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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냐짱(나트랑) 시내 베트남 음식점 Cơm niêu Hương Đồng을 가보았다(장모님을 모시고).

베트남10선비 2023. 3. 30.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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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때문에 닥락을 다녀왔더니 그새 폐점해버리고 현재는 제비집 음료를 파는 상점이 되어 있다.

태그를 걸어놓은 지도 역시도 Yến Vua Nha Trang으로 바뀌어 있음.

※ 개인적인 평점 : ★★★★☆(4/5)

※ 평점 사유

1) 진짜진짜 개인적인 이유로 별 1개를 올렸다. 확실히 식사는 어느 때에,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일단 장모님을 모시고 갔기 때문. 그리고 음식 중 하나에서 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다는 점 때문.

2) 음식 맛은 괜찮았다. 보니까 여기가 베트남 단체 관광객의 '투어 식당' 역할을 하는 것 같더라. 그러다 보니 베트남 사람들한테 책 잡히지 않을 정도의 맛을 구현해내고 있다는 생각.

※ 위치 👇👇👇


아내를 데리러 오신 장모님.
여기서 하룻밤을 머물고 가셨기 때문에, 장모님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러 가야했다.
해산물을 대접하고 싶었으나... 산간지역의 닥락성으로 공급되는 해산물과 냐짱의 해산물이 질적 차이가 거의 없는데도 가격이 몇 배는 비싼 걸 보시면 뭐라고 하실 게 뻔해서 포기했다.

한식이나 일식보다 베트남식을 절대적으로 선호하시기 때문에 베트남식을 찾아야 했다.
근데 중심가의 베트남 식당들도 영...

Hoa sứ를 가려고 했었는데, 아내가 전화해서 문의하니까 카드가 안 된다고 그래서 포기.
그래서 전부터 도전해보고 싶었던 이곳에 모셔가기로 했다.

이 길을 지나다닐 때마다 '여!기!는! 베!트!남! 식!당!입니다!!!!'하고 외치는 것 같은 비주얼에 압도되었다.

한 번 쯤은 와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바로 옆에는 한국 분이 하시는 스트릿 데이팅 펍.

건너편은 익숙한 비주얼이다.

하...... 글 위에 지도 삽입하면서 추가된 리뷰 다시 봤는데,
이 정도면 자국민 차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정면에는 포세이돈 호텔.

내부는 굉장히 깔끔했다.

베트남 전통 느낌을 주면서, 현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보통 이런 걸 'Hài hòa nét đẹp truyền thống và hiện đại'라고 하지?

2층은 마치 남녀 간의 데이트를 위한 테이블들과 원형 테이블들이 보였고,
1층 한쪽은 공간을 분리해 단체를 위한 방처럼 꾸며놓았다.

역시나 내 생각처럼 곧이어 버스 한 대가 도착하더니 내국인 단체가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도 일종의 투어 식당인 것으로 보인다.

메뉴들의 이름을 아무리 봐도 머리속에서 맛이 그려지지 않아서,
거의 대부분 아내와 장모님께서 고르셨다.

그래도 국은 내가 골랐는데,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thì là(Dill이라는 허브를 베트남어로)가 들어간 국이라서 골라보았다.
또 이럴 때 하필 모험심이 발동을 해가지고.

단체가 막 들어오는 타이밍이라 우리 음식이 늦어질까봐 재빠르게 주문을 했다. 주문이 끝나고 얼마 안 되어서 음식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못 들었는데, 나중에 아내가 알려주었다.
직원이 주문을 받을 때 음식의 맛을 '중부식'으로 할지, '남부식'으로 할지를 물어봤다고.

보통 중부 사람들의 입장에서 호치민 시를 중심으로 한 '남부식'은 엄청 달게 느껴진다고 했다.
거기에 길들여져서 그랬는지 처음 Dĩ An에서 Cơm văn phòng 먹었을데 엄청 짜다고 느꼈던 기억이 있다.

이 가게의 이름에 등장하는 '껌 니에우(Cơm niêu)'가 바로 이것이다.

밥을 이렇게 제공하고, 테이블에 깔리는 반찬들을 고르는 형태의 가게들은 보통 이름에 Cơm niêu를 표기한다.

Cơm은 '밥'을 의미하고, Niêu는 밥을 담고 있는 도자기 그릇을 의미하는 단어다. 정확히는 Niêu đất.
Niêu는 돌이나 흙으로 그릇 형태를 빚어낸 것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한국의 '돌솥'을 niêu đá로 번역하니까 niêu đất으로 알아두는 게 더 나을 듯하다.

원래는 밥을 대용량 niêu로 주문하려고 했는데, 없다고 그래서 개인으로 나오는 걸 주문했다. Cơm niêu집까지 왔는데 일반 하얀 그릇에 나오는 걸 주문할 순 없잖아용.

밥은 보통 이렇게 덜어서 먹는다. 이 그릇은 국그릇도 겸하는 만능(?) 그릇이다.

메뉴를 고르다보니 채소가 너무 없어서 추가한 것이다.

Rau rừng이라는 건데, 대충 찾아보니 원래는 사람의 손으로 재배하는 게 불가능했던 야생 풀 몇 종류를 지칭하는 거였는데, 오늘날에는 인공재배가 된다고...

이걸 먹고 있으니, 조부모님 댁에서 살 때 할머니께서 오며가며 따오신 이름 모를 나물들이 생각났다.

딱 그런 느낌으로 먹었다.

나물에 먹는 소스는 이거라던데, 나는 옆의 간장을 찍어 먹었다.

소스는 그냥저냥 먹을 만했지만, 내 추억의 맛과 연결되는 건 간장이었기 때문.

돼지갈비(sườn heo) 요리인데, 무슨 맛으로 고르셨는지 모르겠다.

바닷가 옆인데 새우 정도는 있어줘야지, 하고 시킨 새우 요리.

이것도 소스 뭐였는지 기억 안 난다.

다른 글부터 먼저 쓰다가 다 잊어버렸네;;;

이게 내가 시킨 canh thì là riêu.
riêu라는 건 게살이나 생선살로, 신 맛이 나는 재료들과 함께 끓이는 국물을 의미한다.

아내도 얼어붙고, 장모님도 난색을 표한 맛이다. 어느 베트남 사람이 thì là 같이 익숙하지 않은 허브를, 그것도 국으로 요리를 해서 먹을까?

한 번 맛을 보고 나서, 나는 이 메뉴가 러시아 사람들 때문에 생긴 메뉴가 아닐까 추측을 해보았다.

중학교 때 조부모님 댁에서 거주할 당시 정말정말 운이 좋게도 도와 결연을 맺고 있던 러시아의 하바로프스크를 방문할 기회를 얻었었다.

그때 거기에서 거의 매 끼니마다 먹었던 러시아식 수프 쉬이가 생각나는 맛이었다. 정확히는 맛보단 향이 쉬이에 가까웠다.

(쉬이에는 게살하고 두부는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국을 먹으면서 그때 있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좋았던 기억이라고 해야할 지, 나빴던 기억이라고 해야할 지.
국물을 한 입 씩 먹을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소수민족 마을에서 철갑상어 요리를(알 아니고) 먹기 싫다고 자리에서 펑펑 울었던 고등학생 누나 한명... 맛있게 먹던 내가 약간 이상하게 느껴지는 시츄에이션이었지 ㅋㅋㅋ

내가 시킨 튀긴 두부 요리. 나는 항상 Cơm niêu 먹을 때마다 두부를 빠뜨리지 않는 것 같다.

내가 골랐던 거라 소스 이름이 기억난다 ớt Đà Lạt(달랏 칠리)이었지?

고추를 달랏 고추를 썼기 때문인 건지, 소스를 만드는 방식이 나는 모르는, 달랏 만의 특별한 방식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아직도 미스테리 가득한 이름.

아무튼 음식은 괜찮았다. 훙브엉 길에서 야시장쪽으로 가는 사거리에 위치한... 그 집에 비하면야 훨씬 낫지.

아내가 이수씨개에서 계피향이 난다고 했다.

정말이었다. 나는 이수씨개병에 계피를 넣어놨나 해서 살펴봤는데, 그건 아니었다.

장모님께서 계피나무로 이쑤시개를 만들기도 한다고 하셨다.

 

끝.


아, 그리고 여기 매니저의 손님 응대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체크해주고.

우리가 음식 나올 때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갑자기 와서 사진 찍은 거 페이스북에 해시태그 달아서 올리면 할인해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식당 어디에도 그런 거 붙어 있질 않았었는데.

나중에 영수증 보니까 영주증 하단에 비고로 우리 테이블 할인 이유를 길게 적어놓았더라.

장모님 모시고 식사 나름 잘했다~ 하고 있는데 할인까지 받아서 기분이 더 좋았다.

딱 평범한 가정식 느낌이라 음식과 식당 자체로만 놓고 보면 별 3개에서 바꿀 이유는 없었는데, 내 개인적인 이유들과 직원들의 태도 덕분에 별 1개를 올렸다.

어차피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고, 누가 내 별점을 신경이나 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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