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즈음에
어쩌다 보니 해당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서울 한복판에서 장사하면서 '한국인 출입금지'라고?>라는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도발적인 기사 제목.
기사의 서두는 그랜드 올 오프리, 그리고 조세특례제한법 제115조로 인해 한국인이 제한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 논조가 이상해진다.
한국 국적을 가진 이들의 민족 구성이 단일민족이냐 다문화냐 하고
외국 국적자들이 거주하는 것하고는 결이 다른 이야기인데 둘을 그냥 섞어찌개로 만들어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이게 그랜드 올 오프리랑 뭔 상관인데 갑자기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 거지?
학부 신입생 작문도 이렇게는 안 하겠다......
뭐 여기까지는 좋은데, 이태원에서 종각으로 넘어가면서 베트남을 포인트로 잡은 이유는 뭔지 모르겠다.
한국인은 배타적이고 차별적이다라는 논조를 정해놓고 누더기로 이 내용, 저 내용 가져다 땜질을 하는 느낌도 들고...
그리고 베트남인들에게만 장사를 한다는 종각의 한 식당 입구의 베트남어 안내문 부분도 보면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 사진을 두고 조선일보 이미지 기자님은 비밀번호가 '베트남 스승의 날+*'이라는 부분만 강조해서 설명하는데......
같이 동행했다는 팜 씨가 이야기를 안 해준 건지,
아니면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본인 글이 '한국인이 시대에 맞지 않게 외국인에게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다'라는 주제 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배제를 한 건지.....
아니, 경력을 보니까 베트남 특파원을 강조하고 베트남 관련 쪽이 강조되어 있는데 이 정도 베트남어를 스스로 해석 못했을리는 없고. 다분 의도적으로 보이는데?
안내문 첫줄, 'Để đảm bảo an toàn cho BHP'이 지금 보이는 이 안내문의 핵심이다. 뒤의 비밀번호 내용이 아니고.
해석하면 '불법체류자들에게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이다.
BHP은 Bất hợp pháp의 약자로 '불법'을 의미한다.
보통 '불법 체류' 아니면 이 단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실제로 페북의 한국 거주 베트남인 커뮤니티를 보면 불법 체류 이야기할 때 그냥 BHP이라고만 쓴다.
아내도 이 사진을 보더니, 이게 신문 기사에 올라왔으면 기자가 이미 이 식당 신고 했겠네? 하더라.
아무튼 이 기사의 핵심 논조는 '외국인들이 자신들만의 아지트를 만드는 이유는 한국인이 배타적이고 차별적이며 폭력적이기 때문이다'이지만, 정작 유일하게 직접 취재해서 사용한 근거는 '불법 체류자 보호 구역'이네.
결론을 정해놓고 글을 쓰더라도 제대로 된 근거 자료를 들고 오는 게 좋을텐데...
제목부터 도입에 결론까지 하나도 맥이 없는 이상한 글이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조선-중앙-동아의 기사 글들은
어떤 기사든지 글쓰기의 견본 같은 느낌이고, 격(格)이라는 게 존재하는 그런 글들이었는데
이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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