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호치민 시의 중심가에 있는 '사이공 노트르담 성당' 중수가 2027년 즈음에 끝날 예정이라는 베트남 신문의 기사가 있었다.
진짜 공사하는 모습만 봤다. 2017년부터 저 모양이라는 건데... 내가 베트남에 처음 온 게 2019년이라서 ㅠㅠ
우리 할머니도 여기 앞에서 사진만 딱 찍고 되돌아가실 수밖에 없어서 너무 안타까웠는데,
공사를 끝낼 생각이 있기는 해서 다행인 것 같다.
나는 이거 그냥 영원히 방치해둘 줄 알았다. 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였나?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거기처럼 영원히 공사만 하고 있는 그런 모습으로.
내가 베트남의 소식, 정보 등등에 관해서 인사이트를 얻는 소스인 어떤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는데,
그 페이지에서 이에 관련된 소식을 정리한 글을 읽으면서 나름의 충격을 받았다.
기사를 요약 정리한 글 아래에 덧붙인 호치민 시 노트르담 성당에 관한 정보, 그리고 가톨릭에 관해 역주로 붙인 정보들이 제대로 된 게 없었다.
특히 역주로 붙인 가톨릭 용어와 정보 등은 조금만 구글링을 해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을...
그 글을 본 이후 해당 페북 페이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
베트남 관련 정보에 관한 내가 아는 최고의 페이지였는데, 이런 식으로 당당하게 잘못된 정보를 덧붙이면......
나도 여러 분야의 글들을 내 마음대로 막 끄적이다보니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고,
어떤 글들은 아예 오류에 기반하고 있고,
오류 그 자체인 글도 더러 있다.
그래서 남들을 지적할 깜냥이 못 된다는 걸 알지만,
완전히 잘못된 부분들을 어조를 흐리게 해서 쓰는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정보글로써 제공하는 거는,
쉐도우 복싱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병' 같은 게 있다.
(그러다보니 한창 전공 공부할 때도 시비 많이 걸고 다녔다. 아는 건 쥐뿔도 없이......ㅋㅋㅋ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중병ㅋㅋㅋ)
보자마자 눈에 거슬려서, 블로그에 글을 저장하려고 계속 담아두고는 있었는데
이거 먼저 써야지, 저거 먼저 써야지, 하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이제서야 손을 댄다.
내가 해당 페이지의 해당 내용을 보면서 '어이쿠' 했던 부분들은
- 1877년에 세워졌다
- 3년 후 바티칸 교황청에 의해 일반성당으로 분류
- 일반성당의 역주 : 본당신부가 관할하는 지방교회당
- 1959년부터 주교좌 대성당이 되었다.
- 주교를 Cathedral이라고 칭한 것
- 대성당의 상위가 대성전
-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같이 전 세계 몇 개밖에 없다
다 정리하고 보니까 기사의 내용에 대한 요약 부분 외에 덧붙였던 부분 통째로 거슬렸던 거네......?
1. 1877년에 세워졌다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착공을 시작한 것은 1877년이다. 이 성당은 1877년 첫 주춧돌을 올린 것으로 시작해 1880년에 완공이 되었다. 그리고 1880년 부활절에 공식적으로 성전을 봉헌하였다.
이 성당 이전에, 사이공에 처음으로 Church로 불릴 만한 교회가 처음 세워진 것은 1865년이다(63년에 공사 시작). 하지만 목조 건물이었고 목조 건물의 한계(좀먹음, 화재 등등)로 인해 건물을 새로 짓기로 결정한 것.
1863년 이전에는 교회당 건물 자체가 없었고, 기존에 있던 이 지역에 있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서 사목 활동을 하는 형태였다.
착공을 기점으로 보면 1877년에 세워졌다는 표현도 허용 범위 내에는 있다.
2. 3년 후 바티칸 교황청에 의해 일반성당으로 분류
여기서부터 정보글의 원본 소스가 궁금해졌다. 출처가 있는 부분인 걸까? 혹시 내가 모르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3일 가까이 뒤졌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에 있어서, 당시 남기 6성 지역의 대목구에서 유일한 성당 건축물이 바로 이곳 Church of Saigon이다.
정식 교구가 아니라 대목구이긴 하지만, 이 지역의 대목구(Hạt đại diện Tông tòa Tây Đàng Trong) 유일의 성당으로 당시 대목구장의 주교좌성당으로 봉헌된 곳이다.
이 부분은 한국 천주교회의 시작과 유사한 부분이 있고, 대목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하는 거라서
이건 아예 다른 포스팅으로 쓸 예정이다.
결론은 완공된 시점부터 이미 '주교좌성당'이었다는 것.
3. 일반성당의 역주 : 본당신부가 관할하는 지방교회당
용어에 혼선이 빚어진 역주이다.
일단, 성당이라는 개념은 건축적 개념에 더 가깝다.
'경당'과 같은 용어들과 비견해서 쓰는 말이며, 모든 신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지정된 교회건축물이다. 교구장의 동의를 통해 건축된다.
아무튼 이 일반성당이라는 표현도 좀 애매한데, 여기에 역자 주석을 달아서 더욱 혼선을 빚게 만들었다.
본당신부가 관할하는 지방교회당은 문장에 나오는 것처럼 '본당(Parish)'이다. 이건 교계제 내에서 성당들을 분류할 때 쓰는 개념이다.
본당신부라는 표현이 등장을 하는데, '본당신부'는 '본당'이 소속된 '교구장'에 의해서, 사제서품을 받은 '사제'가 본당 사목에 관한 모든 의무와 권한을 부여받다는 개념이다.
결국 이 역주를 살리려면 앞의 '일반성당' 표현을 '본당'이라고 했어야 옳다.
4. 1959년부터 주교좌성당이 되었다.
호치민 노트르담 성당에게 있어서 1959년과 1960년은 굉장히 중요한 2개의 해이다.
1959년은 성당 건물 앞의 '꽃병을 든 성모 마리아 상'이 로마로부터 도착을 한 해이다. 성모 마리아 상으로 인해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불릴 수 있게 되었다.
1960년 당시 교황님인 요한 23세께서 베트남의 대목구들을 정식 교구로 승격하였다. 그리고 3개의 관구(Hà Nội, Huế, Sài Gòn)을 설정하였고, 관구를 관장할 '대교구' 중 하나로 '사이공 대목구'가 '사이공 대교구'로 승격되었다. 그러면서 이 성당은 'Saigon Chief Cathedral'이 되었다.
아마 1959년에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에서 '대성당'에 방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한 게 아닐까?
하지만 이미 Cathedral(주교좌성당, 대성당)이었던 것이 'Notre-Dame'이 붙게 되었다는 데에 방점이 있는 부분이다.
추가적으로 1962년 노트르담 대성당은 '마이너 바실리카'의 칭호를 받았다.
1962년부터 노트르담 대성당의 정식 명칭은,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 '원죄없으신 동정녀 마리의 사이공 주교좌성당 바실리카'이다.
베트남어로는 Vương Cung Thánh Đường Chính Tòa Đức Mẹ Vô Nhiễm Nguyên Tội.
5. 주교를 Cathedral이라고 칭한 것
주교는 'Bishop'이다. 베트남어로 Giảm mục.
Cathedral은 한국어 번역어로는 '주교좌성당'이고, 가톨릭사전에 따르면 주교좌성당을 '대성당'이라고도 부른다. Cathedral에 해당하는 베트남어는 Nhà thờ chính tòa이다. 혹은 Chính tòa라고만 쓰기도 한다.
Cathedral은 Cathedra가 있는 교회라는 의미이다. 이 Cathedra가 주교께서 앉는 주교좌를 뜻하는 것이다.
6. 대성당의 상위가 대성전
일단 바실리카(Basilica)라는 단어를 알아야 한다.
전에는 이걸 '대성전'이라고 번역을 했는데, 이게 혼선을 빚어서 그런지 최근에는 '바실리카'라는 말을 그대로 살려서 쓰는 추세인 것 같다.
왜냐하면, 바실리카 = 대성전
인데, 바실리카에는 메이저(Major)와 마이너(Minor)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걸 대대성전, 소대성전(혹은 준대성전)하는 식으로 번역을 하게 되면 꼬이기 시작하는 것.
그래서 최근에는 대 바실리카, 소 바실리카라는 식으로 부르는 듯하다.
나는 그냥 메이저 바실리카, 마이너 바실리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마이너 바실리카 내에도 조금 복잡한 것들이 있어서.
평화방송에서 설명한 성당의 분류를 정리 해놓은 내 글 링크를 살포시 걸어놓겠다.
이 링크의 글 자체가 지금 이 글의 빌드업에 해당하는 글이다.
메이저 바실리카, 마이너 바실리카에 대해서는 위의 글에서도 언급하고 있고, 추가적인 내용은 따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간단하게 언급을 하자면, 메이저 바실리카는 교황님과 연관이 된 성전으로 바티칸에 1개, 로마에 3개해서 총 4개가 있다.
다들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이 1순위라고 생각하지만, 이 4개의 메이저 바실리카 중에서도 라테란 대성당(산 조반니 인 라테라노 대성당)이 1순위의 대성당이다. 모든 성당의 어머니라고 여겨지며, 아크바실리카(Archbasilica)라고 불린다.
마이너 바실리카는 교황청에서 바실리카의 일부 특권을 부여한 성당들을 의미한다.
교회사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나 여러 의미를 가진 곳이다. 호치민 시의 노트르담 대성당 역시도 1962년에 마이너 바실리카가 되었다.
분류를 Major Basilica, Minor Basilica 등으로 하지만, 쓰기로는 전부 Basilica라고 쓴다.
진짜 중요한 걸 언급을 안 하고 있네...
대성당의 상위가 대성전이냐? 4개의 메이저 바실리카를 생각하면야 그렇다. 교계 상 교황님과 관련된 성당이니까.
하지만 대성전이라는 개념에는 마이너 바실리카도 포함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아니다'.
왜냐하면 교회 건물에서의 상하위 개념은 교계랑 관련이 된 건데, 마이너 바실리카가 교계상 하위에 해당하는 일반 본당 같은 데에도 지정이 되기 때문이다.
영문 위키피디아 내용을 보면, 마이너 바실리카 칭호를 가지고 있어도 같은 교구 내에서는 대성당, 즉 주교좌성당이 선행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중요한 점은, 주교좌성당은 주교좌가 옮겨가면 변경이 될 수 있다. 위치가 가변적이라는 말.
그러나 마이너 바실리카는 바실리카의 칭호를 받으면 영구적이다.
그러므로 대성당의 상위가 대성전이라고 단정지어서 설명할 수는 없다.
7.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같이 전 세계 몇 개밖에 없다
일단, 성 베드로 대성당은 정확히 '바티칸 시국'에 있다. 로마로 분류하지 않는다.
(진짜 별걸 다 찍어내고 있네;;;)
메이저 바실리카만 놓고 이야기를 하면 전 세계에 딱 4개 있다.
마이너 바실리카를 놓고 보면 2020년 기준으로 1872개라고 한다.
2021년에 한국에도 최초의 마이너 바실리카가 생겼다.
세계 가톨릭 성당과 성지의 정보가 담긴 gcatholic이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여기도 한국 거 업데이트가 아직도 안 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바실리카 리스트도 제대로 업데이트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확인된 것만 1872개 정도라는 것.
그 정도로 복잡한 게 마이너 바실리카다.
베트남에도 4개의 마이너 바실리카가 있다.
그 중에서 현재 주교좌 성당은 호치민 시의 노트르담 성당 하나 뿐이다. Hà Nam성 Kiện Khê에 있는 'Sở Kiện 바실리카'는 예전에는 주교좌였으나 지금은 아니다.
심지어 베트남 4개의 바실리카 중 하나는 성당이 아니라 성지로 분류되는 '성모발현지'이다.
베트남어로 Thánh địa Đức Mẹ La Vang이다.
정리 한 번 하고 나니까 속이 다 시원하다.
쓰려는 주제들이 너무 많다 보니 그냥 킵만 해놓고 시기를 놓쳐버리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ㅎㅎ
'베트남 소식&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달랏에서 산불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0) | 2023.04.07 |
---|---|
사고 소식에 뮤직비디오를 비공개한 래퍼 Đen Vâu (0) | 2023.04.06 |
여전히 '가짜 입장료'를 요구하는 냐짱(나트랑) 대성당 (0) | 2023.03.29 |
달랏에서 일어난 한국인의 오토바이 사망사고를 접하고 나서 (2) | 2023.03.29 |
베트남 무비자 체류 정책 및 전자비자 정책 변경 예정 (0) | 2023.03.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