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이호연이 트레이드 된 소식을 보자마자,
한 번 쯤은 다루고 싶었던 내용이다.
사실 이호연의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기 전부터 한 번은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내용.
트레이드라는 게 서로 간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 카드를 맞춰가며,
그리고 때로는 현재를, 때로는 미래를 포기해가며 진행하는 것이지만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때로는 승패가 갈리고, 때로는 윈윈하기도 하고, 때로는 전부 패자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이번에 해보고 싶은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트레이드 당시에도 실망 혹은 분노를 했고,
트레이드의 결과물을 보면서도 최소한 짜증 이상을 가졌던 트레이드들에 관한 이야기다.
순전히 개인적인 실망, 짜증, 분노 등에 기반을 하고 있으며
순위는 내가 트레이드가 발표된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되새겨보고,
싫었던 이유가 무엇이고, 왜 지금도 싫은가를 따져본 다음 나름대로 매긴 것이다.
트레이드의 명명은 롯데가 상대로부터 받아 온 선수를 기준으로 하였다.
![](https://blog.kakaocdn.net/dn/dqjScZ/btsh2Pm1a8x/nEfDltFeigf3komS4m1aQk/img.png)
먼저, 5위의 트레이드부터.
![](https://blog.kakaocdn.net/dn/mBoml/btsh16iwg0W/5nkJyp5JW4Cy7Ufj2MqBF1/img.png)
내가 5위로 꼽은 최악의 트레이드는 '이강준 트레이드'다.
상대는 KT였고, 롯데가 쓴 카드는 포수 김준태, 내야수 오윤석이었다.
<이유>
일단 롯데의 카드를 생각해보았다.
김준태가 돋보였던 건 아니라지만, 우리 포수풀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김준태를 준 거지?
솔직히 지시완보다 김준태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던 나로써는, 아무리 포수 자원 정리를 위해서라지만 김준태를 썼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오윤석까지?
내야 교통정리의 일환으로 전병우를 트레이드 카드로 써놓고 오윤석까지 쓰다니. 롯데가 인재풀이 그렇게 탄탄했나?
그 다음 롯데가 받아온 카드 이강준.
어린 유망주라지만 카드 2개를 써가면서 받아올 만큼 대단한 선수였나?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박세웅에서 재미를 본 기억이 있어서 이런 선택을 한 건가 싶기도 하고.
이강준이 지금껏 롯데 1군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보면
마냥 터질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는 것도 좀. 터질까 싶은 의구심. 괜히 나승현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러던 찰나에 한현희를 데려온 대가를 이강준으로 치르게 되면서
이 트레이드는 이제 '미래 가치가 어쩌고'하는 건덕지조차 사라져버렸다.
롯데에게 결국 뭐가 남았나 싶은 트레이드가 되었다.
보상선수를 막기 위해 트레이드를 감행한 꼴이 되어버렸다, 꼴사납게도.
![](https://blog.kakaocdn.net/dn/6m688/btsh4nDt9eR/W3vgpGxsyuPmOZc8Utg44k/img.png)
4위는 '舊 강윤구, 現 강리호 트레이드'를 꼽았다.
상대는 NC였고, 롯데는 이 트레이드에 미래 자원인 '지명권'을 넘겼다.
<이유>
롯데에 아무리 이름난 좌완 원포인트가 부족하다고 해서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해도...
미래 가치와 비전을 입에 담던 성민규 단장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협상 대상도, 롯데가 사용한 카드도 너무 모순점이 많은 트레이드. 의도를 모르겠다.
강윤구의 히어로즈 시절을 생각했던 걸까? 그도 아니면 FA로이드를 기대했던 걸까?
'구티의 그날'마냥 강윤구의 긁히는 날에 대한 임팩트가 있었던 걸까?
시즌 종료 후 NC 다이노스의 선수단 정리 과정을 보면, 강윤구가 그대로 있었다면 아마도 정리 대상이지 않았을까.
NC가 가져간 지명권으로 원광대 조효원 선수를 지명한 걸로 아는데,
만약 이 선수가 포텐을 터뜨리면 지금보다 배가 더 아플 것 같다.
유망주는 말 그대로 유망주일 뿐이라, 우리가 지명을 했다고 해서 나은 픽일 수 있었을까 하는 데는 의문이기는 하지만
강윤구의 FA 과정을 생각해보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가 지명을 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솔직히 FA는 정당한 자격이니까, 전략적인 FA든 선수 본인의 의지든 상관이 없지만
본인의 가치를 너무 올려친 게 아닐까.
진짜 순간적인 반짝임을 보여주긴 했지만 2020년부터는 스탯상 이미 뚜렷하게 하락세였다.
FA로이드를 맞은 시즌에는 ERA+나 WHIP 수치가 개선되긴 했지만, 이정도면 FA시장 한 바퀴 둘러본 다음 조용히 돌아와서 협상해도 원 소속 구단한테 감지덕지 해야 하는 성적 아닌가 했는데
협상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가, 드디어 협상 이야기....하자마자 바로 끝.
본인도 답답함을 토로했겠지만, 보류권 풀어주는 이야기는 솔직히...
맘고생이 심한 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응원해주긴 힘들 것 같았다.
역시나 NC가 지명권으로 뽑은 조효원 선수가 포텐이 터지면 배가 아플 것 같고,
이강준의 경우는 보호선수 싸움에서 롯데가 패배한 결과물이라서 그렇다고 치지만,
이건 WAR 마이너스인 선수를 지명권으로 사다가 잠깐 쓰고 풀어준 정도로 끝난 트레이드라서 더 아깝다.
강윤구가 임팩트 있는 무언가를 보여줬다고 보기에도 애매했고.
저번에 최강야구 트라이아웃 때 등장한 걸 봤을 때
어이가 없다고 해야 할 지, 짠하다고 해야 할 지. 아무튼 그랬는데,
현재 독립야구단인 가평 웨일스 소속이라고 한다.
Cố lên nào!
![](https://blog.kakaocdn.net/dn/cIcw5j/btsh59rgeBD/DFRlmzsDWwS0t9neciNmAk/img.png)
3번째는 '고원준 트레이드'다.
협상 대상은 당시 '넥센 히어로즈'.
롯데는 이정훈과 박정준을 보냈는데, 이면에 현금 19억이 함께 갔다고 들었다.
<이유>
당시 고원준이 재능만큼은 확실하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고,
넥센이 선수 장사를 한다는 소리를 줄곧 듣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트레이드도 그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KBO 공식으로 저 현금은 없는 이야기지만 이미 기정사실처럼 여기지는 현금 포함 트레이드.
솔직히 나는 고원준 선수를 정말 싫어했다.
상당수의 팬들은 진짜 용병 하나 데려온 것처럼 환호를 했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노는 유형'의 선수를 안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있던 구설수에, "카더라"에 가깝지만 엄청 많은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리고 오피셜한 매체들에서도 고원준에 대한 기사에 굉장히 강한 어휘들이 사용되는 걸로 봐서는
카더라가 거진 90%는 사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팬들은 "야구만 잘하면 돼"의 마인드로 그냥 쿨하게 넘겼지만,
롤러코스터 타는 모습 볼 때마다 '전날 어디서 또 술 쳐먹었나'는 생각 밖에 안 들고,
누가 옆에서 밀착 감시해가며 세심하게 케어해야 써먹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서 그런가
기대도 별로 안 되는 선수였다.
팬들은 계속 기대를 했겠지만, 롯데는 충격적이게도 노경은을 데려오는 데 고원준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면서
롯데와 고원준의 동행은 마무리가 된다.
노경은도 당시에 두산에서 아주 개판(...)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별로 기대는 안 됐는데,
어찌어찌 부활해서 지금은 SSG에서 잘 지내고 있지.
고원준은 두산에서 좀 좋은 모습 보이는 듯하다가 어느새 2군행, 그리고 소리소문없이 야구계를 떠났다고.
아무튼 롯데는 그렇게 공을 들이고 또 들였는데도,
들인 공에 비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https://blog.kakaocdn.net/dn/bctgTl/btshVBXXy8z/VE7apQ11epXY8ZCWkpw71K/img.png)
두 번째는 '이학주 트레이드'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학주에게 쓴 지명권이 아까웠는지 지명권을 집요하게 노렸고,
좀 더 후순위 라운드의 지명권을 주기 위해서 투수 최하늘까지 얹어줬다는 이야기.
<이유>
미국 생활에 '천재 유격수' 어쩌고 하는 이미지까지 있어서 삼성에 지명이 되긴 했지만,
나이가 나이인만큼 즉시 전력감이어야 했는데,
타격은 물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별로지, 수비는 쉬운 걸 어렵게 만든다는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닥 안정적인 느낌이 없다. 게다가 워크 에식 이슈까지 줄곧 물려있던 선수.
나는 확실히 워크 에식에 문제가 있는 선수를 안 좋아하나보다.
사실 삼성에서 뭐를 하든 별 상관이 없었는데,
아내랑 사직에서 베네수엘라 음식점을 낼 생각도 하고 있던 딕슨 마차도를 개뜬금포로 내보낸 순간부터 x됨을 직감했다.
포스트 마차도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SS자리를 내부 육성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이미 모든 팬들이 느꼈을 것이다, 이학주가 오겠구나 하고.
성 단장은 자꾸 트레이드는 없는 것처럼 말로 땜질을 했지만, 많은 팬들이 '이학주의 컵스 시절은 성민규 단장의 아픈 손가락이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통에 성민규 단장이 이학주를 데려오는 건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상황.
그런데도 오히려 컵스 시절의 인연 때문에 더 롯데로 올 가능성이 적다는, 누가 들어도 헛소리인 말들을 자꾸 하던 성 단장.
결국 이학주가 오고야 말았다.
삼성 시절처럼 온갖 인터뷰들이 그를 지원사격했지만,
롯데에서는 오히려 더 퇴보하기 시작. 타격은 이제 '타자가 맞을까' 싶은 느낌이고, 수비도......
결국 노진혁을 FA로 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지명권도 열받는데, 솔직히 최하늘도 좀 열받긴 했다.
롯데의 사이드암 불펜이, 사실 강력했던 적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롯데 특유의 사이드암 마운드 그림이 있었기 때문에(임경완, 배장호...)
최하늘 선수의 성장을 좀 기대하기도 했고, 군 문제도 해결했으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뭔가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설명하는 성민규 단장이 진짜 그리고 있는 게 뭘까.
나이 든 유격수-3루수 수비 백업 자원을 위해 미래 가치들을 버린 이유가 뭘까.
올 시즌 어떻게든지 뭐라도 보여주든지(퍼포먼스에 따른 성과급 계약이 있지 아마?),
아니면 은퇴하고 이대은이랑 같이 최강야구를 뛰든지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만약 이대은이랑 최강야구 같이 하고 있었으면 응원이라도 해줬을 거 같은데......
![](https://blog.kakaocdn.net/dn/XeRl4/btshVAkoLKX/bKzKkOpgLAk6Y8kGiePKyk/img.png)
이 트레이드는 워낙 오래된 트레이드긴 하지만,
그 충격은 아직까지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트레이드다.
제목은 상대 팀에서 받아 온 선수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김주찬이 뭐 어때서?'가 될 수 있지만,
2001년에 이루어진 트레이드, 그리고 롯데가 보낸 카드가 '마해영'이라는 점 때문에 부동의 1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유>
어린 시절 동네에서 야구를 하면 타자를 할 때마다 다들
"나는 박정태!", "나는 호세!", "나는 마해영!" 하면서 역할 분담을 하곤 했다.
나야 박정태 선수 특유의 폼 때문에 박정태 선수를 선호했지만,
한방이 있는 최강의 거포 하면 마해영이었다.
마해영 역할을 하려는 애들은 꼭 안경까지 따라 쓸 정도로 캐릭터도 있던 선수였는데...
선수협 파동이 문제지. 롯데의 비밀번호 시대는 롯꼰데들의 선수협 파동에 대한 보복 그리고 백골퍼가 원흉이라고 본다.
당시 롯데 사장이 공공연하게 트레이드 시킬 거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마해영의 트레이드는 초읽기였고,
누가 봐도 '야구 외의 목적'을 가진 트레이드가 성사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김주찬은 암흑기의 고생을 겪고 주전 테이블세터로 자리잡아서 나름 성공적인 형태의 트레이드가 되었다.
그렇지만 그 역시도 협상왕의 면모를 보이면서 FA를 통해 기아로 탈출.
마해영을 보낸 직후 롯데는 바로 비밀번호의 시대를 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는 돌아가시기 직전 늘 지고, 꼴찌를 하는 롯데의 모습만 보셨다.
"꼬발이 롯데"라며 자조섞인 웃음을 보이셨지만,
아프고 정신까지 온전하지 못하신 마지막 해까지도 항상 롯데 경기 시간에 맞춰 경기를 틀어 놓으셨던 우리 할아버지.
내가 야구를 하드하게, 분석적으로 보지 않고 그냥 굉장히 가볍지만, 쭉 관심을 가지고 보는 이유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라도 롯데가 정규 1위,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모습을 보기 위함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네.
롯데는 그렇지만, 삼성에게는 제대로 이득이었던 트레이드다.
마해영이 외야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삼성도 상당히 꼬이긴 했지만,
교통정리를 세게 한 이후 그 유명한 '이마양 트리오'를 완성시키고 왕조시대 개창.
하지만 FA로 삼성을 떠난 직후부터는 하락세가 시작되었다.
은퇴 전 로이스터 감독의 제안으로 다시 롯데의 품에 안기고,
대충은 유종의 미를 거두며 롯데도 마해영도 좋은 그림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은퇴 후 강연이나 해설에서 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서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전락.
대충 이 정도로 마무리하면 될 듯하다.
나한테 있어 롯데 트레이드의 대부분은 '상대팀에게 퍼주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불호'까지는 아닌 건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선수에 대한 이미지 등으로 인해 싫어하는 트레이들이 꽤 있다.
몇몇 건은 받아온 선수를 싫어해서,
몇몇 건은 내준 선수를 좋아해서.
TOP5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추재현 선수를 받아온 트레이드는 전병우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에 싫어하는 트레이드고,시환폭탄장시환 선수 트레이드는 장시환 선수를 안 좋아하기 때문에 싫어하는 트레이드이다.
이번 심재민 선수 트레이드는 롯데에게도 좀 도움이 되는 트레이드이길 바라면서 이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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