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에 온 지 벌써 1달이 넘어간다.
자잘자잘하게 이야기할 만한 것들은 많지만, 확실히 냐짱 생활이랑 다르게 처가에 와 있어서 그런가
일상을 담아서 글을 쓰기가 약간 꺼려졌다.
너무 자잘한 일들이기도 하고, 너무나도 사적인 영역인 것도 있고, 어떤 날은 너무 한 게 없어서 쓸 만한 것도 없고.
오늘은 그래도 오랜만에 글을 써보고 싶어서 몇 가지 추려보았다.
1. 아이스크림과 째(Chè)로 나름 빙수 만들기
우리가 아는 콘 형태 혹은 바 형태의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들도 있지만,
최근 날씨를 보니 사오는 도중에 다 녹아버릴 것 같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시면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분이 있는데 저번에 1번 우리가 열심히 쫓아 나갔는데도 그냥 휙 지나가버려서 못 샀고, 계속 벼르고 있다가 다른 날에 구매를 성공했었다.
그런데 이런 아이스크림들은 사면체의 덩어리로, 무게 단위(0.5kg, 1kg......)로 판매를 하고 있었다.
가격이 얼마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여러 가지 맛을 사두고 칼로 잘라서 접시에 담아서 먹고 있었다.
얼마전 아내랑 장모님께서 팥으로 만든 째(Chè đậu đỏ)가 냉장고에 있는 걸 보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우유 맛 아이스크림에다가 이거 부어서 팥빙수 비스무리하게 해서 먹자고.
그렇게 탄생한 요물(?)이다.
처음에는 딱딱했는데 확실히 날이 더워서인지 금방금방 녹더라.
2. 여전히 푹푹 찌는 날씨
처가댁에서 기르는 개, 룬(Lùn)은 이른 오전에는 대문 근처에 누워있지만, 해가 슬슬 올라오는 시점부터는 전부 이런 그늘이 축 늘어져있다.
확실히 날이 더워서 그런가 ㅠㅠ.
그나마 5월 들어오면서 열대저압부가 한 번 지나가고 종종 비가 오니까 다행이지, 4월은 농작물도 걱정이고 더 나아가서 사람들도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일 정도였다.
3. 기분 전환
냐짱에 있을 때는 카페가 주변에 너무 많다보니, 어디를 갈지 정하는 게 고역이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다행스럽게도 처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음료를 파는 두 곳이 있다.
두 가게는 대로를 두고 서로 마주한 위치에 있는데, 처음에는 기분전환으로 두 곳을 왔다갔다 했었는데 요즘은 한 곳으로만 온다.
여기는 이 가게를 운영하는 친구가 첫째 처제 나이 또래라고 한다. 중고등학생이란 소리다.
이런 일에 관심이 많아서 읍내 밀크티 가게에서 일도 해보고, 배합 공식 공부도 해서 가게를 열었다.
가게 주인의 부모님께서도 해보라고 선뜻 지원을 해줬다고 들었다.
위치상 장사가 될까 싶기는 했는데, 오토바이 때문인지 '접근성'의 개념이 우리보다 좀 떨어지기도 하고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어서 마케팅을 꽤 오랫동안 열심히 해서 성과가 상당하다고 들었다.
띠엔이 무료해하거나 음료가 당길 때 종종 온다.
요즘은 종종보다는 자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빈도가 됐지만.
라면은 딱 베트남 스타일이긴 하지만 나름 먹을 만했고
감자 튀김 같은 튀김류도 가끔 시켜서
음료와 함께 즐기며 시간을 즐기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4. 오늘 무슨 제사인거지?
셋째 고모님께서는 스님이시다.
그러다보니 불교적인 색채가 강한 몇 가지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오늘도 그랬다.
아침에 눈을 뜨니까 제사상 준비가 되어 있길래 뭔가 했다.
아내한테 들어보니까 정확히 무슨 제사인지는 모르겠는데 셋째 고모님께서 준비를 하셨다고 했다.
불교적으로 오늘 무슨 날인가? 잘 모르겠다.
베트남 제사의 좋은 점은 모든 구성원이 다 나서서 제사에 총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음식의 가짓수가 많아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온가족이 총출동을 해서 상을 차리고, 수저를 옮기고 술 따르고 절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제사의 주가 되는 분이 제사는 다 올리고, 다른 분들은 제사가 끝난 다음에 같이 음식을 나눠 먹는다.
이번에는 꽤나 큰 제사여서 그런가 음식의 가짓수도 많았고, 식사 인원도 상당했다.
아내와 나는 나중에 따로 식사를 하기로 해서,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남은 음식들로 상을 차렸다.
기본적으로 채식 상차림이다. 베트남은 워낙 채식이 보편적이라서 겉만 보면 채식 요리가 아닌 것 같이 그럴싸하다.
특히 제일 오른쪽 접시는, 원래는 닭고기 삶은 걸 찢어서 무치는 형태인데 저것도 채식 재료였다.
정확히 뭘로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채식 닭고기'라고 불린다더라.
그리고 파이처럼 생긴 시커먼 음식은 장모님께서 하신 거라고 들었는데,
잭 프루트(jack fruit)로 만들었다. 익은 잭 프루트가 아니라 안 익은 어린 잭 프루트를 조린 음식이라고.
처음 접한 유형이라 그런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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