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비자 문제 때문에 처가에 와 있기 때문에 폰으로 뉴스는 읽어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굉장히 제한적이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이제서 슬쩍 글을 써 보려고 켰다.
모든 내용은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견해, 판단 등이므로
반박하고 싶으신 분들은 당신 말이 전부 옳음을 밝힙니다.
나는 실패한 가이드인데 내가 덧붙이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ㅎㅎ...
지금 한창 논란인 '한국인 가이드'의 잘못된 베트남 역사 설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이에 재빠르게 럼동성 문화체육관광청이 무자격 가이드들을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그리고 가이드 한 분이 현장에서 단속에 걸렸다는 소식도 들었다.
베트남 신문의 특성 상 얼굴과 이름이 공개가 되어 있는데, 그걸 내가 굳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진술에 따르면 올해 10월부터 냐짱에서 가이드를 했고, 아마도 비자 클리어 때문에 해외를 나갔다가 12월 23일에 깜란으로 입국을 해 12월 26일부터 나달팀을 받아서 달랏에 올라온 듯하다.
진술에서 제일 마음에 안 들었던 게, 본인이 월급 4천만동이라고 그러던데.... 아니, 일비 받는 가이드도 그렇게 값이 안 나올텐데? 나는 작년에 계속 마이너스였는데... 월급이 4천만동 씩이나 나오는 일이었으면 계속했겠지.
아니면 요즘 뭐가 바뀐 건가? 괜히 ㅈ같네 기분.
1. 이번에 문제가 된 멘트
사실 뉴스에서 다루고 있지만, 보도하는 신문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SNS 상에서 생각보다 크게 퍼지지 않았다.
보통 뉴스가 퍼지기 전 SNS 영상이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전해지는데, 이번에는 뉴스에 뜨기 전에는 접하기 힘들 정도였기에...
일단 영상을 봤는데, 대부분 앞에 '안남, 통킹...' 설명 부분은 소리가 나오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멘트, "바오다이 황제에게 자식이 100명 있는데, 50명은 산으로 가고 50명은 바다로 가고..."가 나오는 뒷부분은 화면만 나오고 뉴스 전달하는 매체에서 입힌 목소리밖에 없어서 조금 의문이 든다.
냐짱-달랏-판랑 일대에서 일하는 가이드들은 대다수가 신입보다는 경력직들이고,
현장 나가기 전에 학습하는 자료들이 있어서 이렇게 기본적인 이야기를 틀릴 리가 없는데.
거의 베트남학 개론 수준의 고급 책과 자료까지 접해본 나로서는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
아니면 저렇게 이야기를 대충대충 해도 쇼핑에서는 확실한 가이드인가보다 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잘 팔아오는 가이드가 중요하지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정확히 아는 가이드가 뭐가 중요하겠어.
역사 100점 세일즈 10점 가이드보다 역사 0점 세일즈 90점 가이드가 훨씬 중요한 업계니.
그리고 솔직히, 베트남 사람들 보면 역사에 별 관심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 사람들에
학계에서 연구했던 성과들 몇 번 접해봤는데... 왜 동남아역사 연구하시는 분들이 호주에서 공부하고 호주에서 쌓인 연구 성과를 인용하는지 알겠을 정도였다.
이런 나라가 역사 어쩌고 하는 걸 보면 웃기기도 하다. 게다가 바오다이 황제는 공산주의 역사에 있어서 숙적 그 자체 아닌가? 일제가 들어왔을 때 일제랑 협력하고, 남북 갈렸을 때 남베트남과 협력을 했는데?
2. 무자격에 대해서
더불어 무자격 외국인 가이드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 현행법상, 가이드 자격증이 있어야 인솔이 가능한데
그 가이드 자격증은 '베트남 국적을 가진 자'에게만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인 단체를 받을 때,
베트남인으로 한국어 가이드 자격증을 가진 친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거의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하지, 상황마다 발생하는 변수나 이슈들, 그리고 다양한 궁금증에 대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관광 만족도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런 부분은 대학에서 한국어 배우고, 한국어 1~2년 경력 쌓은 걸로는 택도 없다.
한국어를 어느 정도로 능숙하게 할 줄 아는 친구들은 한국이든 베트남이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실제로 많은 월급과 많은 오퍼들 속에서 살기 때문에 굳이 가이드를 할 이유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 여행사들이 추구하는, 현지 인력을 쥐어 짜서 가격을 유지하는 저가 상품을 견딜 친구들이 누가 있을까?
관광지 현지에서도 그런 점을 아니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현지인 가이드를 같이 데리고 다니는 한국인 가이드를 허용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이드들도 베트남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으나,
현지에서 적당히 용인되고 있다는 걸 알아서 알아서 몸을 사리는데...
내가 올해 냐짱에서 느낀 것만으로도 '좀 위험하겠다' 싶은 적이 많았다.
인도, 차도 임의로 막아 대고, 쇼핑몰 같은 곳에서도 통로 막는 걸 당연시하면서 '내가 가이드입네'하는 느낌으로 다니는 분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가끔 보면 단속하는 사람들을 그저 돈 뜯는 사람 정도로 취급을 하던데...
진짜 '돈을 뜯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법과 절차를 지키는데도 야지를 놓는 놈들이고.
사실 돈을 뜯는 사람들 덕분에 불법적인 일을 해도 살 수가 있는 거다.
하긴... 한국에서도 불법을 하면서 당당하게 공무원에게 따지고 드는 사람들이 넘치고 넘치니, 그런 마인드는 특별한 게 아닐 수도.
3. 마치 조선족 불법 가이드들 같은 느낌
한때 한국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넘쳐 흐를 때, 비슷한 이슈가 있었다.
바로 조선족 불법 가이드들이 중국인 기분 좋으라고, 중국인 맞춤 설명을 하며 역사 왜곡을 한다는.
한국은 아주 너그러워서 본인들이 정체성을 '중국인'이라고 규정하는데도, 우리 동포라면서 문을 다 열어준 '조선족'이라는 존재가 있어서
사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넘쳐나서, 통계상으로 관광 시장이 성장한 것 같아 보여도 그 과실의 다수는 조선족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격증마저 따기 귀찮고 싫다고 불법으로 그냥 일을 하는 놈들이 있었는데...
이번에 현지 관광지 설명을 엉망으로 한 무자격 가이드라는 점에서 보면 이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물론 결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4. 해당 영상을 보며 석연치 않았던 점
영상의 구도를 보면, 일행 중 한 사람이 찍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첫 번째 가능성은 '현장에 있던 베트남 관광객 중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슬쩍 옆에 붙어서 찍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번 단체 손님 중 베트남 며느리?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찍었다'
세 번째 가능성은 '같이 다닌 베트남 가이드가 찍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예전에 단체 손님 중에 베트남인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그렇다.
그런데 만약 그런 손님이 있으면 모든 설명 멘트가 조심스러워질 것이기에 패스.
이 밖에도 단체 손님 중 한국인이 찍어서 퍼트렸나... 하는 생각도 해봤는데, 그렇다면 한국 쪽에서 어느 정도 이슈가 되었어야 할 텐데 베트남에서 먼저 터질 이유가 없는 것 같아서 제꼈다.
뭐가 어찌 되었건 이 영상을 보면서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제 럼동성 관광업 관련된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치우고 그 자리를 가져가고 싶구나'였다.
특히, 럼동성 문화체육관광청 관계자의 인터뷰들을 보니까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근래 베트남 청년 실업 문제가 굉장히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언론에서 적당히 거르며 보도를 하는 게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면 실제로는 꽤 심각하다는 건데. 그런 중에 베트남에서, 베트남 자원을 가지고 한국인이 돈을 벌고 있는 걸 보면서 얼마나 이가 갈리고 있었을까.
한국인이 한창 몰려든 초창기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몰랐을 테지만,
1년 쯤 지나고 대충 체계가 잡히고 나니까 굉장히 아쉽게 느껴졌으리라 본다.
한국인을 여러 번 상대하면서 자신감이 좀 쌓인 베트남 관광업계 사람들과 알력다툼 비스무리하게 하는 것도 좀 봐왔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
(작년에 내가 아내랑 같이 팀을 나갔을 때 자기가 내국인 관광객 가이드도 한다면서 온갖 야지를 놨던 기사 새끼가 생각나네. 남의 팀 싹 망쳐놓고, 내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대했었지......)
5. 한국인에게 국제 가이드 자격증 발급?
기사에서는 럼동성 문화체육관광부 부국장이라는 사람의 인터뷰를 쭉 인용하고 있는데,
마지막 부분이 굉장히 거슬렸다.
외국인도 국제가이드 자격증을 럼동성에서 발급받으면 가능하다고.
내가 이걸 보고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내가 TC 자격증하고 관통사 베트남어 자격증이 있다는 걸 아는 분이,
내가 이 두 자격증이 있으니까 국제 자격증 인증 받아서 쓸 수 있을 거라는 식의 조언을 해주었다.
Danh에게 물어서 달랏이든 냐짱이든 온갖 관광지 등에서 문의를 해봤는데(바오다이 3궁도 포함이다), 개같은 비웃음만 돌아왔다.
내 TC랑 관통사 자격증을 무슨 동네 판촉물 명함 쪼가리마냥 쳐다보면서 외국인이 무슨 자격증 발급이냐고, 그런 방법 없다는 답변만 들었는데? (특히 다딴라에서 대놓고 피식피식 쪼갠 건 아직도 기억난다)
내가 어떻게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고 싶어서 아내를 통해 관광학과를 운영하는 학교에도 전화해서 물었는데, 외국인은 전혀 방법이 없다고 그러드만...
그래놓고 이제와서 '외국인에게 이런 제도가 열려 있는데, 니들이 신청 안 한 거다'는 식으로 나오다니??
뭐, 어찌 되었건 모객사나 랜드사나 무슨 수를 내서라도 계속 상품을 유지하겠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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