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이번 달 말에 처가를 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예정대로 흘러가는 게 없다.
이번주 금요일에 올라가는 것으로 일정을 바꾸었다.
그러다보니, 약간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오늘 오전에 완탕면집에서 식사하기 전에도 어딜 좀 들렀다가,
완탕면 리뷰를 하고 나서도 이리저리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다.
Đống Đa 길과 Trần Nguyên Hãn이 만나는 곳의 한쪽 모퉁이에 바나나튀김 집이 하나 있다.
여기도 저번에 한 번 사먹으려고 띠엔이랑 갔는데,
하필 장사 끝난 시간이어서 실패.
오늘 마침 이쪽을 지나가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바나나튀김을 사는 게 보였다.
나도 지나가다가 구매를 했는데,
일단 먹기도 전부터 다신 안 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외국인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보니, 외국인 맞춤으로 친절 응대를 하시는 것까지는 기분이 좋았는데,
내가 못 들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아님 무슨 의도인지는 모르겠는데,
나를 가리켜 '중국인이네(Người Trung Quốc)'하는 소리를 들은 순간 기분이 팍 가라앉았다.
기분이 팍 가라앉고 나니까, 평이 박해지기 시작했다.
일단 튀김은 맛있긴 한데, 씹었을 때 안쪽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바나나도 많이 아낀 느낌이 들었다.
그냥 1만동 값어치정도는 했다. 로 마무리해야지.
베트남 여행 필수 코스로 꽁카페(Cộng cafe)가 많이 언급되지만, 냐짱에서는 꽁카페보다는 CCCP가 더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사실 이걸 씨씨씨피라고 발음하지만, 정확히 하자면 이건 러시아어다.
СССР, Союз Советских Социалистических Республик의 줄임말로 '소비에트 연방'을 의미한다.
러시아어를 잠깐 배우고 그만둔지 한참 되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С라는 러시아어 알파벳은 영어로 치면 S발음이 나던가? 그렇고, Р는 영어로 치면 R발음에 가까운 것으로 기억한다.
그게 별로 중요한 건 아니지. 베트남 사람들도 그냥 영어처럼 발음하던데. СССР가 '소련'을 뜻한다는 걸 모르는 베트남 사람도 많더라.
컨셉이 베트남 군대 스타일인 것도 그 때문이다.
아무튼 원래는 Gốc Hà Nội 맞은편 자리에만 있었는데,
워낙 관광객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서 근처에 지점을 하나 더 냈다. 그래서 Hồng Bằng 길에 위치한 곳까지 총 두 곳.
나는 CCCP 본점을 싫어한다.
일단 공간이 불편하고, 직원이 불친절한 게 팍팍 느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가 도대체 왜 유명해진 거야?'라는 느낌마저 들게 만들었던 곳.
게다가 관광객들마저 바글바글하니까, '저긴 오로지 관광객용이다'하고 신경쓰지 않게 된 곳.
반면 Hồng Bằng 길의 지점은 공간도 편하고, 직원들도 괜찮아서 마음에 들던 곳이다.
하지만 브랜드 네임 때문에 관광객이 너무 많고, 그러한 관광객들로 인해 생기는 불편함이 너무 많이 생기는 곳이라는 점...
한국에 살 때도,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들을 자주 접하곤 했다.
그때는 '관광이 주 수입원인 도시에서 너무 볼멘소리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반성합니다.
내가 그런 걸 느끼는 사람이 될 줄이야.
Hồng Bằng 지점은 내 입장에선 '불편을 감수하고도 갈 만한 곳' 같은 곳이었는데, 이젠 '저긴 그냥 관광객을 위한 곳'이 되어버렸다.
'베트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429. 베트남 연휴의 시작(그리고 다시 퍼지는 코로나) (0) | 2023.04.29 |
---|---|
230419. 푹푹 찌고 있는 베트남 닥락성 (0) | 2023.04.19 |
230406. 냐짱(나트랑)에 중국인이 오게 되면? (0) | 2023.04.07 |
230403. 이웃집의 안타까운 소식 (0) | 2023.04.03 |
230402. 인간 알레르기가 더욱 심해진 날 (6) | 2023.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