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기

230729. 하린이랑 오랜만에 밖에 나왔는데, 냐짱이 냐짱해서 사람 빡치게 만든 이야기

베트남10선비 2023. 7. 3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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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늦게 롯데마트 골드코스트를 갔다 오려고 아내에게 뭐 필요한 거 있냐고 물었더니,
아내가 오랜만에 하린이를 데리고 바깥바람을 쐬고 싶다고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를 해서 밖으로 나왔다.

 


 

사건 1. 냐짱 사람에겐 틈을 보이면 안 된다


우리 집에 가까운 길은 두 개인데
하나는 남쪽으로 일방통행인 Nguyễn Thiện Thuật이고,
다른 하나는 북쪽으로 일방통행인 Hùng Vương이다.
보통 귀찮으면 Nguyễn Thiện Thuật이 집에서 더 가깝기 때문에 그쪽에서 그랩을 콜해서 움직이는데,
골드코스트는 Hùng Vương에서 직선으로 가면 도착하기 때문에 이쪽으로 나와서 차를 잡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에는 그랩을 콜하지만,
대략 4시~6시에 통행량이 증가하는 시간에는 그랩 기사들이 짧은 거리 콜을 받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우리는 길에 직접 나와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로 했다(특히나 예전에 한 번 당한 적이 있어서).
 
우리가 택시를 잡으로 골목에서 나왔을 때, 바로 앞에 그랩 옷을 입은 오토바이 기사 하나가 지나가는 외국인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빈차가 안 보이거나 승차 거부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그랩을 잡을까 하고 있는데 이 그랩 옷을 입은 오토바이 기사가 어정쩡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우리는 그냥 무시를 했는데, 갑자기 반대편에 주차된 차에서 기사 하나를 막 불러서 우리 앞에 데리고 왔다.
 

택시도 아니고 일반 승용차에서 내린 기사이길래, 나는 그랩인 척하는 기사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본인이 막심(maxim) 기사라고 소개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유명한 어플인 막심.

사이공에는 그랩을 필두로 고젝(Gojek)과 비(Be)가 그랩의 아성에 도전하는 형태이다.

원래도 기사가 넘치지만 어플이 3개이다 보니 현재는 기사들이 과포화 상태. 여기에 배달만 전문으로 하는 어플들까지 합하면 더욱 복잡하다.

 

그러나 냐짱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음식 배달은 그랩과 쇼피푸드가 사실상 양분중이고,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건 택시 몇 종류와 그랩이 전부인 상황.

최근에 갑자기 막심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끔 기사들이 보인다. 아마 러시아/중앙아/동유럽 사람들이 냐짱에 상당수 거주하기 때문에 그들을 노리고 진출한 듯하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아무튼 이 기사도 처음에 우리가 외국인인줄 알았는데 행선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적어도 아내가 베트남 사람인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골드코스트'를 이야기했는데, 맥심 어플에서 행선지가 안 잡히는지 기사가 한참 해멨다. '롯데마트 골드코스트'로 검색을 한 건지 막심 어플에서는 대략 2만동 정도가 나왔다. 그랩으로 잡으면 대략 3~4만동 사이가 나오는 거리다.

적당히 이야기가 됐는데, 갑자기 그랩 오토바이 기사가 다가왔다.

아마 우리가 외국인이라 이야기가 잘 안 되어서 그렇다고 생각했는지 기사에게 도움을 주러 온 것이다.

 

그랩 오토바이 기사 : 손님 어디 간다는데?

막심 기사 : 롯데마트요.

그랩 오토바이 기사 : 롯데마트면 그냥 10만동 부르면 돼. (롱선사 지나서 있는 롯데마트 냐짱점. 그랩으로 할증이 붙는 시간이라도 8만동 정도가 나온다)

막심 기사 : 아니, 롯데마트 골드코스트요.

그랩 오토바이 기사 : 그냥 8만동 불러.

 

이 대화를 듣고 나와 아내가 어이가 없어서 한 소리를 하고, 다른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그 시간대에 그랩을 잡으면 3만 7천동이 나오고 있었고, 요즘 활발하게 활통하는 빈패스트의 '택시 사잉(Taxi xanh)'은 3만동이 안 나오는 거리다. 이걸 두 배를 넘게 부르라는 개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을 이유가 없다.

 

그랩 기사는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생각을 했을 테니 베트남어로 한 소리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다른 사건 하나가 발생을 해버렸다.

 


 

사건 2. 1년이 지나도 냐짱은 냐짱을 한다

 

냐짱은 도시 크기가 크지 않지만,

왔다갔다 하는 데 묘한 불편함이 있어서 오토바이를 직접 몰지 않으면 새어나가는 돈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장기 렌트해서 사용을 했었다, 올해 3월 말까지.

 

사진에서 보이는 '비엣컴뱅크 atm' 옆 셔터가 살짝 내려간 곳이 우리가 대여했던 곳이다.

냐짱에는 아침 이른 시간부터 길에서 오토바이 대여를 하는 곳이 많다.

원래는 정상적인 '가게'에서 대여를 하고 싶었는데, 워낙 하루~이틀 혹은 일주일 단위로 대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타이밍이 안 맞으면 가게에 오토바이가 거의 없거나, 상태가 안 좋은 오토바이들 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길거리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오토바이를 찾았다.

 

원래 이 자리에서 대여업을 하던 아저씨(아래에서는 A라고 칭하겠다)는 내가 지금까지 냐짱에서 본 사람들 중에서 친절과 서비스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분이다.

우리가 일요일 늦은 시간에 덤 시장 근처에서 오토바이가 갑자기 멈추자, 미사가 끝나자마자 달려와서 오토바이를 고쳐주고,

오토바이가 계속 문제를 일으키자 비용 추가 없이 더 나은 오토바이로 업그레이드를 해주시던 분이다. (베트남에서는 이런 후속조치의 개념이 없다보니 굉장히 신선했다.)

 

그런데 올초부터 원래 있던 아저씨를 대신해 아저씨의 장인어른(아래에서는 B라고 칭하겠다)이란 사람이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들어보니까 원래 아저씨 A는 해외로 일을 하러 나가셨다고.

이 장인어른인 B는 A랑 다르게 서비스 마인드 이런 거 전혀 없고, 그냥 있는 오토바이 빌려주고 돈 받고가 전부였다. 그래서 한참 고민을 하다가, 3월 말에 아내가 미리 출산 준비를 하러 닥락에 가니까 그때 맞춰서 오토바이도 반납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반납을 하고 난 다음엔 더이상 볼일이 없었는데......

 

그런데 사진에 나오는 B가 택시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우리를 보더니 길을 건너와서

이렇게 뜬금없이 '마지막 달 대여비 왜 안 내놓느냐'며 시비를 걸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신박한 개소리인가 싶었다.

 

매달 말에 직접 현금을 가져다주는 게 귀찮아서 A에게 계좌이체로 250만동을 결제하고 있었는데

2월 말에 3월 분 대여비 결제를 할 때 계좌번호를 이 B의 것으로 다시 알려주었다.

아그리뱅크(Agribank)의 계좌로. 그래서 마지막 달은 그쪽으로 돈을 보냈다.

 

계약을 3월 27일에 끝냈는데, 갑자기 4개월이 지나서 우리를 발견하자마자 와서 지랄을 하는 것도 웃기고

27일에 오토바이 반납을 할 때, 당장 여권을 돌려준 것도 아니고 정산 확인 다 하고 28일 오전에 돌려줬으면서,

우리 보고 계좌를 확인해봤는데 우리가 입금한 기록이 없다 이 지랄 하는 것도 웃겼다.

 

A한테 새로운 계좌 번호도 받고, 입금했던 거 스샷까지 찍어서 보낸 게 페북 메시지에 그대로 남아있는데 아내한테 계속 억지를 부리길래

내가 나서가지고 '여권을 바로 준 것도 아니고, 입금 확인 한 다음에 돌려줘놓고 왜 돈을 내놓으라고 그러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아기띠 내가 착용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린이 놀랠까봐 암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하... 덕분에 하린이는 더위와 짜증으로 울기 시작했고

옆에서 3만동이면 갈 거리를 8만동으로 사기치려던 그랩 놈은 조용히 물러나더니 오토바이를 몰아서 사라져버렸다.

막심 기사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차로 돌아갔고.

 

내가 나서서 언성을 높이며 지랄을 하자, 웃통을 까고 시비를 털러 온 B는 투덜거리면서 일단 물러났다.

덕분에 간만의 외출은 잡친 채로 시작을 해서, 급하게 물건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예전 내역을 다시 살폈다.

4개월이나 지나서, 예전에 썼던 간이 계약서는 버린지 오래라 없지만 그건 말그대로 우리 전화번호랑 신상, 렌트비 정도만 적혀 있는 '간이' 계약서라서 별 필요는 없다.
 

이게 3월 말에 반납을 할 때, 이전에 우리에게 오토바이를 A와의 대화이다.

우리가 27일 오전에 가서 오토바이 반납할 거니까 미리 여권을 준비해달라고, 배불뚝이 아저씨 B한테 이야기 좀 미리 해달라고 보냈는데

저 배불뚝이 아저씨는 당일에 여권도 안 가지고 온 데다가 확인하고 돌려주겠다며 28일 오전에 가지고 왔다.

 

아내는 이걸 보면서, '아마도 아까 아저씨(B)는 3월 렌트비를 3월 말에 정산하는 후불 형태라고 착각을 해서 그런 모양이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내의 의견에 동의하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이런 렌트업자들의 주고객층은 여행객, 특히 외국인 여행객이라 무조건 선불이다. 특히 장기 렌트라면.

그리고 처음 대여한 날부터 줄곧 그렇게 정산을 해왔고.

 

그리고 위로 올려서 대화를 다시 읽어보니 착각일 수가 없다는 게 명백했다.

 

왜냐면 매달 말일에 다음달 렌트비를 결제해왔는데,

2월 28일에 3월 거 결제를 할 때, A가 아그리뱅크의 새로운 계좌를 알려줘서 그쪽으로 보냈다.

그런데 3월 2일에 갑자기 저 장인어른이라는 B가 우리 아파트먼트로 직접 찾아와서

경비 아저씨한테 우리가 돈을 안 냈으니까 빨리 와서 돈 내라고 전달해달라며 지랄을 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오후 시간에 경비 아저씨께서 교대하면서 우리 방으로 올라와 상황을 알려주셨는데, 듣자마자 아내가 바로 A에게 페메를 보냈다.

 

우리는 그쪽에서 알려준 계좌번호대로 제대로 보냈으니까 확인을 하라고 하면서 이체 내역까지 찍어서 보내줬다.

이렇게 해서 3월분 렌트비 해프닝이 끝이났다.

 

일단 대부분이 현금으로 렌트비를 내니까 3월 1일에 현금 결제가 안 이루어지자마자 3월 2일에 득달같이 달려와서

(경비아저씨의 말로는 오전 일찍 왔다갔다고 했다)

3월분 돈 내어 놓으라고 지랄을 하고 갔는데, 3월 분을 말일에 결제하는 걸로 착각을 했다는 말이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

게다가 이 배불뚝이 아저씨가 우리한테 시비를 걸 때, '오토바이 반납을 할 때 바로 여권을 돌려줘서 미처 확인을 하지 못했었다' 운운하며 헛소리를 했는데

우리가 반납 전날에 미리 연락을 줬는데도 여권도 안 가지고 오고, '확인하고 내일 여권 돌려줄게'라고 해놓고 이제와서?

 

마지막까지 미련이 남았는지 '아그리뱅크 계좌에 입금 기록이 없던데' 어쩌구 툴툴 거리다가 내가 노려보니까 물러났다.

 

우리는 저쪽에서 알려준 계좌대로 보내줬고, 그 입금한 기록까지 증명을 했다.

아내가 입금 내역 보내주면서 '계좌 번호 정확한 거죠?'라고 묻고, 저쪽에서 '다시 확인해볼게'라고 답한 이후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우리가 반납할 때까지도.

그래놓고 4개월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 와서 '내역이 없네', '그때 미처 확인을 안 하고 여권을 돌려줬네' 이런 소리나 하고 있다.

 


 

나란 사람이 원체 부정적인 사람이라서 원래부터 공격적이고 날이 서 있었고,

그래서 적이 많은 편이었는데

한문 공부를 하면서 그걸 좀 줄이겠다고 허허 웃으면서 발을 뒤로 빼는 버릇을 들이니까

베트남에서는 온갖 사람들이 나를 우습게 보면서 지랄을 쳐댔다.

거의 인간혐오증, 인간 알레르기가 생길 정도였다.

 

아내랑 사귀고 난 이후부터, 아내가 성격이 순해서 이런 트러블이 생기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베트남 사람이고 뭐고 내가 나서서 개지랄병을 떨기 시작했다. 거의 묵혀두었던 봉인을 푼 것마냥.

미친 새끼, 혹은 싸가지 없는 놈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내가 나서서 개지랄을 떠니까 그나마 삶이 나아졌는데

냐짱 놈들한테는 그 두 배의 지랄을 떨지 않으면 사람을 우습게 보고 등을 쳐먹으려고 하거나,

dạy đời를 하며 비웃기 일쑤다.

 

하린이 생긴 이후에는 좀 평안하게 지내는 편이었는데 오랜만에 지랄을 했네.

하린이가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만 했다.

 

에휴...현명하고 젠틀하게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 할텐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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