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기

하린이 출생 신고 1차 시도 실패 - 2차 시도 진행중

베트남10선비 2023. 6. 9.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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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이 출생신고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필요 서류 갖춘 다음 제출 - 결과 대기만 하면 되는 건데

베트남은 일단 필요 서류를 갖추는 과정부터 엉망이다.

 

6월 6일에 1차 시도를 했으나 실패를 했고

다음날인 6월 7일에 서류 접수, 현재 결과를 기다리는 상태다.

결과가 나올 떄까지 1주일에서 열흘 가까이 걸린다고 하니... 또 무한히 기다리는 중.

 


6월 6일 - 1차 시도 실패

 

<1>

일단 Xã의 인민위원회를 먼저 방문했다.

여기에서 접수가 가능한지를 체크하기 위해서이다.

외국인과의 결혼 - 그 사이서 아이 출생이다보니

Xã에서는 받을 수 없다고 Huyện으로 나가라고 했다.

 

 

<2>

 

택시를 타고 huyện 인민위원회 행정부로 향했다.

최근에 처가에서 지내면서 택시를 탈 일이 있으면, 같은 Thôn 2에 사는 분의 택시를 콜 해서 다녔는데

이번엔 선약이 있으셨던 것이지 다른 분을 불렀는데...

 

이분이 Bộ phận hành chính으로 안 가고 뜬금없이 당 기관 중 하나인 Đảng ủy로 들어가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 아니라고 말을 했는데, 앞에 누군가를 부르더니 이분에게 외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의 자녀 출생신고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들어보니 이쪽 기관은 당의 기관이라서, 국가 행정기관보다 급(?)이 높다보니, 지금 사진 속의 이 분을 마치 브로커처럼 대행으로 끼고 행정기관의 일을 처리하면 일이 수월한 것이었다.

나랑 띠엔이 뭔 말을 할 새도 없이 이 분이 행정부서 사법 담당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어봤는데... 우리가 직접 가서 서류를 받아가지고 써야하는 게 있으니까, 이 분이 대행을 하나 안 하나 큰 차이가 없는 것이었다.

 

<3>

 

 

사법 담당 창구에 도착했더니, 저번 혼인 신고 때처럼 민원실 같은 이곳이 아니라 뒤쪽의 관청으로 가라고 했다.

아직 제왕절개의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는 띠엔에게는 가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속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나는 모른다.

베트남 특유의 행정 방식이다.

 

<4>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을 3층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방에 선풍기를 틀어놓고 담당자 실종 상태.

전에 혼인신고를 해준 분에게 직접 연락을 했더니,

그분은 출산 휴가를 낸 상태이고, 현재 담당자가 누구인지 모른다고...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5>

 

 

담당자의 등장.

그런데 여기서도 난관이었다. 총 2가지가 걸렸다.

 

1)

나는 베트남 쪽 출생 신고는 띠엔에게 전부 맡겨놨었는데,

띠엔이 미처 알지 못했던 서류가 하나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알고 있기는 했지만 여기에서 직접 작성하면 되는 줄 알았던 서류,

바로 '자녀의 국적 선택 합의서'이다.

 

한국은 '혈통주의'의 국가라서 국적법 상 한국 내가 아니더라도

출생 당시 부나 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자이기만 하면 국적이 나온다.

그러나 베트남은 그게 아니라서, 외국인과 결혼해 생긴 자녀의 출생신고에서 국적 문제가 중요해진다.

 

보통 한국의 경우에는 '출생지주의'의 국가에서 출생해 국적을 가지더라도 혈통에 따라 국적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중국적이 자연스레 생길 수밖에 없다. 물론, 성인이 되어서 국적을 선택한다든지 외국 국적 불이행을 서약한다든지 하는 문제가 있지만, 그건 나중에 우리 하린이가 커서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고.

 

아무튼 베트남은 타국의 국적을 먼저 가지게 되면, 베트남 국적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출생한 한-베 부부의 자녀는 한국의 국적을 먼저 신청하면 베트남 국적 신청이 굉장히 복잡해지는 걸로 알고 있다(아예 안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지역 별로 차이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리고 외국 국적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에게 국적이 주어질 때, 부와 모 양쪽의 '자녀의 국적 선택 합의서'를 제출하여 베트남 국적을 부여해야 한다.

 

주덴마크 베트남대사관의 '국적 선택 합의서' 양식

 

나는 그래서 국적 선택 합의서가 당연히 여기에서 직접 쓰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각 국가의 베트남 대사관에는 이렇게 폼이 비치가 되어 있어서 쓰는 건데

베트남 국내에는 이게 없어서 각 부모가 집에서 직접 수기로 전부 써서 사인을 해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집에 가서 써오라고 1차 반려를 당했다.

 

그리고 반려당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하린이의 베트남 이름이다.

담당자가 애 이름은 뭐라고 정했냐고 물었는데, 'Kim Ha Rin'이라고 했다가 아내가 담당자한테 혼났다...

 

띠엔도 나도 알파벳으로 표기하면 외국식 이름도 된다고 들었는데,

여기 담당자가 베트남 법 상 그런 방식은 절대 안 된다고, 베트남식 이름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앞선 미국인-베트남인 자녀의 출생신고 서류를 잠깐 보여줬는데

그분의 딸 이름은 'Jenny + 베트남식 이름'의 구조로 되어 있었다. (베트남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이름은 무조건 베트남 식으로, 베트남어의 어의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베트남 이름을 따로 지으면 행정 서류의 문제 등 귀찮아질 것들을 생각해 한국식 이름을 그대로 쓰려고 했던 띠엔은 2차로 멘붕.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6>

 

 

일단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다시 Xã의 인민위원회로 돌아갔다.

우리의 베트남 혼인신고일이 2022년 8월 3일인데, 딸의 출생이 2023년 5월 18일.

안타깝게도 300일 미만이다.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민법 상 규정 때문인데, 한국에서야 이혼과 재혼 등에 관해서 바로 체크를 할 수 있지만 베트남에 대해서는 그게 아니다 보니, 이 규정을 위해서 베트남 측 부모의 '혼인 상태'를 증명하는 서류를 추가로 첨부해야 했다.

이 서류는 바로 혼인 신고할 때 제출하는 '혼인상태확인서'이다. 보통은 '미혼증명서'라고 부른다.

 

아무튼 이 서류는 보통 혼인신고를 할 때 떼가는 것인데, 이미 혼인을 하고 아이를 출산한 사람이 이걸 뗀다고 하니 이 지역에서는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았다.

자꾸 이게 왜 필요하냐, 왜 떼가려고 하냐를 반복하고 있다. 아내에게 민법상의 규정 등에 대해 미리 알려줬기 때문에 아내가 처갓댁은 물론이고 온갖 행정기관에 설명을 무한 반복중이다. 그래도 행정기관 사람들이 귓구멍이 막히기라도 했는지 들어먹질 않아서 발급이 제대로 안 됐다.

 

마지막에 아내한테 '며칠 뒤에 나오면 연락을 줄게.'라고 하고 우리를 돌려보냈는데

타지에서는 모르겠지만

이 지역에서 '며칠 뒤에 나오면 연락을 줄게'라는 식의 멘트는

"조만간 업무시간 아닐 때 우리집에 소정의 사례금을 들고 찾아와라"는 류의 멘트이다.

사실 아내는 이런 언더머니 풍습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에 익숙한 처형은 이런 멘트가 나오기 전에 더우니까 커피라도 한 잔 하라는 식의 멘트를 던지면서 제출하는 서류 아래에 슬쩍 현금을 끼워서 선수를 친다.

 


6월 7일 - 2차 시도 진행중

 

저번에 혼인신고 할 때도 장인어른이 공무원 퇴근 시간에 맞춰서 서류를 받아오셨는데,

이번에는 좀 급해서인지 오전에 인민위원회 오픈 시간에 그냑 닥돌을 하셨다.

요즘 부패 공무원들 한 번 쓸어버리려는 퍼포먼스가 있어서 그런지

작년과 다르게 돈을 건네려고 하니까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일을 했다.

그러면서 "발급 사유를 정확히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라서 그랬다"는 변명을 했다고 전해들었다.

 

사실 저 변명도 이해가 간다.

자녀의 출생신고에 혼인상태증명서라니.

그래서 사유 부분을 꾸미기가 좀 애매할 것 같기는 했다.

 

 

뭐, 어찌어찌 발급을 했다.

사실 사유는 특별히 모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나와의 혼인 이전에 미혼이었음만 증명하면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

 

미혼증명서보다 아이의 베트남 이름이 더 문제였다.

거의 하룻밤을 토론을 했다.

사실 나는 Hà Linh과 같은 식으로 한국 이름과 발음이 유사한 이름을 원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처갓댁에서 Linh이라는 이름을 의식적으로 거부하셨다.

보통 혈통 내에 그 이름과 관련된 뭔가가 있으면 그 이름을 피하게 된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어서 장모님과 장인어른의 대결구도가 이어졌다.

내 성인 Kim과 이어서 발음하기도 좋고 뜻도 나쁘지 않은 이름이라며 간단하게 'Hoa'를 주장하신 장모님과,

부모의 이름과 연관지어 이름을 짓는 게 좋으니 'Tiền Thảo'를 주장하신 장인어른.

 

역시 장모님께서 승리하셨다.

그리고 이름은 깔끔하게 Thị를 쓰지 않는 것으로 했다.

예전에야 남자 이름에 Văn, 여자 이름에 Thị라는 미들네임을 쓰는 풍습이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미들 네임을 안 쓰는 추세다.

 

<3>

 

 

저번에 있던 여자 담당자는 오늘 무슨 회의에 불려갔다고 출근을 못한다고...

다른 남자 공무원은 우리를 앉혀놓고 전화통화 한 20분 하고, 담배 한 대 쭉 빨고 왔다.

 

 

그리고 본인 업무가 아니라 서류가 제대로 갖추어졌는지 몰라서

회의 때문에 불려갔다는 담당 공무원과 영상통화를 해서 서류를 확인했다.

혼인신고서 공증사본, 병원 발급 출생증명서, 아내의 CCCD 공증사본, 내 여권 사본(전면), 국적 선택 합의서 수기 작성본까지.

 

 

그리고 현장에서 출생신고서를 작성했다.

출생신고 대상인 아이의 본관(quê quán)을 작성하라는 부분은 물어보니 '아내의 본관'을 쓰면 되고,

남편의 정보 부분 Nơi cư trú는 혼인신고된 한국 주소지를 적으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일단 서류는 접수.

처리에 조금 시간이 걸려서 최소 7일을 기다려야 한다.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했는데, 서류가 공안부로 넘어가서 무슨 번호를 받아야 한다고.

나중에 아내한테 넌지시 물어보니 'Mã số định danh'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이 번호가 나와야 비로소 출생증명서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찾아보니, 베트남의 주민등록 체계가 Chứng Minh Nhân Dân에서 Căn Cước Công Dân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번호라고 한다. 한자어로 풀어보면 Định Danh은 定名이기는 하지만 이걸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해야할지. 그냥 '주민등록번호'라고 하면 되려나?

왜냐하면 이 번호는 성인이 되었을 때 CCCD 발급에 쓰이는 번호이고, 각 개인에게 고유한 번호 하나씩, 유일하게 발급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랑 유사할 듯하다.

 

아내도 전에는 이런 절차가 없었다고 들었는데, 이것 때문에 오래 걸리는 것에 당황했다.

장인어른 장모님도 처음 듣는 이야기이신 듯한데,

내일 Xã의 공안부에 찾아가서 Dịch vụ가 있는지 상담을 받아보실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이게 빨리 나와야 영사관에 빨리 넘어갈 텐데...

번역공증도 하세월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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