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도네시아에 2-3 충격패!>
<전반전>
인도네시아가 선제골 기록. (9분, Komang)
베트남이 동점골 기록. (35분 Nguyen Van Tung)
<후반전>
인도네시아 역전골 작렬. (53분 Muhammad Ferarri)
베트남 다시 동점골. 인도네시아의 자책골. (78분 Amiruddin)
마지막 추가 시간에 인도네시아의 역전 결승골 작렬!(90+6 Muhammad Taufany)
유튜브 라이브 켜놓고 중간중간에 야구 결과 체크하면서 보느라 완전 집중은 안 했다.
그렇지만 전반 플레이하는 걸 보고 뭔가 삘이 왔다. 오늘 지겠군.
53분에 역전골 내줄 때, 그 골은 내줘서는 안 되는 골이었다. 스로인 상황이었는데, 첫 번째 골도 장거리 스로인으로 내줘놓고 똑같이 수비를 실패했다. 박항서 감독님 때도 종종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베트남 선수들은 세트피스를 쿨링 브레이크 정도로 생각하는지 그냥 자리에 서서 휴식을 취하고 수비에 집중을 안한다.. 그래서 세트피스만 내주면 공격수를 다 놓치고 공간까지 덤으로 내준다. 계속 그런 식으로 흐름을 인도네시아에게 내주고 있었다.
베트남에 운이 따르는지, 인도네시아의 퇴장이 있었다.
후반 2-2 동점골은 퇴장 이후 계속 되는 인도네시아의 우당탕당으로 인해 운좋게 들어간 자책골이었다. 이때만해도 '베트남 지지리도 운 좋네.' 싶었다. 그러나 역시 내 촉은 틀리지 않았다.
추가 시간 시작됐을 무렵 역습 때, 공격수가 냅다 공을 쏘아올리면서 찬스 날리는 거 보고...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박 감독님 시절에도 그런 장면이 많았었고, 뒷골 당겨하시는 모습이 카메라에 여럿 포착된 적이 있는데 두 번째 뻥이 발생했을 때 트루시에 감독도 좀 침착하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런 멍청한 짓을 베트남이 계속 하는 와중, 인도네시아는 수비 집중력을 풀로 발휘하고 분위기가 인도네시아로 넘어갔다.
주어진 추가 시간이 8분이다 보니, 베트남은 공격을 잘만 풀어가도 되는 거였는데 이도 저도 아닌 플레이를 하다가 결국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역습.
필이 왔다.
수비 숫자는 많았지만, 베트남 수비는 항상 느끼지만 허수아비다.
(지금까지 태국을 제외한 다른 동남아 국가들은 이 허수아비들을 뚫을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동점골 장면이 된 역습 상황.
이번 대회 내내 실점이 잦았던 베트남 대표팀은, 수비수의 숫자는 허상이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 심지어 역습 시작 때는 인도네시아 공격수는 3명이었다.
이번 패배를 보면서 올 게 왔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3-4위 결정전으로 밀려난 베트남을 보면서 박항서 감독님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을 개인적으로 생각해보았다. 몇 달이 지났다고 갑자기 이렇게 바뀐 게 진짜 감독 하나의 효과일까?
박항서 감독님 재직 기간에 뚜렷한 성과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당시 동남아 축구는 지금보다 수준이 더 떨어져 있었음.
내가 박항서 감독님의 첫 성과인 U23 준우승 경기를 보기 시작한 이래로 쭉 경기를 봐온 결과, 박항서 감독님께서 한창 날리던 시기의 동남아시아 축구는 태국 빼고는 진짜 별 볼일이 없다.
당시에도 오로지 태국이지 다른 나라에 진다는 건 베트남 입장에서도 생각하지 않던 시나리오다.
동남아시아 내에서는 태국한테만 일방적으로 안 밀리면 되는 것이었다.
냉정하게 말하면 베트남이 태국에게 크게 성과를 보인 건 없었고, 그저 '밀리지 않았다' 정도의 수준.
(심지어 타이밍 좋게 태국 축구에 약간의 침체가 있었던 것도 한몫을 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순간에 성과들이 있었고, 모든 기억이 그렇든 중요한 순간들이 기억되기 때문에 박항서 감독님의 성과는 더욱 돋보이게 된 것이다.
두 차례의 동남아시안 게임, 특히 자국 하노이에서 열린 경기에서, 그것도 결승에서 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그게 확실히 컸다.
그 성과 하나가 그전에 왔다갔다하던 모든 것들을 바꾸어버렸다.
자국의 심장부에서 라이벌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는 그림 자체가 이전의 모든 기억을 잊게 했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이 어느 정도 정착을 하자 다른 국가들의 축구도 베트남과 비슷한 길을 걷기 시작한다.
특히 동남아시아 내에서도 약체에 속하는 인도네시아.
엄청나게 뚜렷한 족적은 아니지만 착실하게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는 인도네시아는 물론, 동남아 최고의 팀이라는 타이틀이 흔들리는 태국의 재정비, 말레이시아 등 다른 국가들 역시도 투자를 시작하는 등등 동남아시아 전반이 성장하는 분위기였다.
한창 주가가 올라가는 베트남이 성장하는 주변 국가와의 경기에서 한 번이라도 삐끗한다? 그러면 박항서 감독님은 국민영웅에서 국민역적이 될 수 있는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박 감독님도 그걸 느끼신 게 아닐까.
2. 정신력 기반 축구가 타이밍이 제대로 적중
그리고 성공에 힘입어 자국 축구에 대한 과한 올려치기가 이어졌고, 그것이 지금 팀을 망치는 중이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고, U23 준결승을 하면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하던 그 무렵에서 한발도 못 나가고 있다.
아니, 저번 스즈키컵을 보면서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에서 표현한 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퇴보중이라고 본다.
베트남은 자국 축구가 성과를 보인 것이 축구의 성장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단순히 응원하는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선수들도 착각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베트남 축구는 그 전부터 줄곧 오프 더 볼은 엉망인데, 온 더 볼에서 기술적인 움직임이 강점이었던 팀도 아니다. 사실 수비는 더욱 답이 없었다. 뭔가 프로의 경기를 보는 느낌이 아니었다.
실상 박항서 감독님의 베트남 대표팀의 경기 컨셉은 '2002년 한국식 정신력 축구'에 더욱 가까웠다. 그런데 선수 구성은 완전 열화판이라서 그런 정신력 축구도 제대로 구현되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히딩크호에서도 히딩크의 황태자들이 여럿 있었던 것처럼, 박항서호에도 박항서의 황태자들이 몇 명 있기는 했다.
그러나 꽁 프엉이 인천에서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임대 계약을 한 이유가 딱 베트남 대표팀의 모습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베트남 이주노동자들한테 명확하게 어필할 수 있음에도 퇴단을 한 이유는 거기에 있다고 본다. 사실 언더 독 스타일의 축구를 하고, 거기에서 그나마 기술적인 면모가 덧보인 것이지 기술적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하기에는 기본기가 너무 없어보이는 축구를 부여주었다.
박항서 감독님의 여정에 있어서, 몇 번의 성취는... 뭐라고 해야 할까. 정신력을 극한으로 발휘하다 보니까 하늘이 감동을 해서 중요한 순간에 성과를 쥐어준, '지성이면 감천' 축구 스타일. 그리고 박항서 감독님은 중간중간에 나사 플리고 정신력 없어지려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조이는 역할을 하셨고.
그런데 그러한 축구는 정신력이 진짜 강할 때나 가능했지, 이제 슬슬 나사가 풀리는 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게 저번 박항서 감독님의 마지막 여정인 AFF 스즈키컵에서도 보였다. 특히 태국전. 베트남은 더이상 언더독 스타일의 축구를 하기 싫어 한다는 느낌?
사실 기술이랑 전술 수준 올라올 때까지는 정신력 바탕의 언더독 축구를 계속 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아니라서 색깔이 이도저도 아니게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리고 도리어 언더독 축구들을 맞상대하기 시작하니까 고통을 받기 시작한 것이고.
그래서 이번 트루시에 감독이 보여주는 축구를 봐야 베트남 축구가 얼마 올라오지도 않은 길을 다시 내려갈지, 아니면 여전히 치고 올라갈지 보일 것 같았는데 오늘 경기 결과로 알겠다. 이제 베트남 축구는 2002년 이후 한동안 갈피를 잃었던 한국 축구의 모습을 열화판으로 보여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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