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출산장려책으로 30세 전 결혼, 35세 전 둘째......? 뭔 개소리들이야??

 
요즘 한국의 출산율, 인구 소멸 이런 유튜브를 좀 봐서 그런지
내 피드에 추천 동영상으로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뜨고 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베트남의 출산장려책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다룬 유튜브가 있었다.
근거가 매일경제에 실린 베트남 교민잡지 '신짜오 베트남' 발 기사인 것 같은데...
 

“30세 전에 결혼, 35세 전에 둘째 낳아라”…늦으면 세금 올리겠다는데 [신짜오 베트남] - 매일경

 
매일경제 - “30세 전에 결혼, 35세 전에 둘째 낳아라”…늦으면 세금 올리겠다는데 [신짜오 베트남]
 
 
해당 기사를 근거로 해서 베트남에서 싱글세를 거두기로 했다... 뭐 이런 이야기를 언급했다.
 
베트남에 살고 있고, 못해도 3일에 1번 정도는
베트남 신문 기사 훑어보는 나로써는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다.
세금이란 걸 제대로 내는 베트남인들도 별로 본 기억이 없는데
싱글세...? 이런 소리가 나온 것도 갸우뚱했고,
또 이런 이야기가 있었으면 벌써 시끌시끌했을 것이고
페이스북에 관련 포스팅이 도배가 되어야 정상인데
비슷한 소식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써는
한국에 이런 소리가 나오는 게 신기할 따름.
 

상기 매일경제 기사 내용 중에서 발췌

 
위는 해당 기사 내용에서 언급한, '베트남의 정책'에 대한 설명이다.
지난 4월에 총리가 서명한 문서?
30세 전 결혼? 35세 전 두 번째 아이를 낳을 경우 혜택?
 
4월에 그런 기사를 본 기억이 없는데...
내가 놓친 뭔가가 있나 하고 찾아 보았다.
 

Bao giờ vợ chồng sinh đủ hai con được hỗ trợ mua nhà?

 

Kết hôn quá muộn, có bị phạt?

 

"Đẻ thoải mái, kết hôn sau 30 tuổi bị phạt..." và những hiểu lầm về Quyết định 588 của Thủ tư

 
하...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요즘 국제 결혼 늘고, 외국인 근로자도 늘고
그에 따라 베트남에 대한 관심도 늘어서 그런지
베트남 관련 기사들은 엄청 늘어나고 있는데,
정상적인 기사를 본 적이 드문 것 같다.
 

 
 
1-1. 2020년 4월 28일
 
매일경제의 기사 내용에는 '지난 4월'이라고 되어 있어,
마치 2024년 4월에 정부 수상이 통과시킨 것처럼 보인다.

(참고로, 보통 '총리'라고 번역하지만 베트남어 어감을 살려 '정부 수상'이라고 부르는 걸 개인적으로 더 선호한다.)

 
아무튼 이 기사는 무려 4년 전의 내용을 가지고 와서
마치 새로운 내용인 것양 적고 있는 것이다.
 
1-2. 팜민찐 총리
 
해당 문서의 서명자는 정부 수상이다.
그리고 기사에는 그 정부 수상을 현 정부 수상인 '팜민찐'이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팜 밍 찡(Phạm Minh Chính) 수상은 2021년 4월 5일부터 정부 수상 자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 기록물 사이트에
해당 문서 서명자(Người ký)로 前 정부 수상인 '응우옌 쑤언 푹(Nguyễn Xuân Phúc)'의 이름이 있는 걸 볼 수 있다.
 
해당 문서는 'Quyết định của Thủ tướng Chính phủ'라는 공문이다.
아마 그래서 '정부 수상의 결정'이라는 이름을 보고 당연히 올해 4월 정부 수상은 '팜 밍 찡'이니까 그렇겠거니 하면서
그냥 쓴 것으로 보인다.
 
2. Chương trình điêu chỉnh mức sinh phù hợp các vùng, đối tượng đến năm 2030
 
해당 문서는 '2030년까지 각 지방, 대상에 부합하는 출산율 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승인의 내용을 담은 것이다.
2030년까지의 베트남 인구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각 지역의 목표 출산율을 조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 캠페인 같은 것이다.
 
목표는 크게 출산율을 2.0~2.2로 유지하기 위해서
출산율 저조한 지역은 약 10%를 끌어올려 2.0로 목표를 설정하고,
출산율이 높은 지역은 약 10%를 낮추어서 2.2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3. 출산장려책?
 
해당 기사에는 30세 이전 결혼, 35세 전 둘째 출산 시 혜택을 준다며, 이런저런 혜택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이다.
 
일단 당시 21개의 성과 시가 '출산율 저조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해당 21개 성시 : TPHCM, Đồng Tháp, Hậu Giang, Bà Rịa - Vũng Tàu, Bình Dương, Khánh Hòa, Long An, Bạc Liêu, Tây Ninh, Sóc Trăng, Cà Mau, Đồng Nai, Bình Thuận, Tiền Giang, Cần Thơ, Vĩnh Long, An Giang, Bến Tre, Đà Nẵng, Quảng Ngãi và Kiên Giang.

 
그리고 이렇게 출산율이 저조한 지역들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이러한 것들을 실현해라고 하는 내용들이 해당 공문에 존재한다.
그 내용 중 '각 지방 정권이 이러이러한 점들을 연구하고 시행해봐라~'하는 내용에, 매경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지원책'들이 등장한다.
 

 
30세 이전 결혼, 35세 둘째 출산에 관한 내용은 '가정과 혼인 서비스 제공, 상담 지원' 부분에
'일찍 자녀를 출산하고 결혼을 늦게 하지 않도록 30세 전 결혼을 장려', '여성은 35세 전 둘째 출산 장려' 등
그런 장려하는 캠페인을 하라는 내용에 담겨 있다.
 

 
그리고 30세 전 결혼, 35세 전 둘째 출산했을 때의 지원책이라고 매경 기사에서 말하는 내용은
'각 부부가 자녀 둘을 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내용에 이러이러한 것들을 시도해보라는 내용에 있다.
즉, 별개의 내용인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는 실제 정책이 아니라,
출산율 저조 지역으로 분류된 지역들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이러한 정책들을 시도해봐라 하고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안 발표 당시 세부 사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매경 기사는 언급하지만
세부 사안이 나오지 않은 게 아니라, 나오지 않는 게 정상이다. 정책이 아니라 지방 정권에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것 뿐이니까!
 
당시 해당 사안 발표 후, 오독(誤讀)한 베트남인들이 '아이를 둘 나으면 지원을 받느냐'하는 문의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출생율 낮은 지역에서 정책 시행에 관한 연구를 해보고, 일단 테스트를 해본 다음 정식 정책으로 입안되는 것이라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 더 높은 세금?
 
반대로 결혼하지 않거나 너무 늦게 결혼할 경우 더 높은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이번 정부안의 골자입니다.
 
라고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어서 이건 뭔 소리인가 싶었다.

베트남 내에서도 이 기사가 나오고 난 다음에 '늦게 결혼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며 벌금 액수가 5백만동~1천만동이다는 이야기가
당시 베트남 넷상에서 돌았던 모양이다.
 

 
그건 넷상의 헛소문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나왔다.
또한 혼인은 법률과 규정에 따라서 공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이고, 해당 프로그램은 단지 '장려하는 것이다'고도 하였다.
 
혼인에 관한 것은 '2014년 가정과 혼인에 관한 법률(Luật Hôn nhân và Gia đinh 2014)'에 따르기 때문에
만약 혼인 강제를 위한 벌금이 마련되려면 이 법이 먼저 개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 아무런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매경 기사에는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라며 구체적인 인용을 한 느낌을 주는 문구가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위에서 '각 부부가 자녀 둘을 하도록 장려하고 지원'하는 내용에 이러이러한 것들을 시도해보라는 내용을 언급한 파트다.
여기 마지막 문장에 '너무 늦게 결혼하거나 결혼하지 않으려 하는 개개인에 대해 공동체와 사회에 기여하고 책임을 가지도록 여러 방법들을 단계별로 시도하라'는 부분이 있다.

(번역은 러프하게 했다)

 
결국 더 높은 세금은 100% 뇌피셜이고, 여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문장을 가져와서 짜맞추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이미 이에 따라서 각 지역 및 관련 부처들이 여러 방면으로 
 

베트남 보건부, 35세 이전 두 자녀 출산에 보조금 지원 - 인사이드비나

 
지원책을 마련하여 지원을 하고 있었다.
 
5.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일 주목되는 것
 
한국인들 눈에는 이런저런 혜택 주겠다는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 모양이지만,
실질적으로 베트남인들이 주목한 부분은 다른 것이었다.
 

 
특히 산아 제한을 위해 세 번째 자녀부터 여러 가지 불이익을 주는 규정들을 바로 폐지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두 자녀 정책이 폐기된지는 오래되었으나,
산아 제한을 위해 출산율이 높은 지역 등지에서는 아직까지도 그러한 불이익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변국의 정책 내용도 가져와서 소개하려면 잘 해야지...
이런 기사들 때문에 요즘 한국 쪽 베트남 기사들 읽는 것도 피곤하고
베트남에 관한 질문들 들어올 때마다 이런 거 바로잡는 것도 피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