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본 지 좀 된 기사인데, 워낙 다루고 싶은 주제들이 많아서 순위가 밀렸다.
호치민 시와 동나이 성에서 생산된 '가짜 커피'를 닥락성으로 가지고 와서 생산지 갈이를 하려다가 닥락성 공안에 잡혔다는 소식이다.
저번에 하린이 여권을 찾으러 갔을 때, 띠엔을 도와주시러 장모님께서 내려오셨다.
금요일이 여권을 찾는 날이어서 목요일 밤 버스를 타고 호치민 시에 갔다가, 금요일 밤 버스를 타고 토요일 새벽에 냐짱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장모님께서 처음 냐짱 내려오실 때는 일요일에 다시 귀가하시는 걸로 예정했었는데, 갑자기 토요일 점심 때 돌아가시기로 결정했다. 이유인즉슨 그때 커피 농장에 할 일이 많아서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이시라고.
커피 농장만으로도 일이 번거롭지만 커피를 수확하기 전까지 당장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다른 일들도 병행을 하셔야 한다.
생산에서 가공까지 다 하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설비를 갖추는 것과 그 설비를 운용할 공간 등의 아주 복잡한 문제가 있다. 그리고 일손도 많이 들고.
커피 수확철에 장인어른댁 바로 앞집에 매일 커피를 볶는데, 굉장히 이기적이게도 커피 볶는 공간을 대문 옆에다가 만들어 두어서 커피 연기의 그을음과 냄새가 주변 집들에게 항상 피해를 끼친다.
아무튼 모든 농민들이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생산부터 가공까지 전부 할 수는 없지만, 커피를 수확하는 노고에 비해 수매 가격이 워낙 낮아서(주변에 죄다 커피 나무를 키우니까...) 굉장히 고단하다.
그런 과정을 어느 정도 본 나로서는 이런 기사를 보면 빡이 친다.
커피 하나로 겨우 먹고 사는 동네가 닥락성인데 사이공, 동나이 깡통 놈들이 생산지 바꿔치기 하려고 여길 이용해? 양심 보소?
사실 '가짜 커피'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아래 링크는 2016년 VOV의 기사이다.
'가짜 커피'가 만연해 있다며, 마시는 사람에게 큰 위험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기사다.
이때 당시에 사이공, 하노이, 빈즈엉 성, 속짱 성에서 소모되는 커피들을 조사했는데 거진 30%가 카페인 함량이 낮은 가짜 커피였다고 한다.
카페인 함량이 낮다는 말에 '디카페인 커피'가 떠오르겠지만, 이게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과정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커피라면 얼마나 좋을까.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 생두에 증기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카페인을 추출하지만 이건 완전히 다른 방식이다. 커피를 사용하지 않으니까 '가짜 커피'라고 불리는 것이다.
대두나 옥수수를 사용하는데, 보통은 대두의 가격이 더 싸서 대두를 사용한다. 아니면 혼합.
여기에 화학 성분이 점철된 향료와 커피 찌거기들을 이용해 태우듯이 볶으면 끝이다.
보통은 진짜 커피와 가짜 커피 상품이 혼재가 되어 있고, 작은 카페든 길거리 가판대든 가루로 된 커피를 대량 구매를 한 다음 커피를 미리 내려서 병에 담아서 냉장 보관을 했다가,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미리 내린 커피에 설탕이나 연유를 넣어서 거품이 날 정도로 휙휙 저은 다음 얼음을 담아서 낸다.
어지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가짜 커피가 만연하게 된 데에는 베트남인들이 좋아하는 커피 취향이 한몫을 했다.
보통 커피를 좋아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포인트로 꼽는 4가지 특이점이 있다.
“đặc, đắng, sánh, bọt”이라고 부르는 게 그것이다.
- đặc은 진한 것을 말한다.
- đắng은 쓴 맛을 말하는 것이고,
- sánh은 보통 đặc과 같이 쓰여서 'sánh đặc'으로 많이 쓰는데, 너무 진해서 약간의 끈적이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을 sánh이라고 한다.
- bọt은 커피가 내는 거품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블랙(cà phê đen)이든 연유 커피(cà phê sữa)든 이렇게 위에 거품이 뜨지 않으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진짜로.
그런데 진짜 커피만 가지고는 이 4가지의 느낌을 충분하게 끌어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대중의 일반적인 기호에 맞추기 위해서 커피에 이것저것 재료를 섞어서 이 느낌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커피를 탈 때가 아니라, 커피 자체에 뭔가를 섞기 시작하니까 관리가 안 되기 시작하고
여기에 대가리를 굴리는 사람들이 등장해, 커피에 뭘 섞어서 탈 게 아니라 다른 가루에 카페인이나 이런저런 것들을 섞어서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이 가짜 커피는 제조 과정 자체를 모르니까 위생이 담보가 안 된다. 특히 검은색이라는 건......
게다가 여기에 커피의 느낌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화학물질 성분이 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다. 뭘 넣었는지 모르니 먹었을 때 무슨 문제가 발생할지는 더더욱 모르는 것이다.
하도 문제가 되니까 종종 '진짜 커피와 가짜 커피를 구분하는 방법/팁' 같은 기사, 포스팅 들이 등장한다.
이건 2018년 Vietnamnet 기사다. 어떤 식으로 가짜 커피를 판별하는지, 손으로 만져보고 향을 맡아보는 등의 팁을 소개하는 기사다.
이건 커피 전문 브랜드인 'Buôn Mê coffee'에서 공유한 글이다.
아무것도 타지 않은 커피일 때, 진짜 커피와 가짜 커피를 구분하는 10가지 방법을 소개한 것이다.
아래 사진들은 해당 내용을 일부이다.
글의 내용들만 보면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나처럼 커피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마셔서 얼음만 남기는 사람에게는...흠...
말이 나와서, 보통 Phin을 통해 커피를 내리면 제일 위에 있는 'cà phê sữa'처럼 작은 잔에 딱 맞는 양이 나오는데, 나는 여기에 얼음을 타서 그냥 휙 마시고 처가에서도 그렇게 마셨더니 장인어른 장모님께서 굉장히 놀라셨다.
원래 Phin으로 나오는 양 1잔이면 보통 1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까지도 마시는 양이라고... 닥락에서 아무도 나처럼 안 마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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