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기

2024 AFF 미쯔비시컵 결승 2차전 시청 후기 - 베트남의 극적(?) 우승으로 마무리

베트남10선비 2025. 1. 6.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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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 생각 이상으로 시끄럽네...
 
오늘 경기를 위해
시내의 독일 식당에 가서 음식을 포장해왔다.
 


독일 맥주까지 야무지게 사왔다.
축구 시청에 관심이 없던 아내도
내가 싱가포르전부터 꼬박꼬박 챙기고 있으니
갑자기 관심이 생겨서 나보다 더 열정적이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베트남이 우승을 못하는 게 이상하다고 느껴서
우승을 상정하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250102. 미쯔비시컵 베트남 vs 태국 1차전 시청 후기

상대가 태국으로 결정되면서,미쯔비시 컵은 언제나 비슷한 풍경~ AFF(미쯔비시)컵 베트남 vs 싱가포르 1차전 시청 - 귀화 선수 Nguyễn Xuân Son이 바꾼 베트남 축구베트남 축구에 흥미가 떨어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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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 이상으로(?) 접전이었고,
이번 2차전의 결과는 베트남이 아니라
태국의 손에서 결정되었다는 점이 컸다.
 

 

<1> 태국이 떠먹여 준 베트남 우승

 
저번 1차전 후기를 적을 때도 언급했지만,
결국 태국의 아주 큰 뻘짓이 연속으로 누적되면서
태국 스스로가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베트남 vs 태국의 라이벌전에서
베트남이 자잘한 실수만 10개 정도, 큰 실수 1~2번 정도 하면, 태국이 큰 실수만 4~5번 정도를 한다.
태국이 큰 실수를 절반 정도만 줄여도 태국이 이기고,
아니면 베트남이 이기는 구조가 반복되는 것 같다.
 
베트남의 선제골 상황에서도
정신줄 놓은 수비 때문이었고,
패스 축구 잘 하다가도 갑자기 다른 선수가 된 것마냥 행동하고,
안 해도 되는 반칙도 계속 하고
퇴장 당한 선수는 사실 베트남이 심어 놓은 스파이가 아니었을까?
거기에서 스노우볼이 굴러서 자책골까지 귀결이 되니
축구 소설도 이렇게 쓰면 작위적이라고 욕 먹을 듯하다.
 

<2> 김상식 감독은 쑤언 손한테 1000번은 절해야 할 듯

 
태국이 정신을 놓은 수비로 1:0이 되어 베트남이 앞서나갈 때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끝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찬스 상황에서 공을 연결하고 넘어진 하파엘손이
큰 부상으로 일어나지 못하면서 띠엔 링으로 교체가 되고,
거기에서부터 큰 어려움이 시작되었다.
 
경기 초반부터 양쪽 선수들이 계속 미끄러지는 걸 보니
뭔가 사달이 나도 달 것 같더라니...
 
하지만 마치 '사공명주생중달'의 고사가 생각나는 경기가 이어졌다.
1차전에서 쑤언 손이 기록한 결승골, 비록 쑤언 손은 2차전 이른 시간에 아웃되었으나 그 골이 2차전 내내 태국을 괴롭힌 듯.
태국은 그 결승골을 쫓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고
다 따라잡았지만 결국 자멸하면서 마무리.
 
선제골로 이어지는 상황도
수비가 쑤언 손에 집중을 하면서 다른 공격수들을 놓친 게 컸다고 생각한다.

쑤언 손 나가자마자
태국 수비 안정되고, 공격수들 전부 귀신 같이 잠수탄 걸 보면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다.
 

<3> 모로 가도 성적만 내면 된다고 하지만......

 
베트남에게 있어 제일 중요한 대회에서
숙적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결과를 낸 건 좋다.
 
하지만 앞으로 베트남 축구의 미래는 글쎄... 하는 생각이 든다.
 

대회 MVP 수상을 한 응우옌 쑤언 손,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어 도 주이 마잉이 대리 수상

 
김상식 감독님의 축구에 대해서 이미,
쑤언 손의 등장 전과 후가 너무 다르다는 이야기를 찌끄린 바 있는데,
오늘 쑤언 손이 부상으로 나간 이후
귀신 같이 옛날 축구로 돌아갔다.
 
태국의 뻘짓이 중첩된 덕에 승리를 가져오긴 했지만,
이런 요행이 앞으로도 계속될까?
 
박항서 감독님 시절의 주요 선수들이
교체로 나와서 여전히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쑤언 손과 이 선수들을 제외하고 나면
차세대 베트남의 핵심이다, 김상식 볼의 마스코트다 할 만한 선수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구상하는 전술에 맞는 선수를 뽑고 계신 것 같기는 한데,
아무도 주어진 롤을 못 하는 것 같은...
 
그리고......
 

 
FPT에서 세레모니 중계를 완전히 끝까지 해주지는 않아서
이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장 도 주이 마잉(Đỗ Duy Mạnh)이 컵을 들고,
이후 다른 선수들이 컵을 한 번 씩 들 때까지
김상식 감독님은 제일 뒤에서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처럼 서 계셨다.
 
중계를 들어도, 페이스북 팬페이지에 올라오는 글을 봐도
박항서 감독님의 지도 아래에 단결된 베트남 국대를 강조하던 예전 분위기와
사뭇 다른 느낌이랄까......
 


 
우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내가 싱가포르전에서 쑤언 손의 경기력을 보고 크게 충격을 먹어서
김상식 감독님의 커리어를 빛내주기 위해서
베트남 축협이 치트키를 준 거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 거에서는 한치의 변화도 없다.
 
오히려 김상식 감독님은 쑤언 손을 데리고,
박항서 감독님이 넘지 못했던 상위 대회에서 더 높은 성적을 거두거나
쑤언 손을 배제하고도 이와 비슷한 성적을 내거나
둘 중의 하나로 증명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우승 커리어는 오히려 추후에 독으로 작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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