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찌밍시의 숙원 사업이었던 메트로 1호선 개통이 이루어졌다.
도무지 끝이 안 보이던 시공이 어느새 완료되고,
계속 시범 운행과 조정을 거쳐
드디어 정식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메트로를 타고 크리스마스를 즐기겠다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온갖 포스팅도 그렇고 각종 기사들도 그렇고
뭔가 자부심이 가득한 내용들 뿐이다.
뭐... 내가 심사가 꼬인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메트로 1호선 Bến Thành - Suối Tiên 구간을 2024년 말이 되어서야 개통을 했으면
자랑스러움, 자부심보다는 부끄러움, 수치임이 먼저 들 것 같다.
내가 FLEX반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때 읽었던 독해 자료에서 처음으로 호찌밍시의 메트로 관련 내용을 접했다.
그때만 해도 'Bến Thành - Suối Tiên 노선 이듬해 개통 예정'이라고 했으니... 내가 FLEX반 공부를 할 때는 2018년이었다.
그리고 2019년 관통사 면접대비반 공부를 할 때
그 당시 읽었던 독해 자료에서도 '이듬해 계통 예정'이라고 했다.
관통사 취득하고 2020년 초반에 코로나 문제가 터지기 바로 직전 사이공에 공부하러 왔을 때
메트로 개통은 답이 없는 문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심지어 베트남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시공사가 온갖 사람들한테 뇌물을 주느라 비용을 다 소진해서 공사가 더 진행이 안 된다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게다가 방콕의 도시철도는 1999년에 개통했고,
싱가포르만 해도 1980년대에 메트로 건설, 심지어 1987년부터 스크린도어를 설치한 역이 존재했으며
쿠알라룸푸르에도 이미 메트로가 있는데
호찌밍시 같은 대도시가 이제서야? 그것도 1호선 전체도 아니고 1호선 일부 구간이?
만약 수도가 아니라서 그렇다는 소리를 한다면 그거야 말로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남은 구간들, 그리고 계획되어 있는 다른 호선들은 어떻게 될까?
한번 물꼬를 텄으니 순조롭게 진행될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베트남은 지난 수십년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괄목상대할 만한 변화를 보였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전혀 변화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 집에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초반 부분에 저자가 1994년~1995년 초반에 일본 도쿄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겪은 일화가 있었다.
......하지만 내 감귤 모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주일 후 나는 하노이에 있었다. 나는 메트로폴호텔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있었다. 당시 베트남은 탄제린 시즌이었다. 거리 모퉁이마다 상인들이 가장 맛있는 탄제린을 팔았다. 매일 아침 나는 탄제린 몇 개를 아침으로 먹었다. 웨이터가 디저트 주문을 받으러 왔을 때 내가 원하는 건 탄제린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분 후 다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탄제린은 없습니다."
나는 격분해서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매일 아침 식사 때 테이블 가득 있었는데! 분명 주방 어딘가에 탄제린 하나는 있지 않을까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대신 수박은 어떠신가요?"
나는 대답했다. "좋아요. 수박이나 가져다주세요."
5분 후 웨이터는 껍질 깐 3개의 탄제린을 담은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탄제린을 찾았습니다. 수박은 없습니다."
전혀 메트로와 상관 없어 보이는 일화지만,
이 일화를 가져온 이유는 1994년~1995년에 베트남인들이 일하던 마인드와 사고 방식dl 2024년에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연도를 숨기고 최근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베트남에서 이런 일들을 많이 겪었다.
하물며 수년이 질질 끌리며 문제를 드러낸 메트로 개통이
노선 하나 겨우 운행한다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문제가 술술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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