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짜 언론인하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KBS 워딩을 봤는데, 얘들 수신료 꼬박꼬박 걷어가는 공영방송이 맞는 걸까, 언론이긴 한 걸까, 야구를 알기는 아는 걸까 싶을 정도였다.
'강백호 아리랑 송구' 등장하자마자 아리아리 쓰리쓰리 아리랑 고개를 넘어와서 강백호 선수를 줘 패는 언론들을 보고 있자니 얘들은 뭔가 싶다.
#2
겉으로는 강인한 선수로 보여도 속은 곪아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나야 야구 잘 모르는 라이트한 팬이고, 롯데 말고 솔직히 크게 관심을 안 가지기는 하지만
멘탈이 제일 중요한 스포츠에서 선수의 멘탈을 줘 패는 행태를 보이는 언론을 보고 있자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3
강백호 선수에 대해서야 KT의 팬들이 제일 잘 알 거고, 제일 사랑할 테고.
그 아리랑 송구로 인해 LG한테 당해버린 결과론은 KT팬들이 분노하고 끝낼 일이지 그걸 왜 물어뜯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클립 영상 보고 헛웃음 짓고 말았는데.
#4
강백호 선수 지명이 예정되어 있던 시즌에 '강백호 리그' 소리하면서 무슨 탱킹 전쟁하는 것마냥 떠들어 대면서 강백호 선수를 주목하는 통에 너무 과하게 스타성이 부각된 게 지금 사태의 시작이라고 본다.
#5
아무리 아마추어 급에서 재능이 반짝반짝하고 있다고 해도 프로에서는 약간 시간을 줘야 할 텐데, 이건 아무리 잘해도 욕을 먹지 않을까 할 정도로 지명 이전부터 너무 부각이 되었다.
#6
강백호 선수가 언론친화적이지 않은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면 언론은 강백호 선수를 띄우는 데 큰 공을 들였는데, 언론의 기대에 부응해주지 못하는 것에 말그대로 '삔또'가 상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7-1
그리고 '껌백호 사건'.
솔직히 나는 "아 X발 더러워" 소리 밖에 안 나왔는데, 하필 여기에 팩사장이 말을 얹어가지고.
#7-2
요즘 롯데 자이언츠에서 유행하는 "기세"라는 단어가 있다.
나는 이 단어가 예전의 국가대항전에 딱 들어맞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아무리 전력이 열세고, 점수가 뒤지고 있어도 그냥 밀리거나 질 것 같은 느낌이 없었다.
선수들에게서 말그대로 "기세"가 느껴지고, 화면을 통해 보고 있는 나도 묘하게 거기에 감응을 하고, 진짜 하늘이 감동이라도 하는지 우연과 운과 필사적인 모습이 혼연일체가 되어 기적을 만들어내는 게 있었다.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패배를 하더라도, 뭔가 아쉽지만 '졌잘싸'가 절로 나오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7-3
아마 껌백호 사건이 도미니카 전이었나? 지고 있었던 상황이었을텐데, 확실히 그 날은 뭔가 보면서도 쳐지는 느낌이었다.
예전 국가대표에서 항상 느껴졌던 "기세"가 완전히 절멸한 느낌.
그런 와중에 카메라가 강백호 선수의 더러운 껌 씹기를 비추고 있고, 팩사장의 안타까움이 가득한 멘트가 딱 그 장면을 향한 덕분에 대한민국 여론 특유의 '타겟팅'이 시작되어 버린 것.
#7-4
팩사장은 충분히 할 말을 한 것 같다. 야구가 아무리 과학이라지만, 반쯤은 정신의 싸움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뭔가 맥이 탁 빠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응원이 기분이 별로 나지는 않는다.
선수들에게서 풍기는 기세가 있어야 '스코어 보드든 볼 카운트든 숫자로 표시된 것은 그냥 숫자일 뿐이다, 어디 한 번 가보자!'하는 힘찬 응원이 가능하니까.
#7-5
문제는 그 다음이다.
껌 씹는 장면 하나 때문에, 성리학을 빼놓고 인성을 이야기할 수 없는데도 성리학도 모르면서 인성이 어쩌고 하는 괴상한 인성론자들부터 시작해서,
관상은 영화 말고는 잘 모를 것 같이 생긴 관상론자들까지 다 튀어나와서 논지를 알 수 없는 비난을 맹폭하는 걸 보고 있으니 어이가 없었다.
#8-1
그게 잊혀질 만하고, 적당히 캐릭터화될 무렵 WBC 호주전.
전준우의 빠던 이후로 전세계 야구팬에게 강렬한 장면을 선사한 세레모니 아웃 사건 덕분에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하필 후속 타자의 안타가 있어서, 그 행동은 단순한 아마추어성 본헤드가 아니라 거의 매국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8-2
그 다음 한일전에서 베이스를 꾹 밟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사건은 강백호 선수 커리에어 있어 길이 남을 흑역사 정도로 마무리될 거 같았는데...
#9-1
최근 있었던 오재원 해설위원의 팩사장님 저격 때문에 한 번 더 회자된 게 문제였다고 본다.
껌백호 사건이야 당시에는 엄청 임팩트가 있었지만, 이미 그 임팩트는 일반인들에게는 잦아든지 꽤 됐고,
야구를 좀 하드하게 보는 팬들 사이에서는 여론이랑 반대 흐름이 형성된 지 엄청 오래된 상황인데...
#9-2
오재원이 선수들의 입장도 대변하면서 시청자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돕는 해설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하면 되는 것을, 그냥 팩사장을 까고 난 다음에 거기에 덧붙이는 근거 정도로 사용을 했으니......
오재원이 누군지는 몰라도 박찬호는 아는 비야구팬들에게 내용이 통째로 환기되면서 자연스럽게 껌백호가 소환되고 만 것.
#9-3
진짜 선수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워딩이라도 잘 짰어야 하는데,
박찬호 싫다고 던지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식으로 덧붙이니까, 그냥 박찬호를 까기 위한 논리로 이용된 느낌만 받았다.
#10
그렇게 장작 다 쌓인 상황에서, 강백호 선수의 '아리랑 송구'라는 아마추어급 플레이가 크게 주목을 받으면서 언론의 집단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스토리텔링하기 좋은 스토리들이 잔뜩 있는 선수인데다가,
WBC는 시간상 별로 멀지 않고, 도쿄올림픽은 오재원의 박찬호 저격으로 다시 한 번 기억 속에서 부활한 상황.
요즘 유튜버 렉카들하고 조회수 경쟁하는 언론들 입장에서는 이야기하기 좋은 소재가 넝쿨째로 굴러온 셈이다.
#11
게다가 KT가 순위에서 제대로 바닥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보이니까 세트로 묶어서 이야기하면 그림이 괜찮게 나오겠다는 판단을 했겠지.
#12
KT가 강력하게 강백호를 지명하고자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강백호가 최고참 베테랑 선수도 아니고.
작년 시즌 OPS를 처참하게 말아먹을 정도로 커리어 로우를 찍기는 했지만 올시즌은 그럭저럭 괜찮던데? 이걸 리스크라고 불러야 할 정도면, KBO 개그 수비 보여주는 선수들은?
#13-1
언론이 야구를 모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일단, KT의 문제는 강백호에게 있지 않다. 아무리 봐도.
그리고 지금 순위에서 KT가 제일 바닥에 있지만 내가 봤을 때는 키움이 더 심각한 문제다.
KT에 강백호가 있다면 키움에는 이정후가 있는데,
MLB 어쩌고 하면서 온갖 데에 얼굴을 비췄던 이정후가 맥커터 역할 제대로 하던데... 이것도 리스크일까?
#13-2
어제 롯데-키움도 "와 씨 지겠는데" 소리했는데, 임병욱 다음 타자 이정후인 거 보고 안심을 했다.
현재 이정후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딱 그 정도다.
지금 키움이 제일 경기수가 많아서 10위로 딸려내려갈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데,
만약 키움 바닥 찍으면 지금 강백호 까는 것처럼 이정후를 깔 예정인지, 강백호를 까는 언론들한테 물어보고 싶다.
심지어 껌백호 있었던 그 경기는 이정후도 열심히 병살을 쳐댔고, 또 원흉은 오승환이었잖아?
#14
솔직히 롯데가 올 시즌도 말아먹으면 올해는 야구를 아예 안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사실 타팀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안 갖고 있었는데,
아직 파릇파릇한 선수가 야구 외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고 이렇게 이지메를 당하고 있는 게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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