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하린이 돌잔치를 위해 미리 냐짱에 와계신 어머니께서 어느날 베트남의 '부처님오신날'에 대해 질문을 하셨다.
갑자기 '어?'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포스팅을 하나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과 베트남의 '부처님오신날' 날짜
한국은 현재 '석가탄신일'이라는 한자어보다 '부처님오신날'이라는 순한글로 이 날을 적고 있으며,
날짜는 음력 4월 8일, 흔히 4월 초파일이라고 부르는 날에 기념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법정공휴일로 기념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Lễ Phật Đản이라고 부른다. Phật Đản은 佛誕이라는 한자어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다수가 불교신자이거나, 공식 종교는 없더라도 불교적인 색채를 가진 사람들임에도
베트남의 법정공휴일은 아니다.
그리고 날짜는 음력 4월 15일.
보통 한국과 중국은 음력 4월 8일을 기념하지만, 각 지역마다 다르며 특히 동남아시아의 경우는 음력 4월 15일을 기념한다.
음력 4월 8일과 음력 4월 15일... 왜 다른 것일까?
<음력 4월 8일>
음력 4월 8일을 기념하는 지역은, 소위 말하는 대승불교(大乘佛敎)의 영향이 짙은 지역이다.
초기 대승불교 경전들, 대표적으로 《불소행찬》, 《불설태자서응본기경》, 《수행본기경》 같은 한역(漢譯) 대승불교 경전들에 탄생일을 4월 8일이라 적고 있기 때문에, 이에 근거하여 음력 4월 8일을 기념한다.
藍毘尼勝園 流泉花果茂
寂靜順禪思 啟王請遊彼
王知其志願 而生奇特想
勅內外眷屬 俱詣彼園林
爾時摩耶后 自知產時至
偃寢安勝床 百千婇女侍
時四月八日 清和氣調適
저 람비니(藍毘尼)의 아름다운 동산, 샘물 흐르고 꽃과 열매 무성하네.
고요하고 고요하여 선정[禪思]에 들기 좋아, 거기서 노닐기를 왕에게 청하시니
왕은 그 바라는 바를 알고, 기특한 생각이라 여기셨네.
안팎의 권속들에 명을 내려, 동산 숲으로 함께 가게 하니
그때 마야(摩耶) 왕후는, 아기 낳을 때가 이르렀음을 스스로 아셨네.
편안하고 좋은 침상에 눕자, 수많은 궁녀들이 왕후를 모셨네.
때는 4월 8일이라, 맑고 온화한 기운 고르고 알맞았다네.
- 《불소행찬(佛所行讚)》
위처럼 한역된 초기 대승불교 경전들에 4월 8일이라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에 근거하여 4월 8일을 기념한다.
베트남도 역사 초기부터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전해진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아서 4월 8일을 기념했었다.
그런데 이 4월 8일(음력)의 문제점은, 한역 경전에서만 나타난다는 점이다.
위에 언급한 《불소행찬》의 경우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붓다차리타(Buddhacarita)》의 한역서인데,
정작 《붓다차리타(Buddhacarita)》에는 음력 4월 8일로 명시된 구절이 없다.
<음력 4월 15일>
음력 4월 15일은 한역 경전 《본생경(本生經)》, 산스크리트어 《자타카(Jataka)》에 기초하고 있다.
《자타카(Jataka)》는 비사카의 달, 보름달이 뜨는 날로 탄생일을 기록하고 있다.
비사카의 달은 옛 인도의 힌두력에서 두 번째 달로, 중국의 음력 환산 시 4월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사카의 달에서 보름달이 뜨는 날은 8번째 날에 해당한다고 한다.
음력으로 치면 15일에 해당하는 날을 당시 인도 역법상 8번째 날이어서, 천축에 구법행을 떠난 승려들이나 산스크리트어 경전들을 한역한 승려들이 착각을 해서 4월 8일이 되었다는 설이 여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북쪽으로 퍼진 대승불교 중심의 북방불교 지역에서는 '음력 4월 8일'
남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동남아시아로 퍼진 남방불교 지역에서는 '음력 4월 15일'
로 기념하게 된 것이다.
특히 북방불교에서 '음력 4월 8일'은 단순히 탄생일인 '불탄절'이고,
석가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성도재일'은 음력 12월 15일, 석가가 열반에 든 '열반절'은 음력 2월 15일 등 각기 다른 날짜로 기념하고 있지만
남방불교에서는 탄생, 성도, 열반을 모두 같은 날짜인 음력 4월 15일에 기념하고 있다.
그래서 베트남어로 Lễ Phật Đản을 Lễ Tam Hợp(Lễ Tam Hiệp)이라고도 하는데, Phật đản sinh(탄생), Phật thành đạo(성도), Phật nhập niết-bàn(열반)이 합치되었다는 의미이다.
베트남의 역사는 하노이 중심의 북쪽에서 시작했고,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서
전통적으로 4월 8일을 기념해왔다.
하지만......
음력 4월 15일이 기준점
1950년,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개최된 제1회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서 음력 4월 15일을 불탄일로 정하면서
베트남 역시 이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1975년 남북이 통일되고, 1981년 Giáo hội Phật giáo Việt Nam이 공식 설립된 이후 음력 4월 15일을 Phật Đản으로 공인하면서 음력 4월 15일로 정해졌다.
그러나 음력 4월 8일 역시 역사성이 있는 날짜다 보니,
베트남 불교에서는 보통 음력 4월 8일~4월 15일의 1주일을 불탄일 행사 기간으로 잡고 있다.
간단하게 알아두면 좋은 단어들
1)
출가 전의 석가모니를 지칭할 때 보통 '싯다르타 태자'라고 하는데,
이는 베트남어로 보통 'Thái tử Tất Đạt Đa'라고 쓴다.
2)
석가모니의 탄생지인 '룸비니의 정원'은 보통 Vườn Lâm Tỳ Ni라고 표기한다.
3)
현재 존재하는 불교의 종파는 아주 큰 분류로 3가지이다. 북방불교, 남방불교, 밀교.
밀교는 대승불교의 한 갈래로 취급하는 곳도 있으나, 베트남에서는 하나의 종파로 취급한다.
북방불교는 베트남에서 '북전불교(北傳佛敎)', 즉 Phật giáo Bắc truyền이라고 쓰거나 북종(北宗), Bắc tông이라고 쓴다.
남방불교는 '남전불교(南傳佛敎)', 즉 Phật giáo Nam truyền 혹은 남종(南宗), Nam tông이라 쓴다.
밀교는 '밀전불교(密傳佛敎)', 즉 Phật giáo Mật truyền 혹은 밀종(密宗), Mật tông이라 쓴다.
4)
북방불교를 대표하는 명칭 '대승불교'에서 대승(大乘)은 베트남어로 Đại thừa라고 쓴다.
남방불교를 대표하는 명칭 '상좌부 불교'의 상좌부(上座部)는 베트남어로 Thượng tọa bộ라고 쓴다.
밀교를 칭하는 또다른 명칭 '금강승(金剛乘)'은 Kim cương thừa라 쓰며, 진언(眞言)은 Chân ngôn이라고 쓴다.
5)
현재 베트남 불교를 이루는 주요 축은 다섯 종파이다.
- 선종 : Thiền tông
- 정토종 : Tịnh độ tông
- 밀종 : Mật tông
- 남종 : Nam tông
- 걸사파(혹은 탁발승불교) : Hệ phái Khất sĩ Việt Nam.
본래 베트남에는 남방불교가 먼저 전래되었으나, 중국의 영향권에 있던 북베트남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북방불교적 색채가 진해졌다. 오늘날까지도 남방불교, 즉 남종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성행하였으며, 이 지역의 소수민족인 크메르족이 주로 이 종파를 믿기 때문에 베트남 불교회에서는 아예 Nam tông Khmer라고 쓴다.
걸사파는 베트남 불교의 특색있는 종파로, 1944년 '석가의 정법을 잇는다'는 기치로 초기불교, 남북종의 가르침 등을 융합하여 만든 종파이다.
※ 참고 : 베트남 출신 스님이 쓰신 글
6)
경(經), 율(律), 론(論)을 모은 삼장(三藏)은 베트남어로 다음과 같다
- 삼장(三藏) : Tam tạng
- 경장(經藏) : Kinh tạng
- 율장(律藏) : Luật tạng
- 논장(論藏) : Luận tạng
7)
불교를 대표하는 두 가지 개념 '인과'와 '윤회'
- 인과(因果) : Nhân quả
- 윤회(輪廻) : Luân hồi
- 업보(業報) : Nghiệp báo
8)
사성제(四聖諦)와 팔정도(八正道)
< 사성제(四聖諦) > : Tứ Thánh Đế
- 고제(苦諦) : Khổ đế
- 집제(集諦) : Tập đế
- 멸제(滅諦) : Diệt đế
- 도제(道諦) : Đạo đế
<팔정도(八正道)> : Bát Chánh Đạo
- 정견(正見) : Chánh kiến
- 정사유(正思唯) : Chánh tư duy
- 정어(正語) : Chánh ngữ
- 정업(正業) : Chánh nghiệp
- 정명(正命) : Chánh mạng
- 정정진(正精進) : Chánh tinh tấn
- 정념(正念) : Chánh niệm
- 정정(正定) : Chánh địn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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