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냐짱에서 병원을 다닐 때, 예정일이 5월 13~14일이라고 했었는데
꼬미가 전혀 하강을 하지 않았다.
며칠 지난다고 해서 엄청 큰 일이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걱정이 되다보니
15일에 아내는 진료를 다녀왔다.
18일까지 기미가 없으면 다시 진료를 오라는 말에 오늘 진료를 갈 준비를 했는데
새벽에 피가 보이고 통증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이른 아침부터 병원에 갈 준비를 마쳤다.
2.
그런데 정작 병원을 가려고 준비를 마치자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일단 병원에 도착을 했다.
국가기관인 현 병원이다.
냐짱에 있는 사설 중에서 제일 뒤쳐지는 느낌을 주는 22-12 병원보다도 쳐지는 느낌.
그러나 처가 식구들이 출산 준비와 신생아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위치이고,
현에서 제일 큰 병원이며,
이 병원에 보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여기를 올 수밖에.
아무튼 분만 파트로 도착을 하니,
아이가 하강을 하지 않아서 다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기관 병원의 오전 접수대는 항상 폭발.
그런데 '장애인, 6세 이하 어린이, 70세인가 이상의 노인, 그리고 출산을 하러 온 임산부'는 우선 순위 접수여서
빠르게 접수에 성공하고 진료실 앞에 대기를 했다.
오늘 목요일이라... 어지간한 국가기관들 오전 회의가 있다.
7시 진료 시작인데 7시 20분이 되어서야 각 파트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아내가 초음파 진료실에서 화가 좀 나서 돌아왔다.
3일 전에 초음파를 했을 때 3.2kg였던 아이가 갑자기 3.8kg?
초음파를 대충대충 하는 것도 모자라서 말투도 별로였나보더라.
아내는 초음파 검사실 의사가 오전 회의 때 욕을 먹은 게 분명하다고 짐작했다.
아내가 소변검사를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떤 차량이 오더니 의자를 깔고 뭔가를 했다.
행사일리는 없어 보이는데... 하고 보니까 식료품 무료 지원 같은 거였다.
산부인과 외래에서 진료를 마치고 다시 분만 파트로 갔다.
나중에 보니까 오늘 분만/출산 파트 당직이 산부인과 과장인 의사선생님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검사 결과를 들고 재방문을 하니까,
지금 상황으로 며칠 입원을 해서 자연분만 기미를 지켜보든가, 오늘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든가
둘 중 하나를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의사선생님이 굉장히 신기한 케이스라고 했다.
아이는 하강할 기미가 없는데, 오늘 피가 나오고 진통이 시작되었다가
다시 진통이 사라졌는데
검사해보니 자궁은 거의 열려있지도 않고.
아내와 장모님이 한참 고민하다가 수술을 결정했다.
오전에 수술 등록을 하면 오후에 수술을 들어가고
오후에 등록을 하면 내일 오전에 수술을 들어간다고 했다.
내가 남편이라서 일단 내가 수술동의서를 썼는데...
응? 갑자기 동의서 쓰자마자 수술실로 올라가자는 것이었다.
오늘 오전에 수술실을 쓴 건 외상환자 한 명 뿐이었고
점심시간까지 아직 좀 남아있으니까 바로 수술을 하자는 것.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일단 올라갔다.
그리고 베트남 시각 10시 52분에 꼬미가 드디어!
세상으로 나왔다.
이렇게 팔에 펜으로 적어줬다;;;
아내가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오고 말해줬는데,
자연분만 기다렸어도 어차피 수술을 하게 되었을 거라고.
요며칠 우리 꼬미가 상복부를 굉장히 세게 차는 기미가 있었는데,
그럼에도 하강이 안 이루어진 이유가
탯줄이 목에 꼬여서, 박차고 내려가는 꼬미를 이 탯줄이 위로 당겼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자궁의 상태는 예전부터 아내가 월경 주기도 그렇고 불안정했기 때문이라고.
아무튼 아내와 장모님의 빠른 결단으로 꼬미는 일찍 우리에게 왔다.
안녕, 우리 꼬미야?
아빠가 엄청 부족하지만 엄마랑 같이 최선을 다해볼게!
우리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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