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저렴한 한 끼이지만,
베트남에서는 대부분 수입품이기 때문에 저렴한 한 끼가 되기는 약간 애매한 것이 바로 한국 라면이다.
물론 한식당 가격을 생각하면 한국의 맛이 그리울 때 저렴한 가격에 그걸 채울 수 있는 수단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해도 한 봉지에 2만 몇천 동의 가격은,
별 거 없으면 그냥 Bánh mì 하나 사먹는 게 이득이라고 느껴질 정도.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 라면들을 저렴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다.
내가 처음에 왔을 때는 내 입맛에 안 맞는 코레노 제품 빼고는 죄다 수입 물품이었는데,
오뚜기가 적극적으로 베트남에서 생산을 확대하면서 상품 매대가 풍성해졌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원래 '인스턴트 라면'이라는 건 컵라면 비슷하게
그릇에 재료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다음 뚜껑 같은 걸 덮어 놓고 익으면 먹는 식이었다.
그러나 점차 재료만 넣고 끓이면 요리처럼 먹을 수 있는 한국식 라면이 익숙해져서 하나의 식문화가 된 상황.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게 무슨 한국 라면이냐' 하면서 지적질을 해대지만,
'Mì cay Hàn Quốc'이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지 오래이기 때문에
베트남 내의 교민이 아닌 베트남인을 공략대상으로 하는 라면들이 오래전부터 쏟아져나오고 있다.
내가 베트남에 막 왔을 무렵에는 오뚜기 제품이 이렇게 다양하단 느낌은 없었는데,
어느새 '한국 김 라면', '미역라면', '태국식 전골 라면' 등등 다양한 제품과
한국에서 유명한 진라면이나 김치라면 등의 '미니 버전'까지 등장했다.
상품 가격 아래의 'xuất xư', 즉 원산지를 보면 베트남이라고 되어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라면이라는 뜻.
덕분에 가격이 이 정도 수준까지 내려왔다.
한국에서 들어온 라면 제품이 보통 2만~2만 5천동 선이라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1만 4천동의 열라면, 진라면 매운맛은 엄청난 가격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
여기에 베트남스러운 느낌이 있는 다양한 제품들도 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김 라면, 미역 라면에, 태국식 전골 라면 등등
짜장 라면도 꽤나 인기가 있다.
특이한 점은 지금 이렇게 75g짜리 미니 버전이 많다는 것이다.
위의 진라면 매운맛 사진에서처럼, 원래 한국 라면은 120g 정도이다.
그런데, 베트남 라면의 디폴트값은 80~90g선이다.
베트남인들의 식사량을 고려했을 때 적정 수준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베트남 제품들이다.
한국 김치가 베트남 사람들 입맛에도 꽤 잘 맞는 편이라
이런 제품들이 많은데, 여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85g 정도의 미니 제품이 기본적인 형태이다.
베트남 내수용 라면들은 솔직히 내 취향이랑은 거리가 좀 있지만,
80~90g 선은 아주 마음에 든다.
당뇨병이 생긴 이후 라면 섭취가 많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라면을 먹으면 혈당 조절 자체가 안 되기 때문에 절대 먹지 말라고 하지만,
라면처럼 영양 균형 잘 맞으면서 간편하면서도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얼마나 있을까.
게다가 몇 가지 채소 등을 넣어 먹고, 밥이 남아 있으면 국물에 밥까지 말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당뇨가 생긴 이후에 면을 다 먹는 것도 버거워진 실정이다.
처음 라면을 끓일 때 면 먹고, 국물에 밥까지 말아 먹는 걸 생각하고 끓이는데
면을 어느 정도 먹으면 물리기 시작하고,
남은 면을 어찌어찌 처리하고 나면 배가 부르기 시작해서 밥을 말 생각이 사라진다.
마음 한 켠에는 계속 국물에 밥을 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더부룩한 위가 이를 억제하다보니 은근히 스트레스가 생겼다.
그런데 90g이다?
면을 먹고도 적당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다.
밥 생각이 안 나더라도, 부담스럽지 않게 면을 먹고 치울 수 있고.
오뚜기보다 먼저 베트남 라면 시장을 공략하던 건 팔도였다.
팔도는 베트남에서 '코레노(KORENO)'라는 브랜드의 라면을 생산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왔을 때 가격 싸고, 팔도 제품인데다가 맛도 다양해서 아무거나 사서 먹어봤었는데
내 타입이 아니었다.
뭔가 면과 스프가 내 머리속에 있는 라면 맛과 불일치한다는 느낌?
그래서 몇 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고 있었는데,
베트남인들의 취향에는 적당히 맞는 모양이다.
밀크티와 간식을 파는 작은 가게들 메뉴에 Mì cay Hàn Quốc이 있다면,
보통 이 코레노 라면을 베이스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해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
내가 본 바로는 그렇다.
짜장라면도 항상 짜파게티였는데,
팔도 제품과 오뚜기 제품을 먹어보고
대체 가능 선에 있다 싶으면 갈아타야겠다.
그리고 빨리 오동통면도 나왔으면 좋겠다.
너구리도 오동통면으로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다는 건
이미 한국에서 경험한 바 있으니까.
85g 짜리 나오면 행복할 것 같다.
농심은 미국 진출에 집중하느라 바쁜 것 같던데.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 베트남 판매법인 실적은 바닥을 치겠지만,
미국 시장 먹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뭐.
베트남의 한국 라면업계에 관한 아래와 같은 기사도 읽어보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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