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운전하며 빡치는 일이 하도 많아서
언젠간 나를 빡치게 하는 베트남 운전자 유형을 글로 정리해봐야지 하다가
최근 네이버 블로그에 대강 정리를 해보았다.
그런데 어떤 분이 그 글에 남긴 댓글을 보고 생각이 많아져서
티스토리에 그에 관한 걸 좀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흠????
베트남에서 오래 거주했고, 베트남 아내도 있는 분에 블로그 방문객 수도 많은 분이 이런 소리를 하니
내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나 싶어서, 주변에 묻고 아무리 구글링을 해봤지만
근거가 하나도 없는 낭설이다.
특히 경찰이 안 잡는다는 부분은......
아무튼 이 댓글을 보고 몇 가지 끄적거리고 싶은 게 생겼다.
헬멧이 아이의 머리에 영향을 준다는 미신?
1.
일단 그런 미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에 이를 '베트남 사람이 가지고 있는 일종의 미신'이라고 칭한다면
같은 문화권 내에서 공유된 믿음(합리적이든 비합리적이든)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공유된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어야 하지만 전혀 그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2.
오히려 내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에 질문을 던졌다가 이상한 눈초리를 받았다.
도대체 베트남 사람을 뭘로 보냐는 식으로...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오......
아무튼 어느 개인이 자기 생각을 말한 것일 뿐인데,
마치 그것이 문화권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꾸몄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상하게도 비합리적인 소리를 우겨대는 사람이,
꼭 자기가 주장하는 것이 마치 문화권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더라......
3.
'아이'의 범위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일까?
신생아에게 머리에 뭔가를 씌우면 뇌에 악영향을 준다고 하는 사람들은 좀 많이 봤는데...
이것과 습합된 것이 아닐까.
우리 하린이도 지금보다 어렸을 때 밖에 나갈 때,
모자를 씌운 거 가지고 꼭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햇볕이 따가워서 모자를 씌워 놓으면, 꼭 와서 머리에 모자 씌우면 좋지 않다고 시비를 걸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벗겨서 땀을 식히고 있으면, 또 다른 사람들이 와서 이렇게 햇볕이 따가운데 애 모자를 왜 안 씌우냐고 시비를 걸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4.
보통 어린아이용으로 나오는 헬멧을 따로 사기 귀찮고, 비싼 데다가
예전에는 해당 법률이 없어서 단속을 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미신이 있다는 소리를 하면서
비합리적인 것으로 불합리함을 가리려는 걸 보면......
흠... 생각이 많아진다.
6세 이상의 아이에게는 반드시 헬멧을!
1.
예전에는 아이가 헬멧을 쓰지 않아도 단속을 하지 않았다.
교통법 상 14세 이상일 경우만 대상이 되었기 때문.
그러나 교통 사고 발생 시 아이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지자 계속 캠페인을 벌여왔다.
내가 베트남어 공부를 시작한 2017년~2018년 즈음에 아이에게 헬멧을 씌우지 않는 부모들에 대한 글을 독해용으로 읽은 적이 있었으니까.
2.
그러다 결국엔 정부 의정으로 법제화되었다.
k) Chở người ngồi trên xe không đội "mũ bảo hiểm cho người đi mô tô, xe máy" hoặc đội "mũ bảo hiểm cho người đi mô tô, xe máy" không cài qua đúng quy cách, trừ trường hợp chở người bệnh đi cấp cứu, trẻ em dưới 06 tuổi, áp giải người có hành vi vi phạm pháp luật.
- Nghị định 100/2019/NĐ-CP
이에 따르면 예외 대상은, '구급 환자', '6세 미만', '호송중인 범법자'가 전부이다.
3.
그리고 해당 의정은 2021년 보충되어 다시 반포된다.
(Nghị định 123/2021/NĐ-CP)
4.
이에 따르면, 6세 이상의 아이가 헬멧을 쓰지 않아 잡혔을 때 벌금은 최소 40만동에서 최대 60만동이다.
5.
해당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는 '아이들은 헬멧을 안 써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안 쓴 것일 뿐이지
아이의 머리가 나빠지기 때문에 안 씌운 것이 아니다.
단속을 안 한다?
1.
'어린아이들 안 쓰는 건 안 잡는다'는 잘못된 소리이다.
명백히 단속 대상이지만 여러 요인들 때문에 어려운 것일 뿐.
2.
학교 앞에서는 보통 단속을 하지 않고, 하더라도 대강 주의, 훈방 정도에서 그친다.
등하교 시간 학교 앞의 교통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인데, 여기에 단속까지 이어지면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학교 앞에서는 지양하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3.
나도 전에 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본 적이 있는데, 교통경찰들이 보더니 헬멧 쓰라고 주의만 주고 휙 가는 걸 보고... 와 돈 안 뜯고 저렇게 스윗하게 구는 건 처음 보네...하며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딱 이런 느낌으로 훈방, 교육에 집중을 하는 것 같았다.
'수입원' 쯤으로 여기는 다른 범법 행위와는 다르게,
아이들 헬멧 쓰는 문제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서 그런 것처럼 보였다.
4.
게다가 공안의 입장에서 학교 외의 다른 장소에서 아이가 헬멧을 안 쓴 경우를 잡으려고 해도,
아이가 6세 이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도리가 없다.
만약 잡혔는데 아이가 6살이 아직 안 되었다고 우기면 어떻게 확인할 건가?
호적부 조회해서 해당 자녀가 6살인지 아닌지 확인할까?
그럴리가 없지.
게다가 6살 이상 된 아이라고 해도, 아이 데리고 병원에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면 어쩔 도리가 없지.
빠져 나갈 구멍 자체가 굉장히 크다.
5.
게다가 잡혀도 벌금이 세지 않기 때문에 공안의 입장에서도 큰 의미(?)가 없다.
벌금이 그리 크지 않아 공안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다 보니, 학부모의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기도 하고.
6.
최대한 헬멧 착용률을 높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아내의 경우도 초등학교 1학년 올라갔을 때, 공안이 찾아와 헬멧 착용 교육과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잡혔을 때의 변명 유형
1.
아이들은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부모님에게 헬멧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열에 하나, 둘 정도 쓸까 말까한 것이 현실.
그 이유는 부모들의 의식 수준이 현저히 낮아서, 그냥 무시를 해버리기 때문.
그래 놓고서 공안에게 잡혀 왜 아이에게 헬멧을 씌우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받으면 갖은 변명을 늘어 놓는다.
2.
이제는 한물 갔지만, 본격적으로 단속이 시행된 후 가장 많이 나왔던 변명은
"예전에는 잡지 않았다" 였다.
법제화된지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가 되었다.
3.
제일 많이 나오는 변명 중 하나는
"집이 학교에서 가까워서 쓸 필요가 없다"이다.
굉장히 편의주의적인 내용이다.
집이 가까워 헬멧을 굳이 사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까지 이어지는 변명이다.
4.
"아이가 헬멧 쓰는 걸 싫어해서 안 씌웠다"도 많이 나오는 변명이다.
싫어하는 건 싫어하는 것이고,
꼭 해야 한다는 걸 가르치는 게 교육인 건데...
이래서 가정 교육이 중요한 것이다.
심지어 이 변명은 어른의 책임을 아이에게 돌린다는 면에서 최악이다.
5.
제일 많이 하는 변명 중에서 그나마 변명스러운(?) 것은
"급하게 오느라 아이 헬멧을 집에 놓고 왔다"이다.
다음부터 깜빡하지 않고 잘 가지고 다니겠다는 콤보까지 자연스레 이어지면
그래도 의식 있는 부모처럼 보이는 변명이다.
결국 왜 안 씌우는 것인가
답은 사실상 하나로 귀결된다.
아이용 헬멧이 비싸기 때문이다.
원래 아이용 헬멧은 헬멧 규격의 기준치가 존재하지 않아서 생산하기 힘들었으며,
게다가 범용성과 시장성이 없어서 수량이 적다보니 가격이 비쌌다.
또한 초창기에는 아이들 용도의 헬멧을 생산하는 회사가 극히 적었기에
아이들에게 적합한 헬멧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Con Cưng 같은 육아용품 전문점을 가면 아이들 헬멧을 찾기 쉽다.
시장이 커지고, 수요가 늘어나 생산이 늘면서 자연스레 가격 역시도 안정화가 되었다.
심지어 아이들 눈을 사로 잡는 다양한 디자인을 가진 헬멧들도 존재하며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헬멧들도 많이 보인다.
물론, 성인용 헬멧 보급형으로 나오는 것들이랑 비교하면 비싸기는 하다.
결국 부모의 의식 부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차리리 헬멧 쓰면 머리가 나빠진다는 미신이 있어서 안 씌운다고 하면,
미개해보일지언정, 책임감이 없어보이진 않은데
그런 미신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이러는 건 그냥 수준 떨어져보인다.
그리고 그런 미신이 있어서,
공안도 미신을 법률 위에 두고, 미신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잡지 않는다라는 소리는
흠.......
베트남 사람을 어디까지 무시하는 건지...싶을 정도다.
참담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참고>
Báo Lai Châu 2012.09.21
VOV GT 2024.04.11
Bộ GTVT 2008.03.05
Hội Liên Hiệp Phụ Nữ Việt Nam 2012.12.14
Đảng Cộng Sản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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