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02. 미쯔비시컵 베트남 vs 태국 1차전 시청 후기
상대가 태국으로 결정되면서,
미쯔비시 컵은 언제나 비슷한 풍경~
그러나 내가 네이버 블로그에서 싱가포르전 1, 2차전 나름 리뷰를 하면서
계속 하파엘손 이야기 밖에 안 했던 것처럼
하파엘손으로 인해 베트남의 축구는 180도 바뀌어 버렸다.
Nguyễn Xuân Son(응우옌 쑤언 손)이라는 베트남 이름이 있긴 하지만, 난 하파엘손이라 부르는 게 더 편하다.
아무튼.
한국 언론 중에는 김상식 감독님 언급을 하면서 '쌀딩크의 아성' 이런 이야기까지도 하던데
베트남에서는 하파엘손 이야기 말고는 나오는 게 없다.
베트남 홈경기에서 금성홍기와 같이 출연하던 태극기의 수는 90% 가까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브라질 국기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파엘손이랑 아내랑 길에서 바나나 튀김 사먹는 것도 화제가 될 정도로 하파엘손 앓이 중인 베트남.
김상식 감독님 부임 이후의 성적과 경기력을 보더라도,
하파엘손의 등장 전과 등장 후는 그냥 다른 대표팀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하파엘손 지우고 나면 트루시에 감독 시절 대표팀과 무슨 차이가 있나 싶을 정도.
태국은 누가 일본 감독이 지휘하는 팀 아니랄까봐,
일본이 추구하고 있는 패싱 축구를 하려는 모습이 보이는데,
하파엘손의 보법이 워낙 동남아에서는 특별해서 그냥 밀렸다.
이번 비엣찌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2 - 1로 승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문제점이 산적해 있어서, 어웨이에선 쉽지 않아 보인다.
1. 수비 퇴행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박항서 감독님과 함께 한 황금 세대가 30대에 접어들면서 기량이 급격히 하락한 이후
이를 커버할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제일 크다.
특히 수비는 너무 하다 싶을 정도.
트루시에 감독 이후 날이 갈수록 퇴행을 하고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늘 경기 전반전은 아예 태국에게 패스를 하라고 공간을 가져다 바치는 정도에,
수비도 soccer와 american football을 착각하는 게 아닌가 싶은 요상한 수비;;;
그나마 베트남이 선전할 수 있는 건,
태국이 패스 축구 잘하다가도 갑자기 베트남이랑 똑같은 뻘짓, 아니 그 이상의 뻘짓을 하기 때문.
2. 이기고 있을 때 욕심. 마음 급한 건 태국인데 그것보다 더 급하게 구는 베트남
두 골을 캐리한 하파엘손.
이후 베트남 선수들은 승리의 예감이 들었는지, 약간 마음을 놓은 플레이가 이어졌다.
특히 무리하게 득점을 시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원래도 턴 오버가 많은데, 턴 오버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결국 태국에게 좋은 기회를 헌납하다가 한 점을 내주고 말았다.
덕분에 원정길이 더 힘들어졌다.
적어도 두 골 차 이상을 이기고 원정을 떠났어야 했는데.
3. Ngọc Quang에게 준 롤이 뭐지?
하파엘손이 베트남 국가 대표팀으로 몇 경기 뛰진 않았으나,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그의 짝이 되는 공격수는 Châu Ngọc Quang이 제일 잘 어울리는 듯하다.
하파엘손이 수비를 둘 정도 달고도 공을 운반하는 능력이 있으니,
그렇게 생긴 공간을 커버해 줄 공격 자원만 있어도
공격이 한층 수월해질 것은 자명했다.
그리고 싱가포르 2차전은 그 역할을 Ngọc Quang이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볼 만한 경기였고.
그런데... 이번 경기는 도무지 모르겠다.
분명 전반전에는 하파엘손에게 수비를 달고 내려오라는 롤을 준 것 같은데,
빈 공간을 아무도 활용하지 않는 모습.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후반전에는 하파엘손 본인이 공을 받은 다음 골대까지 몰고 가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하파엘손을 보조할 선수들의 롤이 명확하지 않으면
어웨이에선 글쎄.
4. 홈에서 이런 경기력?
솔직히 홈에서 하는 것 치고는 경기력이 그닥?
뭔가 뛰면서도 이길 걸 이미 상정하고 뛰며,
경기 끝나고 뭘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정신이 반쯤은 다른 데 가 있는 느낌이 많이 보였다.
특히 1실점은...
미쯔비시컵은 1, 2차전으로 나뉘기 때문에 이런 실점 하나도 중요한데...
베트남은 올해 1월 1일부터
교통 범칙금이 크게 오르고 단속이 강화되었다.
그 덕에 중요한 축구 경기 끝나고 나면
항상 개판이 되던 게 이렇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