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한국의 비빔국수처럼 비벼먹는 베트남 쌀국수하면 'Phở trộn' 같은 것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Phở khô라는 음식도 존재한다.
냐짱에는 꽤 유명한 phở khô 가게가 있다.
Phở Hưng Huỳnh이라는 곳.
냐짱에 오고 나서부터 계속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방문하게 되었다.
구글맵 평점이 괜찮아서 그런지, 구글맵을 보고 방문하셨던 관광객 분들도 꽤 되는 듯하다.
일단 이 가게는 냐짱에 1호점과 2호점이 있다.
※ 개인적인 평점 : ★★★★☆(4/5)
2호점 기준. 1호점은 아직 모르겠다.
※ 평점 사유
1) 직원들의 친절함 : 헤매는 걸 보자마자 와서, 설명을 곁들이며 비벼주는 센스. 고객이 전화통화하면서 부르는 호칭에도 반응하는 고객지향성.
2) 국물 맛 : 국수는 "와 존맛탱" 소리는 안 나왔지만, 국물은 "와 괜찮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렇다고 맛이 압도적이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3) 깔끔 : 가게 전반적인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청결하게 잘 유지한다는 점. 아내는 본인이 음식 리뷰하는 컨텐츠를 만들던 사람이니, 역으로 지적당하지 않으려면 엄청 신경을 써야할 거라고 했다. 그런 부분이 영향을 끼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4) 색다름 : 처음 접한 음식인데, 실망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좋은 평가에 한몫을 했다. 보통 음식 선택에 있어 보수적인 이유는 색다르면 실패할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해 기본 별점 3개에서 추가로 하나를 더했다.
(평점의 기본 : 2023.03.21 - [분류 전체보기] - 후기의 별점 조정)
※ 지도
▶ 1호점 : 56C Đống Đa (썸머이 재래시장 근처, 한주 k-food 있는 길)
▶ 2호점 : 17 Hai Bà Trưng (덤 재래시장 근처)
우리가 방문한 곳은 2호점이다.
가게 간판에 어떤 아저씨 얼굴이 그려져있다.
가게 안 TV모니터 속의 영상에서 계속 모습을 비추는 이 사람, 바로 창업자인 Hưng Huỳnh씨다.
가게 이름 아래에 조그맣게 'Đặc sản Gia Lai(Gia Lai 지방의 특산)'이라고 쓰여있다.
그렇다.
창업자는 Gia Lai 사람이며, 이 음식은 Gia Lai의 음식이다.
그리고 창업자인 Hưng Huỳnh 씨는 베트남에서 꽤나 유명한 인플루언서이다.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며
아내에게 물어보니 자전거 타고 베트남 전국을 돌아다니며 음식점 리뷰를 하는, 그런 류의 컨텐츠를 만든다고 한다.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데, 1호점과 2호점의 브레이크 타임이 다르다.
2호점은 13시부터 16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
내가 자리에 앉으니, 바로 영어 메뉴판을 가져다 주었다.
난 오히려 영어 메뉴판 보면 헷갈리는 사람인데;;
그래도 주셨으니 일단 구경은 해보았다.
친절하게 이 음식에 대한 설명이 메뉴판에 담겨있다. Phở khô라는 이름의 khô는 '말리다'여서 정확히는 비빔국수가 아니고 '마른 국수'인 셈.
Gia Lai(자 라이) 성은 닥락성의 북쪽에 붙어있는 성이다. 베트남 중부가 보통 베트남 소수 민족들의 전통적인 터전이다 보니, Gia Lai도 소수 민족들의 색채가 많이 남아 있다. 이 아저씨의 머리 수건이 바로 전통 복장의 일부.
이 내용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Phở khô는 2개의 그릇이 나온다. 하나는 면, 하나는 국물. 기존의 베트남 쌀국수를 두 부분으로 나눈 셈.
※ 참고할 점은 각 메뉴에서 국수는 동일하다. 달라지는 것은 국물 안에 들어가는 것. Beef니 Pork니 Chicken이니 하는 것은 전부 국물의 건더기다. Pork는 그냥 돼지고기 아니고 '뼈'라는 점.
추가 메뉴 부분인데, 이건 사이드 디쉬의 개념이 아니라
국수에 들어가는 종류나 국을 추가하는 것이다.
영어 메뉴판에는 Pho만 써놓더니, 베트남어 메뉴판은 Phở khô를 다 써놨네.
드링크 부분이 굉장히 다르다.
아마 외국인 맞춤으로 음료의 종류를 더 다양하게 갖춰 놓은 듯하다.
보통 베트남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냉차(trà đá)면 충분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지금 다시 보니까 사이드도 좀 다르네? 튀긴 샬롯이나 다진 고기 소스? 찢은 닭고기? 이런 게 없네?
또 영어 메뉴판에는 안 보이던 설명. 테이블 위에 있는 소스 종류나 쌀국수에 들어가는 샬롯 튀김 같은 종류들은 모두 직접 제작한다는 것.
벽면에 '드시는 방법'이 적혀있다.
여기 자주 오는 손님들은 그냥 앉아서 바로 주문하고, 음식 나오자마자 머뭇거림 없이 그냥 휙휙 만들어 먹는데, 우리는 이걸 보고 허둥대고 있으니, 가게 직원이 와서 친절하게 국수를 비벼주고, 먹는 걸 안내해주었다.
간단하다, 세 종류의 소스를 넣고 내용물들이 소스와 잘 버무려지게 비빈 후, 면을 먹으면서 국물을 떠먹으면 되는 것.
테이블 한 켠에 수저와 소스들, 냉차가 보인다.
소스통에 담긴 3개의 소스와 숟가락으로 퍼는 사떼(Sa tế) 소스가 보인다.
사떼 소스를 제외하고 오른쪽의 세 가지는 간장, 칠리 소스(tương ớt), 해선장 소스(tương đen)이다.
오른쪽 3가지를 적절하게 넣고 비비면 되고, 매콤하게 먹고 싶으면 사떼를 넣으면 된다.
직원도 우리 두 사람의 국수를 비벼줄 때 맵게 먹을 건지 아닌지를 물었다. 아내는 사떼를 넣지 않고, 나는 넣었다.
이렇게 비빈 국수를 국물과 먹으면 된다. 나온 채소는 취향에 따라서 넣으면 된다.
나는 중간에 더 맵게 하고 싶어서 사떼를 팍팍 넣었다.
베트남에 오면 우리가 '고수'라고 부르는 향채 외에도 온갖 종류의 향채를 볼 수 있다. 채소 모둠에는 그런 것들이 뒤섞여 있으니까 잘 골라서 넣으면 된다.
그리고 면에는 처음부터 '고수'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처음 주문할 때 요청을 하든, 나중에 골라내든 하면 된다.
면은 얇은 남부식 면이다. Gia Lai의 특산이니 북부식 넓은 면이 나오면 그거대로 이상하긴 하지.
우리 둘 다 special을 시켜서 그런지 국물의 건더기는 소고기와 소고기볼, 큼지막한 돼지뼈로 구성되어 있었다.
뼈를 잘 못 삶아서 잡내가 나고 맛이 엉망인 곳들도 많은데, 여기는 그런 거 없다.
한창 먹고 있을 때 들어온 서양인 한 사람은 여기가 익숙한지 앉자마자 바로 주문을 했다.
보니까 국수에 추가할 사이드들도 여러 가지 주문을 하던데.
사이드 종류가 베트남어 메뉴판이랑 살짝 다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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