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럼동성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진 다음,
산길[Đèo]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교통경찰 파출소 주변을 덮쳤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금 며칠 전부터 '블로그에 이거 써봐야지'하고 쌓인 컨텐츠들이 지금 너무 많아서,
하나씩 해결을 하다가 '시의성'이 있는 주제들부터 먼저 다루려고 하는 중이다.
자연의 위대함? 무서움?을 항상 느낄 수 있는 서부고원지대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비가 굉장히 많이 와서 해당 '산길' 곳곳에 침수와 토사로 인한 통행 제한 경보가 내려왔다.
서부 고원 지대를 겪어보니, 여기의 길은 위험천만하고, 정말 비라도 오면 난리가 나겠다 싶다.
베트남에서 산길, đèo라고 부르는 곳은 이 험준한 산에서 오래전부터 그나마 통행을 할 수 있는 '고갯길'을 말한다. 한국으로 치면 고대, 중세부터 이용해오던 추풍령이니 대관령이니 한계령이니 죽령이니 하는 고갯길들.
베트남의 척추인 쯔엉선 산맥은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격변을 막아주던 방파제이기도 했지만 베트남의 국토 개발과 경제 발전의 방해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험준한 곳이어서 현대적인 포장으로 길을 정비해놨지만 여전히 불안한 곳이다.
그리고 여기에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는 자연현상까지 겹치면 말그대로 '천재지변'이다.
고갯길 사고 빈번 지역에 위치한 교통경찰 파출소
이 지점은 마다구이(Madagui/thị trấn Ma Đa Guôi)에서 바오록 시(Thành phố Bảo Lộc)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통로이다.
그 길이 아닌 다른 쪽에 길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이쪽 서부고원지대에서는 이 đèo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계속 언급하는 것처럼 굉장히 험준한 지형이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힘들다.
아마 냐짱 - 달랏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냐짱에 올라가는 길고긴 đèo Khánh Lê. 1500m 지점을 찍으면 그나마 괜찮지만 1500m 올라가는 데까지 정말 와...
오토바이 몰다가 커브 도는 지점에서 인생을 하직하는 일이 빈번하기도 하고,
지금처럼 큰 비가 아니더라도 비가 왔을 때 사고를 당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보니
자주 사고가 나는 지점에는 "아미타불[A Di Đà Phật]"이라 쓰인 돌이나
온갖 부처님의 상 혹은 마리아님의 상, 십자가 등을 볼 수 있다.
또 몇몇 포인트에는 국가에서 교통경찰 등을 순환근무 시키는 일종의 파출소 같은 건물도 있다.
지금 사고난 지점도 그러한 곳이다.
급커브 구간에 공간을 내서 파출소를 만들어 놓는데, 이번 산사태는 딱 그 위치를 덮친 것이다.
그래서 교통경찰 3명과 민간인 1명이 피해를 당한 것이다.
이 민간인 역시도 여기 있는 경찰들에게 이런저런 지원을 하기 위해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중간에 큰 비가 더 있었기 때문에 실종자 수색작업이 지연되었지만,
현재 4명의 희생자 모두를 찾는 데는 성공했다.
도로 보수의 문제
도로 보수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서부고원지대에 위치한 성들이 가난하기도 하고,
예산이 성 단위에서부터 내려가고 내려가다 보면 중간에 다 없어지고
정작 필요한 데에 예산이 도달하는 데는 크게 시간이 걸린다.
우리 처가의 경우도 앞의 길이 엄청 처참했는데, 작년 한 해는 거의 그대로 내버려두다가 올해 되어서야 겨우 예산이 생겨서 길 확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예산이 있다고 해도 유지나 겨우 할 수 있을 정도다.
일단, 길이 너무 험준해서 중장비부터 자재를 나르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리고 길이 여러 곳에 나 있는 것이 아니라서, 공사 때문에 이 길의 통행을 막거나 하는 순간
통행을 위해서는 다른 성을 이용해야 할 정도로 빙 둘러가야 한다.
심지어 호치민 시에서 동나이를 거쳐 지금 이 길을 통해 바오록으로 올라가, 바오록에서 달랏으로 올라가는
굉장히 킬링포인트인 길로 이 길은 대부분 호치민 시에서 출발하는 슬리핑 버스가 지나다니는 길이다.
대략 7시간 정도 걸리는 길이다.
사실 제일 빠른 길은 호치민 시에서 1번 고속도로를 타고 판티엣 쪽으로 가서,
거기에서 28B 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게 제일 빠르다.
하지만 이건 여행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그런 것이고,
보통 슬리핑 버스라는 것이 여행자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장거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내리는 생활 속 이동수단이기 때문에 이런 산길을 주로 타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방비를 잘 하더라도 자연재해에 당하는 건...
아무리 베트남에 비해서 잘 정비되어 있고 현대적인 우리나라 역시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함부로 설칠 수 없는 것이랑 비슷하지 않나.
다만 베트남은 워낙 그런 인프라가 약한 곳이라서 더 큰 문제이고.
현재 정부 부수상 중 한 명인 쩐 르우 꽝(Trần Lưu Quang)이 현장에 내려가 럼동성 측과 함께 현장에서 사고 수습과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논의 중이다.
그리고 해당 길은 '안전이 담보될 때까지' 사용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바오록으로 들어가는 길은 마다구이에서 북쪽으로 난 725번 성도를 타고 바오럼(Bảo Lâm) 현을 통과해 빙빙 둘러 들어가는 길 하나와,
빙투언성에서 함투언 호수(Hồ Hàm Thuận) 쪽에 위치한 55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 뿐이다.
요즘 서부 고원 지대는
저번 닥락성 소요사태부터 현재까지 민심도 안 좋고, 경찰들 분위기도 안 좋으네.
사실 럼동성 예산의 대부분은 관광객들 때문에라도 달랏에 집중이 되어 있다보니......
뭔가 획기적인 민심 달래기가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해보인다.
+
추가로 알게된 사실
이번에 토사가 쏟아져 경찰서를 덮친 곳은 개인 소유의 두리안 나무 숲이었다고 한다.
'베트남 소식&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3패 0골. 베트남 특유의 '짜치는 문화'가 망친 베트남 여자축구팀의 월드컵 여정에 관하여 (0) | 2023.08.02 |
---|---|
[2023 피파 여자 월드컵] 나름대로 해보는 네덜란드 vs 베트남 프리뷰(를 가장한 무언가) (0) | 2023.08.01 |
식지 않는 박항서 감독님의 행보에 대한 떡밥 (0) | 2023.07.31 |
네티즌들에게 난타를 당하는 2023 미스 월드 베트남 (0) | 2023.07.31 |
길고 길었던 '구출 비행편 사건(chuyến bay giải cứu)'의 판결이 나다(결론 : 역시나...) (0) | 2023.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