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기

250127. 요지경 아파트 CT3 (3) / 교통 질서 확립이라는 허상

베트남10선비 2025. 1. 28.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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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사는 VCN Phước Hải 지구의 CT3

CT3라는 이름의 아파트는 Vĩnh Điềm Trung 지구에도 있기 때문에 항상 앞에 VCN Phước Hải라는 걸 명기해야 한다.

보통 건물 이름에 CT를 쓰면 '고층'을 의미하는 Cao Tầng의 약자로 쓴 것이다.

결국 우리 아파트는 'VCN지구의 세 번째 고층 아파트'라는 의미.

 

우리는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1주일 전쯤 처가로 피신(...)을 와서

우리 아파트 단지가 뗏 기간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가 거진 1년 가까이 살면서 동네 사람들을 보고 겪은 게 있어서

대충 어떤 모습일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리고,

 

 

며칠 사이에 잘로의 아파트 공지방이 아주 불이 났다.

화재 예방을 위해 아파트 주차장에서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를 개무시하고 초에다 불 붙이고 제사 지낸 사람부터

 

 

쓰레기를 개판으로 버려놓은 사람들까지.

 

아마 음력 새해가 되기 전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풍속 때문인 듯한데,

보통 생활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서 쇠로 된 문을 열어서 아래로 던지면 되고,

재활용이나 큰 쓰레기류는 아래로 직접 가져다 버려야 한다.

그런데 그게 귀찮고, 자기 집만 깨끗이 하면 되니까 이 지랄을 하는 거다.

평상시에도 이러는 놈들 수두룩하지만

이번 뗏은 아예 도를 넘어버린 것이다.

자기한테 이득이 되면 규칙이고 나발이고 ㅈ대로 하는 평소 버릇들이 나오는 거지.

 

 

아예 안쪽으로 들여 놓지 않은 놈들도 있다.

아파트 관리실이 아주 친절하게 유치원생들한테 설명하듯이 쓰레기 버리는 법을 설명해야 하다니 ㅉㅉ

 

 

2층은 도무지 참을 수 없었는지 아예 CCTV를 돌려 해당 집을 찾겠다고 했다.

그리고 잘로방에 몇 호 몇 호인지 박제를 해버리더라.

 


 

2.

 

뗏이 가까워지면 어디든 차량 통행이 힘들어질 게 뻔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서 처가에 짱 박혀 있었는데......

 

하린이가 처가에 온 이후로 생각보다 기저귀를 많이 소모해서

이대로 가면 Mùng 2 Tết(음력 1월 2일) 즈음이면 기저귀 없이 지내야 할지도 모를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Thị trấn에 나가서 하린이 기저귀와 기타 여러가지를 사오기로 했다.

 

 

Thị trấn Phước An의 시장 근처, Bách Hóa Xanh이 있는 Lê Duẩn 길이다.

당연히 뗏을 앞두고 있으니 길이 복잡할 건 알았지만 이렇게 개판일 줄 몰랐다.

 

특히 이 나무 실은 아저씨...

본인이 나무 싣는 것 때문에 길이 막히기 시작했는데,

태연하게 아는 사람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

심지어 그 아는 사람은 좁은 공간 사이로 역주행을 해서 가던 아저씨...

그래서 뒤에 똑같이 역주행으로 지나가던 아줌마는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

 

길이 복잡해지니 본색들이 나와서

역주행은 물론이고 내가 먼저 갈래 식 끼어들기 등등

 

진짜 교통 질서와 문화 확립을 위한 거였으면

이런 날에 혼잡 예상 지역에 나와서 통제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실상은 교통 질서 확립 이런 거에 아무런 관심 없는 건 알고 있다.

 

 

인도에 올라갈 수가 없어서 우리도 여기에서 거의 10분을 서있었다.

서있을 자리도 없는데, 자기 지나가겠다고 우리를 밀치고 지나가는 수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들...

 

 

어찌어찌 Bách Hóa Xanh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Con Cưng으로 와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 후 택시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다들 우리랑 생각이 비슷했던 것인지

Con Cưng에 들르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그리고 여기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이 인도 주행과 역주행, 빨간불 스킵하는 걸 목격했다.

교통 범칙금 관련 기사들 보면 빨간불 이야기가 제일 많이 나오는데,

사실 베트남 교통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건 지 ㅈ대로 역주행하는 것이다.

내 체감상 베트남 교통 사고의 다수는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서로 양보 안 하다가 or 역주행 or 유턴이다.

 

 

내가 서있는 쪽의 신호등도 빨간색인데,

교차되는 쪽도 아직 파란불로 안 바뀐 상태이다.

그런데 저쪽에 장판파의 장비마냥 도로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우리가 서있는 인도를 통해 한참을 역주행해서 달린 후, 인도에서 나와 유유히 지나간 것이다.

어디 가게에서 나오다가 빨간불 때문에 정차해 있는 차량이 많은 걸 보고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저렇게 지나갔을 테지.

서있는 우리보고 알아서 비키라는 듯이 속도도 안 줄이고 휙 지나가서 하린이에게 아주 위협적이었다.

 

 

 

2025년 들어서 베트남의 교통범칙금 오른 걸 두고 교통질서 확립이네 어쩌네 하고

사고가 줄었네 이런 기사들이 수두룩했지만.....

사이공이랑 하노이 같은 대도시 몇 군데면 몰라도 실제로는 크게 바뀌는 게 없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Nghị định 발표되자마자

'어딘가에 돈이 많이 부족하구나'하고, 목적이 다른 데 있다고 보았다.

아마 정계에서 공안부의 위상이 절정을 찍었기 때문에 이런 게 가능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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