전혀 아니었다. 


구글에 'nhà thờ đá nha trang'으로 검색을 해서 몇몇 사이트의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빈펄 공식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다. 2021년에 쓰인 글이긴 하지만 일단 굉장히 공신력이 있는 자료라는 점. 이게 틀리면 빈펄 측의 신용이 손상되는 건데.

빈펄 공식사이트 - 베트남어

5번 유의점 부분에 종교시설이니까 당연히 지켜야할 예절에 대한 것과 더불어, 마지막 문단에 '무료 관람(tham quan miễn phí), 티켓 판매 안 함(không bán vé).'이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문과 후문에서 사기를 치는 사람을 조심하라고 주의까지 주고 있다.
혹시나 이건 베트남어 판이니까 내국인용이고, 한국어 버전은 좀 다르지 않을까 해서 한국어 사이트로 들어가보았다.

무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티켓을 판매하는 사기꾼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티켓 판매도 없다. 그냥 돈 통에 넣으라고 하지.
또, 혹시나 2023년에는 다르지 않을까 해서, 여행 정보 사이트 중 가장 최신 글 traveloka에 기고된 2023년 1월 6일자 글을 읽어보았다.

신성한 곳이니까 복장 예절 갖추고, 소리 크게 내지 말고 등등...
그리고 막 줄에 표 안 판다고 되어 있다.
또또또, 혹시나 하고 이건 내국인용이고, 2023년 외국인용 자료는 다르지 않을까해서 구글에 다시 'cathedral in nha trang'을 쳐보았다.
(냐짱 대성당은 주교좌 성당이기 때문에 church가 아니라 cathedral을 사용한다.)
그렇게 들어간 vietnamtrips.com

vietnamtrips.com의 영어 안내.

친절하게 'specializing in deceiving tourists(전문적으로 여행객을 속임)'라고 언급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인당 5만동이라고. 1월까지는 5만동 받았나보다.
검색하다가 Trip.com의 후기도 봤는데 1만동의 입장료가 있다는 언급들을 하고 있다. (절레절레)


이어서 2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첫 번째는 모든 정보들이 '입장료가 없다'고 말을 하는데, 이렇게 백주대낮에 대놓고 돈을 요구해도 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이다.
심지어 성당 앞 6거리에는 공안 건물이 두 곳이나 있다.
그런데도 당당하게 외국인에게 '비공식 입장료'를 '기부금'이라는 명목 하에 가져가고 있다. 그 말은 곧 이게 '용인받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심지어 안 내려는 사람한테도 길을 막고 뜯어내는데?

두 번째는 1만동이라는 액수는 어떻게 나왔을까? 이다.

일단, 첫 번째 의문에 대해서.

성물방에서 아내랑 통화하면서 '아직도 돈 뜯고 있다. 열 받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서양인 부부가 성당 입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있다가 한국인 커플도 성물방에 와서 입구를 찾고 있었고.
그런데 이 성물방 직원들이 친절하게 돈을 내야 하는 입구로 안내를 해주었다. 거기 보육원인지 유치원인지랑 연결된 계단 쪽을 왜 안내를 안 해주지?

이 계단은 안쪽에서 보육시설로 내려가는 계단이랑 연결이 되어 있다.

전에 아내랑 왔을 때는 이 길로 올라오는 사람도 있었는데, 여기 신자들만 가능한가보지 뭐.

예전에 찍은 사진들 살펴봤는데, '출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르겠다. 저기에 적혀있는 '미사 시간'만 봐가지고.

위에 빈펄의 정보글이나 영어 정보글을 보면 back of church 혹은 'cổng sau', 즉 후문을 언급하는 걸 볼 수 있다. 내가 예전에 처음 이곳에 방문하기 전에 들은 바로는 여기가 정문이고, 저쪽 넓은 길이 후문이었는데...

내 기억이 잘못 된 건지, 이걸 그냥 출구로만 사용하는 건지.

아무튼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주변에서 용인을 해주니까 '공식 입장료'라는 멘트는 하나도 없는데 돈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닐까.
 
2019년 기사 하나에서 대략 유추를 해볼 수 있었다.

 

Nhà thờ đá Nha Trang muốn thu phí khách nước ngoài

Khánh Hòa- Nhà thờ Chánh tòa Nha Trang đề xuất thu 10.000 đồng mỗi lượt tham quan đối với khách nước ngoài để có kinh phí bảo tồn, tôn tạo nhà thờ.

vnexpress.net

다른 매체들도 다 비슷한 시기에 글을 썼다.

2019년 코로나 이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공식적으로 제시한 관람 예절을 하나도 안 지키니까, 주교좌 성당에서 '성당 보존을 위한 경비'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1만동의 비용을 받고 싶다는 제안서를 카잉화 성 인민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아무리 검색결과를 돌려도 이 제안이 공식적으로 수용되어 통과되었다는 기사는 못 봤다.
여하튼 주교좌 성당에서 이걸 공식적으로 제안을 했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건 오피셜 아니고 뇌피셜이다. 주교좌 성당에서도 원하는 바라서 '기부금'을 당당하게 걷을 수 있도록 하는 암묵적인 룰이 생긴 것이 아닐까 하는.

나는 전에 이 사람들이 단순히 사기꾼이라고 들어서, 이 복장이나 명찰들이 전부 가짜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복장과 명찰이 성당에서 제공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공된 복장과 명찰을 하고 하는 행동도 공식적이고.

기사 아래 댓글에는 수금에 대한 옹호 여론이 가득했다.

여기는 성당이지 무료 공원이 아니다는 이야기가 1순위고...

371개의 좋아요를 받은 사람은 '합리적이지만, 외국인이게만 칭수하는 건 불합리하다. 전부 징수하고 구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지만, 바로 그 아래에 쭝 득(Chung Đức)씨는 '베트남 사람이 왜. 여기는 종교 의식을 거행하는 장소다. 베트남 사람에게 징수를 하면 누가 의식에 참여하겠는가' 이러고 있다.
나도 가톨릭 신자인데 나는 '베트남 가톨릭'에는 참여할 권리가 없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두 번째 의문에 대해서.

이 역시도 위에서 나온 기사와 연관을 지어볼 수 있지 않을까.

몇몇 정보글에서 보이듯 이전에는 5만동까지도 내라고 요구했었던 모양이다. 나는 인당 2만동 한 번, 단체에 5만동 한 번을 내본 적이 있다.

나머지는 같이 일했던 Danh이 냈었다.

아무튼 그렇게 제멋대로 수금하던 아재가 한국어로 '1만'을 배워 올 정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기사에 나온 공식 제안의 영향 외에도, '포나가르 탑'을 생각해볼 수 있다.

거기는 국가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매표를 해서 관리하는 곳이다. 거기가 성당과 다르게 단순히 유적이냐? 그것도 아니다. 실제로 참족들의 종교 행사가 있는 곳이다.

포나가르 탑에 착안해서 1만동이라는 수치가 정해진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다시 결론으로 돌아와서.

솔직히 천주교 신자에게는 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외에는 사실 별 거 없다. 내부는 그냥 미사를 집전하는 성전이고.

시계탑이 보이는 정문이 베트남 관광객이 사진을 많이 찍는 곳이기 때문에 유명해졌다는 거 빼고는... 그 외에는 전부 밖의 공터에서 성당 전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 밖에 안 보인다.

나는 꼭 내부에 들어가서 기도를 하고 와야겠어! 가 아니면,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프랑스 식민지 초창기에 지어졌다는 거, 냐짱 교구의 주교좌 성당이라는 거 말고 의미가 있나?
한국 천주교회의 어느 주교좌 성당이 돈을 수금하지? 명동대성당이 수금을 하나? 추기경님이 계신 성당도 외부인이 보러 온다고 수금하지는 않을 듯.
하다못해 교인들에게 의미있는 마이너 바실리카라도 되면 이해를 할 수 있다. 아니면 관광지로의 의미가 더 큰 핑크 성당이거나.

내가 핑크 성당은 달랏이랑 호치민 밖에 안 가봤는데, 다낭 같은 곳은 입장료가 있나?

돈 내고 위로 올라가면 보이는 성인들 동상, 그리고 그 건너편에 돌아가신 분들 석판이 있는데. 그건 다른 성당에도 다 있다. 신자들이 주님의 품안에 있다는 의미로 성당 안에 모시는 것. 단지 냐짱 대성당처럼 멋있고, 느낌있는 위치가 아닐 뿐이다.
전에 이때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사후 봉헌되어 새겨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교차검증 하려고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없었다. 그 이야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그거 말고는 진짜 진짜 의미가 없다.
물론 1만동 그거 얼마 안 하잖아라고 생각하면 포나가르탑처럼 입장료 냈다 생각하고 들어가도 될 듯.

아니, 그냥 포나가르처럼 공식적으로 표를 팔아라. 차라리 그게 낫지 왜 기분을 상하게 만드냐?

베트남 여행객 수가 생각보다 늘지 않아서 무비자협정도 45일로 늘리고, 전자비자도 3개월 복수 허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베트남 관광은 뿌리부터 문제가 있다. 이런 자잘한 것들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만연해있다.


아래는 내가 찍어 본 수금 영상이다.

이럴 거면 공식적으로 매표해라. 다들 그 정도 관광지 매너 갖추고 계신 분들이다.

1만동 공식적으로 걷는다고 어떤 분들이 불평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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