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알레르기'라는 말이 있다.
오카다 다카시의 책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에서 본 말인데
내가 베트남에 정착을 시작한 이래로 이 인간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고 있다.
처음에는 그 증상이 엄청 심하진 않았는데, 작년 이래로 '인간 알레르기' 반응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최근에 아내에게 집중하는 기간에는 좀 잠잠했었는데,
아내가 처가에 먼저 가고
내가 여기서 이것저것 하는 동안 몇 가지 사건들 때문에 다시 반응이 생겼다.
사실 1일 축제 때부터 시작되었고 오늘 절정에 이르렀다.
1.
축제 때 있었던 일은 기록할 가치도 없다.
지금까지 겪은 베트남 사람의 한 80%는,
본인이 타인을 위해서 예절이나 질서를 지켜야 할 때는 100이 기준치면 30~40정도만 하면서,
타인이 본인을 위해서 예절이나 질서를 지켜야 할 때는 140을 요구하는 사람들이고
사리나 상식에 안 맞는 짓을 할 때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떼를 지어서 하고,
만약 외국인과 문제가 생기면 자기들의 잘못이 명백함에도 모든 베트남 사람이 떼를 지어서 사리에 안 맞는 개소리와 더불어 폭력까지 감행하니까.
뭐... 그런가보다 했다. 그냥 속으로 비웃고 무시하는 게 상책이라.
오전에 잠결에 내가 들어가 있는 한베가족 오픈채팅방을 보니까 누가 부이비엔에서 베트남인들에게 다구리를 당했는데 역으로 가해자 취급을 받았다고.
2.
오늘은 막김치를 담그려고 계획한 날이다.
냐짱에서 배추는 그나마 Co.op마트가 제일 나아서 오전에 마트를 가려고 나왔다.
(참고로, Co.op 마트는 베트남에서 '껍 마트'라는 식으로 발음한다)
아내를 처가에 보내고 오토바이도 반납했기 때문에, 그랩을 탈 수밖에 없었다.
내 최근 기록 제일 위에 Co.op Mart가 있다.
옆에 주소로 2 Lê Hồng Phong이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말 가끔, 그랩은 위치를 잘못 지정해놓는 경우가 있어서 위치를 살펴보았다.
제대로 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랩 기사가 잡혔는데, 별점이 4.9여서 처음부터 불안했다.
냐짱의 그랩 기사는 별점 인플레가 너무 심해서 5개 아니면 뭔가 미묘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아무튼...나한테 2 Lê Hồng Phong 가는 거 맞냐고 물었다.
당연히 늘 확인하는 거니까 그렇다고 했다.
정확한 주소는 모르지만, 그랩 상에 Co.opmart라고 되어 있으며, 기사가 보는 그랩 맵에도 지도가 다 나오고 있으니까 그런가보다 했지.
지도에 트래킹되어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위쪽에 기차 건널목 있는 데까지 갔다가 다시 내려왔다.
주소상 건널목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이 1번과 2번이었던 것이다.
Co.opmart를 신경 안 쓰고 주소만 보고 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기사는 절대 그런 게 아니다. 내가 Co.opmart를 갈 걸 뻔히 알았다.
왜냐하면 2 Lê Hồng Phong에 해당하는 건물에 안 내려주고, 그 건물이 보이는 반대편 길가에 세운 다음에 저기가 2 Lê Hồng Phong이라면서 쳐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놀리듯이 '너 Co.opmart 가려는 거지? 2 Lê Hồng Phong은 여기야' 어쩌고 하면서.
내가 그랩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뭐라고 막 하니까, 그랩이 잘못된 거라고.
아니, 알고 있으면 왜 거기로 안 가고 굳이 2 Lê Hồng Phong을 간 건지?
그냥 내릴까 했는데, 선심 쓰는 것마냥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그랩상으로는 당연하게 Co.opmart 앞에 내려줘야 하는 걸 온갖 생색이란 생색은...
길을 타고 내려가는 내도록 주소 강의를 시작했다.
어이가 없네.
그랩 기사 새끼들 우리집 주소 아무리 불러줘도 제대로 찾아 오지도 못하는데 무슨 주소가 어쩌고 거리고 있는지.
내리는 순간에도 주소 보라고 어쩌고저쩌고 하길래 그냥 무시했다.
베트남은 프랜차이즈 서비스라도 지역적인 차이가 많이 나서, 지방에서는 '이게 같은 브랜드 맞아?'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데,
그랩 역시도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 냐짱은 호치민이랑 비교하면 그냥 다른 나라 같은 느낌(더 후진국 느낌...)
진짜 이젠 지겨워 죽겠다.
3.
오전에 Co.opmart 말고도 줄줄이 온갖 일이 생겼다. 진짜 하루 종일 인간 혐오 스택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냥 불운 그 자체인 일도 생겨버렸다.
오늘 김치를 담그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배추된장국을 끓인 다음, 스팸 남겨 놓은 걸 구우려고 팬을 달구고 환풍기를 틀었는데
갑자기 사진처럼 환풍기가 툭 떨어졌다.
벗겨진 페인트가 팬이나 국 냄비에 들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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