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 복귀하고 집 청소, 정리정돈 등을 한 후 바로 처가를 다녀와서 여전히 피로가 누적된 상태.
푹 쉬었더니 그나마 좀 낫긴 하다.
# 1
한국에서 먹을 거 고민 없이 사는 생활을 40일 동안 하고 돌아오니,
매 끼니 뭐 먹을지 고민하는 게 고역이 되었다.
물론, 띠엔이 닭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치킨을 고르는 편이긴 하지만.
아무튼 얼마 전 뭐 먹을 지 그랩을 뒤지던 도중, KFC 광고를 접하게 되었다.
'치킨 아이스크림(Gà Que Kem)'이라는 요상한 이름의 신메뉴를 홍보하는.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우리 부부는 바로 주문을 해보았다.
물론, 보험용 다른 제품들과 함께.
KFC 할배가 베트남어로 "Không lạnh, không ê răng, chỉ mêêê!(안 차갑고, 이 안 시리고, 단지 중독될 뿌우우운!)" 이라고 하는 포장지.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 모양이라 '치킨 아이스크림'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모양만 그렇지 아이스크림과는 관계가 없다.
꺼내자마자 향신료 향이 확 났다.
이미 비주얼부터도 그렇고.
안에도 가루가 꽤 많이 묻어나네.
내 타입은 아니었다.
일단 겉을 둘러싸고 있는 튀김의 맛이 대부분이고 치킨이 느껴질랑 말랑하는 미묘한...
하...
튀김옷도 향신료 향이 많이 나는 데다가, 안쪽이 눅눅한 느낌이라 더 별로였고.
튀김옷이 맛있으면 치킨이 적어도 별 상관이 없지만 이건 뭐...
이거 안 시켰으면 큰일 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2
한국에서 가져온 기저귀와 분유가 거의 다 떨어져 간다.
그래서 분유와 기저귀를 미리 사두기 위해 Concung을 들렀다.
가까운 거리는 유모차가 생긴 덕분에 유모차 아래에 가방을 넣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중이다.
여기는 원래 오토바이를 관리하는 경비 아저씨가 계셔서, 유모차를 여기 세워놓고 들어가서 살 거 있나 둘러보면 되겠다 했는데...
음료수를 걸어 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푹푹 찌는 더위에 유모차를 지키고 밖에 서 있었고,
아내는 다른 용품들 둘러볼 새도 없이 기저귀와 분유만 사왔다.
분유도 한국 분유가 없어서, 어떤 분유를 골라야 할 지 좀 신중하게 생각해봤어야 하는데
적당한 제품 작은 사이즈로 하나 사왔다.
아내에게 기저귀를 설명해주고 있는 직원이 계산을 할 때
우리 아내에게 '아이를 위한 요거트는 안 필요하세요?'라고 했다고 한다.
5개월에 아직 이유식도 본격적으로 시작 안 한 아이한테 요거트??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의 이유식은 좀 다른가?' 했다.
하지만 다른 고참 직원에게 바로 혼이 났다고.
아무리 판매 인센티브가 걸린다고 하지만, 아이 상태는 좀 봐가면서 적합한 물건을 파셔야지;;
# 3
하린이 백신을 맞을 계획이어서 유모차를 끌고 백신센터로 향했다.
우리가 한국 가기 전 마지막 접종을 했을 때의 위치는 도시 외곽이었는데,
그때 센터 직원이 '곧 골드코스트로 위치를 옮깁니다'라고 알려줬었다.
한국에서 유모차를 가져온 이후부터 골드코스트 정도는 유모차 끌고 걸어가는 중이라 잘 됐다 싶었다.
엠파이어 앞쪽에서 도보 틀어막고 사람 짜증나게 하는 택시랑 버스 때문에 스팀이 올라 있는 상태였는데,
여기 삼거리에서 일어난 촌극을 보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횡단보도에 서 있는 빈패스트 택시에서 기사가 나와서 한 오토바이랑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접촉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그런데 빈패스트 택시 기사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워 주고, 사고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순간 오토바이가 냅다 시동을 켜서 도주를 했다.
사진이 애매하게 찍혀서 안 나오지만, 가운데 하얀 차 뒷쪽, 나무에 가려진 부분에 오토바이를 붙잡다 놓쳐서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빈패스트 택시 기사가 서 있다.
오토바이고 너무 빨리 도망가서 나도 못 찍었는데,
스티커를 붙여놓은 쪽 아래에 빨간 헬멧을 쓰고 있는 인간이 접촉 사고 내고 냅다 토낀 인간이었다.
이놈의 나라는 정상적인 시스템이 없는 건지, 이런 경우를 많이 봤다.
제일 황당했던 게 예전에 호치민 인사대 앞에서 오토바이랑 7인승 승합차랑 접촉사고가 나서, 승합차의 앞 범퍼가 다 떨어져 나갔는데,
오토바이 운전자가 지 오토바이 쓱 보더니 찌그러진 부위가 별로 크지 않은 걸 확인하고는 냅다 튀어버렸다.
차에서 내려서 떨어진 범퍼를 보면서 어벙한 표정을 짓던 기사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4
골드코스트에 백신센터가 입점한 이후 엘리베이터에 이렇게 대문짝만하게 붙었다.
한국에서는 일요일에 연다는 개념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지겠지만, 베트남은 일요일이 제일 붐빈다.
주 6일을 근무하고 부모 양쪽이 전부 시간이 널널한 건 일요일 뿐이라.
우리 부부는 둘 다 백수인데도 일요일에 왔네?
우리 앞의 손님들, 우리 뒤에 손님들이 넘쳤다.
예전 센터 자리에 비하면 굉장히 넓은데,
이 넓은 공간이 다 가득차게 느껴질 정도로 붐볐다.
골드코스트의 엘리베이터가 두 군데라서 여기의 입구도 두 군데였고,
상담안내소, 수납처, 진료실, 접종실 모두 양쪽 끝에 데칼꼬마니처럼 위치해 있었다.
접종센터가 옮겨진 이후 방문은 처음이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르고 기분이 좋았던 우리 하린이~
한국의 접종 스케쥴과 잘 맞지 않다 보니,
아예 베트남 스케쥴을 따르려고 접종 패키지 가격을 문의해보았다.
그랬는데...
어떻게 된 게 2년 짜리 접종 패키지가, 달마다 와서 맞는 가격보다 더 비싸게 느껴지는 거지?
2년 현재 남은 건 총 20회고, 도합 1575만동이다.
패키지 구매의 이점이라고 나온 게 6개인데, 그 중에서 이점이라고 강력하게 내세우는 것은 1번 패키지 구매자를 위해 백신을 먼저 보관하는 것과 2번 백신 가격이 올라도 추가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
2년이면 그 사이에 스케쥴 잘 맞춰서 한국에서 맞는 것도 가능해보일 뿐더러,
백신 가격이 갑자기 두 배 상승하지 않는 이상은 추가금 이야기는 별로 이점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백신을 먼저 확보해 준다는 것도, 이점보다는 오히려 협박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보험 적용을 받는 국가 의료기관이 백신이 없어서 백신센터에서 비싼 돈 주고 맞고 있는 건데,
이것마저도 백신이 부족할 수 있다니...
공포라는 감정에 소구하는 마케팅이라고는 하지만,
이걸 갓난애기들한테 하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찝찝하고 더럽다고 할까.
조금 있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고 아직까진 기분이 좋았던 하린이.
결국 눈물 콧물 다 빼고 말았고.
롯데마트에서 점심을 해결하면서 멜론 깎아놓은 걸 사서 입에 물려주었다 ㅋㅋㅋ
# 5
예방접종하러 NTT길을 지나가면서 Moonmilk에 도둑놈이 들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갈 길이 바빠서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이 길을 지나게 되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세 놈이나 되네?
냐짱이 한국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하기 전까지,
중국인은 주로 단기 관광을,
그리고 러시아와 동유럽, 중앙아시아 계통은 장기 거주를 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 장기 거주자들은 비자부터 돈 문제까지 그렇게 형편이 좋은 사람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지금 '도시의 도둑들'에 게시된 인물들 중에도 그런 외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보였다.
여기가 확실히 보안은 좀 취약한 거 같더라니.
관광객 늘고, 도시에 거주자들이 늘기 시작하니 별별 문제가 다 생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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