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제, 한 달 전쯤 스케치만 해두고 잊고 있었다.
📱 한국어 정보의 문제
나트랑(냐짱)이나 달랏 여행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한국어로 된 기이한 정보들이 넘쳐난다. 그 연원을 추적해 보면 십중팔구 며칠 다녀간 자유여행객들의 '카더라' 통신이다. 나 역시 베트남에 살며 밥벌이를 하고 있지만, 알면 알수록 시야가 바뀌고 어제 맞았던 정보가 오늘 틀리는 곳이 여기다. 그런데 고작 3박 4일 여행을 여러 차례 했다고, GPT한테 적당히 물어보고 나서 다 이해했다며 '베트남 마스터' 행세하는 글들을 보면... 예전 같았으면 하나하나 팩트로 들이받는 포스팅을 썼겠지만, 요즘은 그저 공허한 외침 같아 방치하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나트랑 금은방들의 외화 환전 단속이 심해지면서 다시금 이상한 소문들이 도는 걸 보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몇 자 적어 던져 놓는다.
🏦 환전소? 아니, '환전 대리점'이 정확하다
흔히들 '사설 환전소'라고 부르지만, 정확한 명칭은 '환전업 대리점(Đại lý đổi ngoại tệ)' 허가를 받은 금은방이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달러당 얼마 쳐줄게" 하는 주먹구구식 거래가 아니라, 베트남 중앙은행(Ngân hàng Nhà nước)으로부터 특정 은행의 환전 업무를 위임받았다는 공식 허가증(Giấy phép)을 가진 가게나 개인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각 도시의 큰 금은방들은 '금'이라는 현물을 다루기에 금융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외화 거래 허가를 같이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 허가증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 외국인 방문이 잦은 쇼핑센터나 여행지에 위치해야 하고,
- 가장 필수적으로 특정 은행과 대리점 계약을 맺어야 하며,
- 별도의 환전 전용 부스, 위조지폐 감별기, 보안 금고 등 필수 설비는 물론,
- 위조지폐 감별 교육을 이수한 전담 직원이 있어야 한다.
이밖에도 여러 조건들이 있었는데 까먹었다.

🚨 나트랑의 김청, 김빈은 왜 문을 닫았나?
나트랑 여행객들의 성지나 다름없는 씀모이(Xóm Mới) 시장 근처의 낌쭝(Kim Chung, 한국인들이 '김청'이라 부르는 곳), 낌빙(Kim Vinh, 한국인들이 '김빈'이라 부르는 곳), 그리고 덤 시장의 상낌빙(Sang Kim Vinh). 이들은 나트랑에서 꽤 오래전부터 영업해 온 터줏대감들이고, 대개 환전 대리 허가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은행 직원들도 그렇게 이야기할 정도면 맞는 듯하다.
그런데 왜 최근 단속을 그토록 두려워하며 알아서 환전을 중단하는 걸까? 시설이 부족해서? 아니다. 큰 관점에서 보면 이유는 명확하다.
🔴 이유 1: 대리점의 범위를 벗어난 '이중 장부'
📊 정상적인 환전 프로세스
기본적으로 각 은행들은 베트남중앙은행이 고시한 환율 내에서 은행 환율을 고시한다. 그리고 합법적인 대리점은 은행이 고시한 환율 범위(Band) 내에서 거래해야 한다. 그리고 환전된 외화는 계약된 은행으로 입금되는 것이 원칙이다.
🖤 실제로 일어나는 일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금은방이 '암시장(Chợ đen, 블랙마켓)' 환율을 적용해 여행객에게 더 비싼 값을 쳐주고 엄청난 양의 외화를 끌어모은다.
그리고 이 외화를 은행에 넘기지 않고 금 수입 자금으로 쓰거나 자체적으로 유통한다.
간혹 시내를 다니다 보면 '환전' 간판이 달려 있는 것들 중에 작게 은행 이름을 같이 병기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곳은 본인들이 명확히 대리를 하고 있는 합법 자격임을 드러내는 곳이다.
🔴 이유 2: 결정적인 문제, '사업자 등록 코드(Mã ngành)'
이게 핵심이다. 베트남 기업은 사업자 등록 시 업종 코드를 지정해야 한다.
- 4773: 시계, 안경, 금, 은, 보석 소매업. (대부분의 금은방이 등록한 코드)
- 6419: 기타 금융 중개업. (환전 업무를 하려면 필수인 코드)
시중의 금은방들은 전부 4773이 기본 코드이다. 그러나 환전 업무를 같이 보려면 6419를 같이 등록해야 한다.
나트랑 시내 금은방 중 6419 코드가 등록된 곳? 덤 시장 근처의 'Ngọc Mai' 정도를 제외하곤 본 기억이 없다. 그마저도 갱신 여부는 불투명하다.
💸 6419 미등록의 이점(?)
4773(소매업)만 등록해 놓고 환전을 하면? 환전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 환전으로 번 막대한 현금 수익을 전체도 아니고 일부만 금 판매 매출에 대충 뭉뚱그려 신고하면 자금 흐름을 은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번 단속은 단순한 '불법 환전 하지 마라' 수준이 아니다. "왜 금융업을 하는데 금만 파는 척하면서 세금을 포탈하느냐"라는 정부의 강력한 경고다.
💭 실제로 금은방들은 조용하게 지내고 있는데, 덤 시장 2층 가게들에 보면 '환전합니다' 같은 것들은 아직도 넘쳐나고 있는 걸 보면... 단순히 불법 환전 단속 문제였으면 이미 진작에 폐업당했어야 정상이다.
📜 Nghị định 340/2025/NĐ-CP와 베트남 경제의 적신호
최근 교민 사회를 강타한 기사가 하나 있다. 2026년 2월 9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Nghị định 340/2025/NĐ-CP 관련 내용이다.
Mua bán ngoại tệ "chợ đen" bị phạt tới 100 triệu đồng, tịch thu tang vật
(Dân trí) - Có hiệu lực từ 9/2/2026, Nghị định 340 quy định mức phạt cao nhất 100 triệu đồng cho hành vi mua bán ngoại tệ trái phép. Đáng chú ý, người vi phạm sẽ bị tịch thu toàn bộ số ngoại tệ ho
dantri.com.vn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이제 개인끼리 바꿔도 잡혀간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난 이 정부 의결을 보며 전혀 다른 서늘함을 느꼈다. 이건 단순한 삥 뜯기'가 아니다. 내가 재작년부터 줄기차게 언급해 온 베트남 경제 위기 신호와 정확히 맞물려 있다. 정부가 외화 유출과 지하 경제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해당 의결 사항은 '통화 및 은행 활동 분야의 행정 위반 처벌'이다. 환전 관련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읽으면서 느낀 포인트는
① 자금 세탁 방지 (Phòng chống rửa tiền) : 고액 현금 거래,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한 보고 의무 위반 시 처벌 강화. 현금이 많이 도는 업종에서 자금 출처 소명을 강화.
② 금(Gold) 사업 관리 : 국가 허가 없이 금을 제조하거나, 금괴(Vàng miếng)를 매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금은방들이 신고하지 않은 '출처 불분명한 금'을 사고팔거나, 가공비(세공비) 등을 통해 편법으로 금괴를 유통하는 것을 방지.
③ 불법 해외 송금 및 결제 (Thanh toán, chuyển tiền xuyên biên giới) : 허가받지 않은 중개업자를 통한 해외 송금(일명 환치기) 및 수령. 한국-베트남 간 사설 환치기 업체들에 대한 단속. 계좌 이체 내역에 대한 감시 강화.
④ 외화 관리 (Quản lý ngoại hối) : 불법 환전, 외화 가격 표시(메뉴판 등), 외화 결제 등에 대한 단속 강화. 수출입 기업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규정된 시간 내에 매각하지 않거나 불법 보관하는 행위에 대한 기업 처벌도 포함됨.
⑤ 은행 운영 및 신용 정보 (Hoạt động ngân hàng) : 불법 대출(고리대금), 부실 채권 관리, 은행 임직원의 부정행위 등에 대한 내부 통제 강화.
정도이다.
이렇게 보면 결국 '환전'이라는 행위는 해당 의결 사항에서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포인트는 '개인'이 아니라 '블랙마켓'이다
자꾸 개인간의 환전에 포인트를 두고 있으나 베트남 기사 헤드라인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주어는 '블랙마켓(Chợ đen)'이다. 보통개개인의 소액 환전(1,000달러 미만)은 걸릴 일도 잘 없지만, 현장에서 적발 시 '경고' 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재범이 발생하게 되면 그때부터 소액 환전 역시도 벌금이 부과된다. 기존 규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경고' 조치 역시 전산화되어 기록이 남는다는 것 정도?
소액 환전은 기존 규정(Nghị định 88/2019/NĐ-CP)에서도 경고 조치였다. 재범 발생 시 1천만동 이상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하지만, 애시당초 적발 기록이 남지 않는 규정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심지어 몰수 조치도 기존 규정에는 있었지만, 단속 공무원의 재량 영역에 있었다. 그것이 이번 신규 규정에서 강화된 정도다.
🏪 진짜 문제가 되는 것들
내 생각에는 '환전'보다 이것들이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1️⃣ 상품·서비스 대금을 외화로 표시/결제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외화(달러, 원화)로 표기하거나 결제하는 행위다. 메뉴판에 '$'나 '₩'을 병기하거나, 계산대에 버젓이 한국 계좌번호를 붙여놓는 행위. 이건 원래 베트남 상법상 불법이었는데, 이번에 처벌 수위가 대폭 강화된 것이다.
2️⃣ 금은방들의 진짜 문제
그리고 '환전 행위' 자체보다는 은행의 공식 환율을 미고시하는 행위, 대리점이 지켜야 하는 규정 위반, 외화를 미신고한 채 불법으로 반출하거나 송금하는 행위 등등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다.
👮 공안이 아니라 '누가' 단속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제복만 입으면 다 '공안(Công an)'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번지수가 다르다. 이번 정부 의결에서 금융업 단속의 주체는 인민위원회(UBND)다. 그리고 외화 관련 실무는 시장관리국(Quản lý thị trường), 세관, 은행감독관 등이 담당한다. 지금 금은방을 털고 있는 사람들도 공안보다는 시장관리국이나 세관원일 확률이 높다. 공안(경찰)은 주로 위조지폐, 자금세탁, 조직적 불법 송금 등을 포함한 형사 사건을 다룬다.
위아래 촌스런 녹색 깔맞춤한 공안은 눈앞에서 오토바이끼리 부딪혀도 자기 소관 아니라고 무시하고 지나가는데...
결론.
전자담배는 아직도 길거리에 사람 보이는 데에서 뻑뻑 피워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개인 환전 몇 백달러 하는 건 잡혀갈까 봐 걱정하는 이 아이러니함이란.
분명한 건, 베트남 정부가 곳간 단속에 나섰다는 점이다. 여행객 입장에서야 환율 몇 푼 더 쳐주는 금은방이 아쉽겠지만, 베트남 당국 입장에서 그들은 세금 구멍이자 지하 경제의 주범일 뿐이다. 당분간 나트랑 금은방들은 몸을 사리겠지. 그동안 대리점 원칙을 준수한 형태로 탈바꿈하기 시작하는 가게들도 등장할 것이고.
그런데 그 사이를 파고 드는, 더더욱 위험한 불법 환전소들이 기승을 부릴 것이고.
길에서 여러 차례 환전 경험이 있는 우리 부부는... 흠... 그 몇 푼 더 이득보겠다고 그 위험들을 굳이 감수하고 싶지는 않다.
그냥 안전 비용 낸다고 생각하고 은행을 애용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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