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를 별로 안 좋아함>
나는 '롯데'라는 브랜드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한국에서 롯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로 '일본' 운운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하는데,
나는 단순하다.
그저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성적이 개같아서 그렇다.
롯데가 우승 언저리에 가는 걸 그렇게 보고 싶어하셨단 내 할아버지는,
오히려 눈을 감으시는 순간에 롯데 자이언츠의 '비밀번호 시대'가 열리는 걸 보셨다.
그걸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통이 치민다.
<사이공에 살던 시절>
베트남에 온 이후에는 사실 별 감흥이 없다.
롯데가 독보적인 영역을 선점하고 있는 것도 없고,
비슷한 영역의 경쟁사, 타 브랜드에 비해 특출난 점이 없다.
굳이 롯데를 선택할 일이 없으니 접점이 없고, 접점이 없으니 의견/생각/판단할 거리가 없었다.
<냐짱 이사 후부터>
냐짱에서는 롯데와의 접점이 급격히 늘어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롯데마트'.
냐짱이라고 롯데마트가 특별한 건 아니다. 관광객을 노린 제품 구성과 프로모션이 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롯데마트가 부각된 이유는 경쟁사들의 냐짱 지점이 롯데마트보다 뒤쳐지기 떄문이다.
심지어 관광객들이 관심을 가지는 '전통시장'은 냐짱에선 정말 개떡같은 존재들이다.
경쟁력은 고사하고, 관광객을 털어먹는 베트남인들이 가지는 기본적인 마인드, '가격은 최대로, 품질은 최저로'가 극한으로 발휘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롯데마트가 '그나마 나은 선택지'이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있어도 롯데마트를 가게 된다.
골드코스트점은 '직원들에게 업무 매뉴얼이라는 게 있을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직원들이 엉망이어서 불만이 가득한 지점인데, 냐짱점은 그 점에서는 괜찮았다. 단지 내가 직접 가기에는 귀찮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렇지.
하린이도 돌봐야 하고, 현재 오토바이도 없고 해서 요즘은 배달을 하는데...
와... 어제 배달 이후로 롯데마트는 최대한 지양을 해야 겠다.
가뜩이나 요즘 롯데 자이언츠 보면서 다시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는데 베트남 현지의 롯데 브랜드마저 사람을 열 오르게 하네?
<롯데마트가 싫어진 이유 1. Giờ cao su>
베트남인들이 보이는 몇 가지 엿 같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중 제일 최악을 꼽으라면 Giờ cao su를 꼽을 수 있다.
직역을 하면 '고무 시간'인데, 뭔가 정한 시간 같은 게 고무줄마냥 지멋대로 늘어졌다 줄었다하는 것이다.
베트남에 대한 자부심이 아주 강한 사람 몇 명 앞에서 Giờ cao su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하나 같이 '몇몇 사람만 그런 것이다. 베트남을 매도하지 마라'며 불 같이 화를 냈다.
나는 그냥 '반박 시 당신 말이 맞습니다'하는 태도로 넘겼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베트남은 시간 개념이 더럽게 없는 게 확실했다.
각설하고
롯데마트마저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요즘 배달량이 많은 것인지, 배달 담당 직원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배달 시간이 일찍 마감되길래
전날에 물품을 구매했다. 가장 빠른 시간대가 11시에서 13시길래 이 시간을 선택하고 기다렸다.
저번 배달 때 15시~18시를 선택했는데, 18시에 '배달 준비중'일 때 알아봤어야 하는데.
이 친구들한테 여기 나오는 시간은 그냥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 또 13시에 맞춰서 배달 시작하겠구만..."하고 한숨만 쉬었는데.
13시 49분이 되어서야 비로소 "배달중"이 떴고,
이 스크린샷을 찍은 13:57까지도 전혀 연락이 없었다.
롯데마트 어플에 배달 완료가 찍힌 시각은 14:41이다...
약간 늦은 점심을 생각하고 주문한 재료는 저녁 식사 재료가 되었고,
점심은 대충 때웠다.
그래... 베트남은 이런 동네지.
롯데마트 브랜드를 달고 있든 아니든, 베트남은 베트남이었지... 내가 크게 착각을 했네?
이때까지만 해도 딱 이정도 생각이었다.
<롯데마트가 싫어진 이유 2. 일하는 사람 편의대로 일을 함>
베트남을 겪다보면,
장사하는 사람이 자기의 편의에 맞춰서 고객이 선택을 하도록 유도 혹은 강제하는 상황을 종종 마주할 수 있다.
자기가 팔고 싶은 걸 팔기 위해서 고객이 원하는 것, 찾는 것을 무시하는 경우도 좀 있다.
제일 어이가 없었던 건 '오메가3'를 달라고 했는데, 내가 원하는 '식물성 오메가3 제품'이 없어서 포기했더니 '종합 비타민'을 사가라던 그 약사......
아무튼 일을 하는 사람이 자기 편의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당혹을 넘어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 배달 시 현금결제를 택했는데, 배달이 도착하니 최초 가격에서 줄어 있었다.
어플에서 알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아내한테 따로 전화 연락이 온 것도 없었는데 뭐지... 하고 이메일을 열어봤더니
이메일로 품목 조정 통보가 와 있었다.
그런데... 이메일 처음 내용에, '전화로 고객의 동의를 얻은 대로'라고 되어 있었다.
넹??? 누구한테 전화해서 물어봤습니까 휴먼?
어째 '배달 진행사항'에서 "Tư vấn cho khách"이라는 이상한 멘트가 있더라니.
일을 지들 ㅈ대로 하네?
개같은 것들이, 감자랑 양파 왜 뺐는데? 생각할수록 열받네?
<롯데마트가 싫어진 이유 3. 차액에 대한 의심>
이걸 겪고 나니까 괜한 의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이건 진짜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긴 하지만, 한 번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하니까 이것저것 다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았다, 이번에 주문한 고기를.
육류에서 4가지를 주문했다.
- 삼겹살 500g 79500동
- 뒷다리살 500g 54500동
- 다짐육 500g 59500동
- 닭똥집 300g 31500동.
보통 마트에서 무게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심지어 직접 사면 시세가 반영되서 자주 가격이 달라지는데 어플은 그걸 반영을 안 한다. 전에는 신경을 안 썼는데 한 번 짜증이 나기 시작하니까 여기까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다짐육은 내가 이득인데 삼겹살하고 닭똥집은 내가 손해를 보긴 했네?
어이가 없는게, 어플에 찍힌 가격이 있으면 가격표를 어플대로 찍어서 보내는 성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님?
이거 바코드 찍을 때는 여기에 찍힌대로 찍을 거 아님?
그런데 수금은 어플대로 하면 차액은? 괜한 의심인 건 알지만 한 번 지적해봤다.
갑자기 떠오른 게 있다.
보통 대형마트에서 현금 계산을 할 때, 고객이 지불할 금액에서 끝자리가 500동 밑이 나오면 '내림'으로 계산을 해서 거스름돈을 준다. 예컨대 293320동이 영수증에 찍혔는데, 내가 30만동을 내면 7천동을 거슬러 준다. 만약 6천동을 거슬러줬다? 그러면 그 1천동을 먹는 거다.
나는 아내가 베트남인이라 그런 경우는 없지만, 롯데마트는 고객이 동의도 받지 않고 적립포인트를 써서 짜투리를 계산하더라. 나중에 집에 와서 영수증 점검을 해보니 '포인트 사용'이 찍혀 있어서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롯데마트가 싫어진 이유 4. 이젠 물건 품질도 시장보다 못하네?>
배추된장국을 끓이려고 배추잎을 하나씩 정리하던 중이었다.
롯데마트 배추는 신선하거나 실한 적이 없어서 김치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배추된장국 끓이기에는 사이즈가 적당해서 이번에 구매를 했는데... 겉의 이파리를 들어내자마자...
안은 통째로 다 썩어 있었다.
그나마 겉잎은 사정이 좀 나아서 그거 활용했다.
겉과 속으로 나눠지는 채소, 과일들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베트남 장사꾼의 70%는 '내가 속을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팔았겠느냐'라는 태도를 보이는 게 끝이다.
예전에 썸머이 시장에서 망고를 사서 집에서 깎아먹으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겉이 굉장히 때깔이 고운 망고를 4개인가 5개인가를 골랐는데, 집에 와서 깎아보니 전부 안이 썩어 있었다.
가져가서 따지니까, '내가 속을 확인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알고 팔았겠느냐'가 답변의 끝이었다.
환불? 이런 거 없다.
우리한테 했던 말은 '그러면 망고 말고 다른 과일 사가라. 다른 과일은 괜찮다'가 전부였다.
속을 확인 못한다면서요?
아까 전에 아내한테 롯데마트에서 전화가 왔는데, 변명은 똑같았다.
'안쪽이 썩는 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느냐'이다. 그래도 롯데마트는 꼴에 대형마트라고 조금 있다가 똑같은 무게의 배추 1통을 보내주겠다고 했다.
롯데는 베트남 내에서 경쟁력 높이려면 물품 관리하는 법부터 다시 강구해야 할 것 같은데... 저게 당일 포장된 걸로 나오는데 저렇게 썩는 걸 모르고 그냥 포장을 했다라... ㅎㅎ 대충 무게 재고 둘둘 랩에 감아서 던져놓는 게 전부인 수준이니 뭐...
어이가 없는 게, 차라리 배추 가격에 해당하는 쿠폰을 발행해서 어플로 넣던가. 무슨 배추 1통을 보내주겠다고 배달원을 귀찮게 만드냐?
+
이야 재밌는 친구들이네?
방금 아내가 배추 배달 받았는데, 배달원은 어제 배달한 물품에서 배추가 빠진 걸로 알고 있네???
'베트남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0729. 하린이랑 오랜만에 밖에 나왔는데, 냐짱이 냐짱해서 사람 빡치게 만든 이야기 (0) | 2023.07.30 |
---|---|
230728. 냐짱에서는 한식 배달도 고민을 한참 하고 주문해야겠네... (1) | 2023.07.29 |
다시마가 없는 너구리를 두 번 연속 먹고 나서 농심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뀐 이야기 (0) | 2023.07.18 |
230710-11. 호치민시 → 냐짱 복귀 (0) | 2023.07.13 |
230710. 하린이를 위한 신생아 여권 만들기 / 띠엔을 위한 C-3-1 비자(베트남 교민의 배우자 단기 방문 비자) 만들기 (0) | 2023.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