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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부산 송정 해수욕장 앞의 베트남 음식점 '호이안'에 가보았다

베트남10선비 2023. 9. 2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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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평점 : ★★★★★★★☆☆☆(7/10)
 
※ 평점 사유
ⓐ 나의 입장 : 한국화된 베트남 음식의 전형적인 형태로 한국인들 입맛에는 딱이라고 생각. 겉은 베트남 음식이지만 속은 한국 음식이라고 보면 맞을 듯. 그래서 한국인의 입맛에는 착착 감기는 맛임.
ⓑ 한국에서 이런 베트남 음식을 먹고 오니, 베트남 현지에서 진짜 현지식을 못 먹는 거구나...싶었음. 내 입장에서는 현지의 맛은 현지의 맛대로, 한국식은 한국식대로 맛있지만...
ⓒ 베트남 사람인 아내의 평가대로라면 베트남인들에게는 호불호가 생길 맛인 것은 분명. 생각보다 한국 음식이나 한국화된 음식을 못 먹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베트남인에게는 불호에 가까울 수 있다고 생각함.

ⓓ 특히 이상한 형태의 자부심이 강한 게 또 베트남 사람들이라, 자신들 고유의 맛이 아니라 변형된 맛이라고 안 좋게 생각할 수도?

ⓔ 가게 상호는 왜 호이안일까? 네이버 지도에서 가게 설명을 보니 호이안의 대표 메뉴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ㅎㅎ 바잉쎄오는 miền Tây 스타일에 가까웠고, phở에 들어간 bánh phở는 베트남 스타일보다는 태국 스타일에 가까워 보이고, bún chả는 하노이의 대표 음식인데 ㅎㅎㅎ...

 

※ 위치 👇👇👇

 

 

전날 아쿠아리움 구경을 마치고, 예약한 숙소로 와서 머물렀다.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를 먹었고

점심은 뭐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하린이 할머님, 즉 울 어무니께서 검색 중 바로 앞에 베트남 음식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픈 시간도 11시 무렵이었으니, 체크아웃하고 나가서 점심을 먹으면 딱 맞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도 띠엔이랑 한국에 오면 '한국화된 베트남 음식'을 꼭 한 번 맛보게 해주고 싶었는데

마침 가까운 곳에 네이버 평점이 나름 괜찮은 베트남 음식점이 있고,

식사를 하러 갈 시간과 여건이 되니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을 먹은 게... 미스 사이공 몇 번이랑

상왕십리에서 한창 공부할 때 서울에 있는 음식점 몇 군데 간 거?

 

하필 오전부터 비가 와서,

건물 외관 사진은 찍지 못했다.

얼른 유모차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건물 안으로 들어와서도 내부 사진을 못 찍었다.

자리 잡고, 주문하고, 하린이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나마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 한 컷 씩 찍은 게 전부다.

아내의 말에 따르면 너무 '모던'해서 베트남 같은 느낌이 없다고. 오히려 일식집 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ㅋㅋ

나는 굉장히 깔끔한 인상을 주는 공간이라 마음에 들었다.

단지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었을 뿐...;;;

 


 

우리가 주문한 건

하린이 할아버지 - 차돌 쌀국수

하린이 할머니 - 짜조Chả giò

나 & 띠엔 - 2인 분짜 세트(+4000원 추가로 바잉쎄오)

 

각 음식에는 한국인인 나의 평가와 베트남인인 아내의 평가를 따로 기재하겠다.

 

<바잉쎄오(Bánh Xèo)>

나 : 7/10점. 어... 이건 확실히 겉만 베트남의 바잉쎄오고, 바잉쎄오를 모티브로 한 다른 음식이라고 봐야할 것 같은데. 당귀랑 깻잎으로 '향채' 파트를 한국인의 입맛에 적합하게 구성한 것은 센수가 있다. 근데 부침 부분이 과하게 얇은 게 내 타입은 아니었다.

 

아내 : 부침, 속의 내용물, 맛 모두 바잉쎄오 같지 않다. 특히 부침이 너무 얇고 잘 부서져서 별로였다. 만약 바잉쎄오가 아닌 다른 어떤 음식이었다면 7/10점. 그런데 이걸 베트남 바잉쎄오라고 해서 나오는 것이라면 5/10점.

 

아내의 친가쪽이 호이안(Hội An)이 속한 꽝남(Quảng Nam) 성인데... 아내는 바잉쎄오의 스타일이 호치민 서쪽 스타일에 가까워 보인다고 했다.

베트남에서는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어떤 식으로 조리를 하는지를 보고 요리한 사람의 출신을 구분할 수도 있는데

바잉쎄오 역시 요리한 스타일을 보고 지역을 구분할 수 있는 음식 중 하나이다.

 

<분짜(Bún chả)>

나 : 8/10점. 분짜는 느억맘(Nước Mắm)만 잘 가져다 놓으면, 한국에서 구현하기 제일 쉬운 음식이 아닐까 함. 특히 고기가 괜찮으면 다 좋은데, 고기를 계속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 자체가 너무 좋았음. 단지 약간 아쉬운 것은... 사실 현지 분짜에서는 원래 소스에 고기가 담겨서 나오는데, 그 고기들 중에 제일 핵심은 떡갈비처럼 생긴 chả인데...

 

아내 : 9/10점. 꽤 맛있었고, 우리가 시킨 음식들 중에서는 제일 현지의 맛과 비슷했다. 그리고 정갈하게 나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분짜는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고, 크게 어려울 것이 없다. 오히려 고기와 짜(chả)를 탄에 굽는 게 귀찮아서 집에서 못 해먹는 음식이지.

그렇지만 베트남인들이 분짜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자연스럽게 '분짜 하노이'라고 말할 만큼 하노이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여겨진다.

 

<짜조(Chả giò)>

나 : 8/10점. 통통한 새우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입으로 넣기 전 시각에서부터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아내 : 7/10점. 베트남 현지의 것과 비슷하긴 하지만, 바삭함이 현지의 짜조보다 부족하다.

 

사실 맛과는 별개로, 나는 '이걸 짜조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튀김옷이 약간 더 두껍고 덜 바삭거리는데?'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도 짜조 대충하는 집에 가면 기름이 아주 드글드글하는데, 여기는 기름기가 적어서 먹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쌀국수>

나 : 7/10점. 베트남에서 퍼(phở)를 먹을 때, 소고기만 먹기는 하지만 확실히 베트남 소고기는 질기다. 그에 반해 차돌박이를 써서 고기가 입안에서 사르르 퍼지는 게 마음에 든다. 국물도 베트남 쌀국수보다는 흠... 뭐라고 하지 향이 진하지 않아서 그냥 부담없이 마시기에는 좋았다.

 

아내 : 5/10점. 일단 이걸 베트남 쌀국수인 '퍼(phở)'라고 부르면 비슷한 점이 거의 없다.. 베트남 사람의 입맛에는 맛이 없다는 쪽에 가깝다. 형태만 그렇지 맛은 완전히 한국의 맛이다. 특히 국물이 너무 달게 느껴진다.

 

아내의 입장에 따르면, 이걸 '베트남' 쌀국수라고 안 하고 한국의 어떤 국수라고 하면 맛있게 먹겠지만 이걸 '베트남' 쌀국수라고 했기 때문에 평이 약간 박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베트남 쌀국수는 안에 들어간 향채와 쪽파의 종류, 국물을 낼 때 넣은 여러가지 것들로 인해 과하게 느껴질 정도의 진한 맛이 있다. 그리고 꽤 많은 한국 분들이 그 맛에 익숙하지 않아서 현지에서 phở를 먹으러 왔다가 많이 남기고 가신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주고객층인 한국인을 저격하기에는 딱 좋은 메뉴인 듯하다.

 

 

생각해보면, 사장님께서도 중간에 입맛에 맞는지 체크하러 오셔서 베트남에서 먹는 것과는 맛이 좀 다르다는 걸 언급하시는 걸로 봐서는 주고객층을 일반적인 한국인으로 타겟팅을 해서 전략적으로 조리법을 한국식으로 바꾸신 듯하다.

계속 언급을 하지만, 아내도 이걸 '베트남 음식'이라고 하고 먹었을 때 약간의 실망감을 표출하는 것이지 맛 자체는 괜찮았다고.

 

그리고 '호이안'이라는 가게의 이름에 대해서는... 호이안 스타일의 소스가 들어갔다는 다낭식 볶음밥을 먹어보기 전까지는 알쏭달쏭 ㅎㅎ

우리가 이번 한국 일정에서는 더이상 부산을 갈 일이 없다는 게 아쉽다. 볶음밥 세트로 먹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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