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시 성매매 알선 혐의로 한국인이 잡혔다는 기사에 관해

베트남 쪽에서 뉴스 기사가 폭주하다보니 다들 한 마디씩하고, 한국 언론에도 나길래 나도 끄적여보려고 한다.
중간에 밥하고 마트 갔다오느라 너무 늦어져서 좀 그렇긴 하네 ㅎㅎ;;;
 

한국 명예 실추...호찌민서 성매매 알선 혐의로 한국 남성 3명 체포 - 아세안데일리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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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치민 시는 워낙 이런 쪽으로 유명한 동네이다.
아예 이런 목적으로 여행을 오는 경우도 많고,
사실 남부 지방은 물론이고 베트남에 중장기 거주하는 한인이라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는 영역이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가라오케건 불건전 마사지샵이건, 이런 쪽으로 말이다.

관심 밖의 영역이라도 한인 사회에 발을 살짝만 담가도 알 수밖에 없는 분야이고,
장기 거주하시는 여성분들 중에는 어지간한 남성들 뺨치게 이쪽 업계를 아시는 분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나는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은 셋 중 하나라고 본다 : 정보 없는 초단기 여행자 / 멍청이 / 음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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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링크를 건 아세안데일리 기사는 사진은 그대로 썼으면서 친절하게도 '김씨', '차씨', '이씨'라고 썼네.

Nhóm người Hàn Quốc điều hành đường dây bán dâm cho khách nước ngoài

베트남 공안 신문에는 친절하게 이름이 다 나온다.
그렇지만 내가 굳이 이름까지 옮기고 싶진 않다.
 
아무튼 이번에 잡힌 '갤러리'라는 '레스토랑(혹은 식당)'.
공안신문에서 'Nhà hàng'이라고 쓴 것 때문인지는 몰라도,
몇몇 베트남 이슈를 전문으로 다루는 개인과 뉴스 매체가 식당에서 비밀리에 어떻게 하는 것처럼 글을 쓰더라.
 
여기는 호치민 시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가라오케다.
얼마나 유명한지,

호치민 갤러리 가라오케 · 160Bis Đ. Bùi Thị Xuân, Phường Phạm Ngũ Lão, Quận 1, Thành phố Hồ Chí Mi

이렇게 구글맵에도 친절하게 '단란주점'으로 표기가 되어있고 평점도 야무지다.
1군에 위치한 Bùi Thị Xuân인데, 여행자 거리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
내가 듣기로도, 한국인과 관련이 된 무수히 많은 호치민 시 가라오케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그런데 왜 'Nhà hàng'이라고 쓴 것인가?
거기에 관한 이야기를 아는 대로 해보겠다.
 
사실 구체적이고 자세한 이야기들은 나도 잘은 모른다.
20년에 처음 호치민에 와서부터 지금까지 들었던 원론적인 이야기와 개별적 사례들 몇몇을 좀 들은 게 전부.
내가 할 이야기들을 '진짜 전문가'들이 읽어보면 굉장히 겉도는 내용들 뿐이라는 걸 파악하기 쉬울 것이다.
잘 모르는 분들이 내 이야기를 보면 '이 새끼도 뭐 있는 거 아냐?' 할 수는 있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본인이 잘 몰라도 주변에 전문가 한 분 있으면 글 보여주면서 여쭤보면 금방 탄로나다.
'얘는 어디서 줏어 들은 원론적인 이야기만 지껄이는 구만. 안에 알맹이가 없어'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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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가 흔히 '가라오케'라고 부르는 형태의 업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사업자 등록 코드(mã ngành kinh doanh) 중 2가지는 꼭 있어야 한다고 알고 있다.
하나는 '가라오케'라는 형태의 업종을 가능하게 하는 '9329(Hoạt động vui chơi giải trí khác chưa được phân vào đâu)'이고, 다른 하나는 가라오케 룸 내에서 주류의 판매를 가능하게 하는 '4723'이다(확인해봤는데 4633 아니고 4723이 맞다).
룸 형태에 대충 노래방 기계를 가져다 놓는 모습을 갖추려면 9329가 있어야 하고, '식당'이나 '바' 등의 형태가 아닌데 알콜이 든 음료를 판매하려면 '4723'이 필요하다.
만약 안에서 담배도 판다면 '4724'도 있어야 한다.
 
사업자 등록 코드 말고도 식품위생 허가증, 소방 허가증, 보안 및 질서 허가증, 환경보호서약서 등등에 건물 설계 제한, 노동자 관련 제한, 영업 시간 제한 등등의 복잡한 것들이 더 있어야 한다.
 
베트남 뉴스 기사에서부터 'nhà hang'이라고 나온 이유는 '세금 코드(mã số thuế)'가 올라간 회사가 '사업자 등록 코드'를 아마도 '식당 영업'과 관련된 '5610'을 들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그나마 복잡하지 않은 사업자 코드가 5610이니까 이걸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가게들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공안도 그거 일일이 하나하나 다 조사하고 처벌하고 하면 행정력, 경찰력, 시간 낭비라는 걸 아니까 적당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너 이거이거 걸리는 것 같은데 본격적으로 조사 한 번 받아볼래?'로 용돈을 버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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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업계에 빠삭하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갤러리 가라오케가 몇 달 전부터 표적이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 같다.
갤러리 가라오케가 아니더라도 이미 단속이 예견되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총영사관에서 공지한 '호치민시 공안청 외국인 임시거주신고 단속 관련 공지'가 바로 그런 종류다.
 

호치민시 공안청 외국인 임시거주신고 단속 관련 공지 상세보기|안전여행/생활정보주호치민 대

외국인 임시거주신고 단속?
이건 평범한 단기 여행자들한테 하는 경고가 아니다.
보통 호텔이든 에어비앤비든 '숙박업'을 하는 호스트들은 예약자들 정보를 받으면 알아서 땀쭈 등록을 해준다.
인원수와 신상 정보에 오류만 없다면 게스트든 호스트든 문제될 영역이 전혀 없다.
(심지어 인사대 앞 하숙집에서도 땀쭈 등록을 다 해주시는데...)
이 공고문의 핵심은 '외국인 관련 범죄활동 증가'와 '합법적인 체류비자 소지 여부'다.
이건 그 전까지 어느 정도 눈을 감아주던 '체류 목적에 안 맞는 비자로, 비정상적인 영리활동을 하는 영역'을 잡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사실 '성매매'로 체포를 한다는 건 돈을 주고 받은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 현장을 바로 코앞에서 급습하는 게 아니면 굉장히 애매한 영역이다.
그래서 보통 성매매의 연결고리가 되는 '불법 가라오케'와 여기에서 일하는 사람의 '비자', 아니면 '풍선이나 마약성 캔디' 등에서 시작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공고문은 굉장히 '친절(?)'한 것이다.
우리가 너 잡을 테니까 알아서 몸 사리렴~하고 미리 알려준 셈.
 
내가 예전에 듣기로는 '외국인을 상대로한 불법 단속'의 계획이 세워지면 대충 영사관에 슬쩍 이야기가 들어간다고 하던데.
이건 '손님'으로 업소를 이용하다가 현장에서 잡히는 사람이 생길 경우 영사관하고 적당히 협의해서 '추방'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게 미리 알려주는 거라고 들었는데 맞는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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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신문에 공개된 가라오케의 영업 사진이다.
나는 이 사진을 보고 '대략 언제부터 언제까지 공안들 집중 단속이 있을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이미 전해져서 몸을 사리며 영업을 하나 보다'하는 생각을 했다.
공안에서도 작정을 한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갤러리 측에서 방심을 한 부분도 있는 것 같고(신문 기사에 이런 사진이 올라올 정도면), 대처에서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이번에 "대대적 단속"은 단순히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업소 하나를 타겟으로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몇 군데가 더 잡혔고 해결을 원만히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비슷한 시기에 대만-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중국 가라오케 하나, 그리고 베트남인을 주로 대상으로 하는 로컬 가라오케 5곳도 잡혔다.
 

Ổ mại dâm cho người nước ngoài tại nhà hàng Song Song

 
이 기사는 대만-중국인을 주고객층으로 하는 '송송(Song Song) 가라오케'에 대한 기사이다.
한국의 기사는 동업자인 "마담"들은 물론이고 한국인 3명까지 줄줄이 '포토존'에 섰고, 위의 사진처럼 몸을 사리며 영업중인 가게의 모습이 찍힌 사진 등 아주 뿌리를 뽑는 듯한 느낌인데 반하여,
바로 위의 기사인 '송송 가라오케'는 기사의 구성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과 묘하게 다르다.
 
일단 이번에 체포된 '총관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은 '대만인'인데, 내가 들은 바로는 이 사람이 주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름도 언급이 안 되고 '아내'와 다른 새끼 마담들에서 정리가 되었다.
사진도 이 3명이 끝이네?
 

Nhiều sai phạm tại 5 cơ sở karaoke không phép ở trung tâm TP Hồ Chí Minh

이 기사는 '허가 받지 않은 가라오케' 다섯 곳을 조사한 내용이다.
여기는 '성매매'에 대한 내용이 없다. 심지어 업주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전부 현장의 '여성 직원들'과 웨이터로 보이는 남성 1명에 대한 사진이 끝이다.
성매매가 없었을 가능성? 그럴리가.
기사에 등장한 다섯 곳 중에 'Công ty TNHH nhà hàng Dubai'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여기다.

호치민 두바이 가라오케 (Dubai business Club) · 16 Mạc Thị Bưởi, P. Phú Thuận, Quận 1, Thành phố Hồ C

 
기사를 대충 읽어보니, 이 다섯 곳은 '여성 종업원들의 숫자가 기준치보다 많음', '영업시간 미준수'라든가, '전자 설비와 조명, 의자 등의 화재취약성' 등 면허는 있지만 규정을 어긴 것을 지적한 곳도 있고, '가라오케 면허가 없는데 불법으로 장사함' 정도로 끝이 났다.
위의 로컬 다섯 곳 같은 경우는 21과 22일에 현장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기사가 25일에 나왔다.
사실 이번에 기사가 뜬 곳들 모두 실제 조사 날짜와 보도 자료가 배포된 날짜에 며칠 간의 갭이 있다.
분명 그 사이에 어느 정도의 조율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는데... '갤러리 가라오케' 같은 경우는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는 게... 아마도 뭔가가 더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6>

호치민 시 중심가를 야간에 돌아다니면 정말 별의 별 꼴을 다 볼 수 있다.
호치민 시에 처음 와 본 사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이고 대놓고 버젓이 잘 영업하는 중인데
공안이 장님이 아니고서야 평소에 가만히 두는 건 다 '눈감아주기'다.
간혹 이렇게 대대적인 단속 혹은 소탕을 하는 데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해당 가라오케의 뒷배가 되는 라인의 정파싸움 결과라든가, 공안부에서 실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만한 상대를 골라잡았다라든가, 그도 아니면 돈이 필요해서 돈을 요구하기 위해라든가의 식으로 설명들을 하신다.
들어보면 하나 같이 일리가 있는 말들인데, 일단 나는 이번 경우에 한해서만은 좀 다르게 생각한다.
 
첫째로 '돈'이 이유일 가능성은 지극히 적다고 본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결과, 돈이 필요한 경우였다면 완전 소수의 직접 행동 + 무마 가능 라인 정도가 원팀으로 소리소문 안나게 툭 치고 빠지는 정도다. 내 아내가 봤던 경우도 그렇고... 일반적인 행색으로 손님으로 가장해 슬쩍 와서 탐문해본 다음, 구멍이 보인다 싶으면 그때 정복을 차려입고 등장해서 이거 내놔봐라 저거 내놔봐라 하면서 압박을 넣지 이렇게 대대적으로 움직이진 않더라.
그리고 움직임의 종착지가 돈이라면, 절대 이렇게 기사로 안 나온다.
 
둘째로 정파 싸움의 일종이라 자금줄이 되는 곳을 흔들기 위해서라면 전초전이 몇 차례 있었을 것이다. 이미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어야 정상일텐데 이건 그런 기미는 없었던 걸로 안다.
 
셋째로 공안부의 실적을 거론하는 건. 흠... 이건 좀 복잡한데. 공산주의 국가에서 '정부 기관으로서의 실적'은 별 의미가 없다. 그리고 그걸 개인이 유능함을 보여주기 위해서 주도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공산주의 국가는 '당이 영도'하는 체제이다. 뭔가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는데, 정부 기관의 이름이 앞에 걸려있다? 무조건 뒤에는 당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중앙당이.
 
나는 한국 가라오케 단속 기사 말고 줄줄이 사탕으로 대만 가라오케, 로컬 가라오케 등의 이야기가 한 번에 나오는 것을 보고 중앙당에서 뭔가 있지 않은 한 이런 일은 성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중앙당과 공안부 간의 뭔가가 있을텐데...
그래서 일단 이 기사에 주목했다.
 

Công an TP Hồ Chí Minh nỗ lực thực hiện Nghị quyết số 12-NQ/TW

호치민 시 공안이 뭔가를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타이틀의 기사는 '뭔가 문제가 있구나'하는 걸 반증하는 기사인데...
심지어 그 실행한다는 대상이 '중앙당 의결 12호'네?
와 ㅅㅂ 얼마나 안 했으면 '하려고 노력하겠다'는 게 기사로 나오냐.
 
그래서 중앙당 정치부의 의결 12호를 살펴보았다.
 

News - Ủy ban MTTQ tỉnh Bắc Ninh - Cổng thông tin điện tử tỉnh Bắc Ninh

2022년 3월 16일에 나온 의결이며 의제는 "Đẩy mạnh xây dựng lực lượng Công an nhân dân thật sự trong sạch, vững mạnh, chính quy, tinh nhuệ, hiện đại, đáp ứng yêu cầu, nhiệm vụ trong tình hình mới(새로운 상황 속에서 실로 투명하고 강건하며 규범을 갖추고 정예화되며, 현대적이고 임무와 요구에 부합하는 인민 공안의 역량을 세울 것을 강력히 추진)"이다.

의제의 이름부터가 이미 '공안은 x됐다'는 게 느껴진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

Hội nghị quán triệt Quyết định số 90 của Ban Bí thư; đánh giá kết quả 01 năm thực hiện Nghị quy

올해 3월 20일.

중앙공안당위에서 점검한 몇 가지 사항들 중에 '중앙당 의결 12호의 1년 간 성과 평가'가 있었다.

내 생각엔 이게 기점인 듯하다.

분명 여기에서 털렸던 게 틀림없다.

의결을 잘 수행하겠다는 게 기사화가 되었다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수행하겠습니다'가 기사화된 날짜는 6월 29일.

 

내년에도 분명 성과 보고를 할 텐데, 그때까지는 빡셀 것으로 판단한다.

보통 각 Quận급의 공안이 나설 일을 PC02가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뭔가 묘하다고는 생각했는데 ㅎㅎ

 

아, 어떤 분들은 궁금해하실 수도 있어서...

마약 범죄 담당은 PC02가 아니라 PC04다.

PC02는 '사회 질서에 관한 범죄 조사(điều tra tội phạm về trật tự xã hội)' 담당이다.

PC02의 업무 범위 중에 공공안전 범죄, 공공질서 범죄, 행정관리질서 범죄, 사법활동 관련 범죄가 있으니 업무 범위 안에 있기는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