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는 안 그렇지만,
티스토리 블로그는 다음에서 "베트남 술 종류"를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좀 있다.
그래서 전부터 포스팅을 해보려고 준비중이었는데, 이제서야 키보드를 잡았다.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술은, 맥주?
'베트남' 하면 떠오르는 여러 풍경 중에 길거리나 식당에 앉아서 얼음잔에 맥주를 부어서 마시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인이 사랑하는 술은 맥주라고 생각한다.
일단 반은 맞는 말이다. 맥주를 굉장히 사랑하니까.
그런데 반은 글쎄?하며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왜냐하면, 베트남에서 비어(Bia, 맥주를 뜻하는 베트남어)는 그 누구도 '술(Rượu)'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 그런 식당이나 술집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Bia와 Rượu가 구분되어 있다.
오히려 Bia는 탄산음료와 붙어있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해가 간다. 가만히 보면 베트남인들이 맥주를 얼음이 담긴 잔에 따르는 모습이나, 탄산음료를 얼음잔에 따르는 모습이나 매한가지니까.
bia saigon을 만드는 회사 SABECO의 로고이다.
회사명칭에 BIA와 RƯỢU가 구분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보통의 인식이 이러하다. 술은 술이고, 맥주는 맥주.
그래서 술을 논할 때는 맥주는 따로 빼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외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술, '하노이 보드카(Hanoi Vodka)'
맥주를 제하고 나면, 외국인들에게 가장 인지도가 높은 베트남 술은 아무래도 하노이 주류(HALICO)에서 만든
하노이 보드카(Vodka Hà Nội) 종류가 아닐까 한다.
HALICO의 대표적인 술은 '하노이 보드카'이다.
하지만 아래의 '넵 머이(Nếp Mới)'가 조금 더 인지도가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보통 Halico에서 베트남 멥쌀, 찹쌀 등의 쌀 종류로 만든 베트남식 보드카가 나름 알려져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하노이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하노이 보드카가 맞다.
위의 '하노이 보드카' 사진에서 <EST 1898>이라는 문구를 볼 수 있는데,
Halico는 원래 프랑스인이 운영하던 주류공장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기원을 1898년에 두는 것이다.
프랑스인들이 물러간 후 이를 인수하여, '알콜 의약품'을 주로 생산하던 기업이었는데
호찌밍 주석이 두 차례 시찰을 한 이후 동독과 중국 등지의 기술자를 초빙하고 기술을 들여와 주류 생산 전문 업체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주지하다시피, 보드카는 녹말과 당분만 있으면 어떤 곡물을 써도 상관이 없지만 동유럽과 러시아의 보드카는 주로 밀, 보리, 호밀 등을 사용한다.
그런데 베트남 보드카는 주로 멥쌀, 찹쌀 등의 쌀 종류를 사용한다. 이걸 특색이라면 특색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사실 현재 나오는 Lúa Mới, Nếp Mới, Vodka Hà Nội 같은 베트남 보드카는 정확히 따지면 보드카가 아니다.
러시아에서 들여온 기술로 증류를 해서 만든 증류주이기 때문에 보드카라고 부르는 것이다. 뭐, 보드카 자체도 소주와 그렇게 멀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야.
아래에서 언급할 예정인 베트남 전통 술들의 대부분은 '숙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드카 같은 형태의 증류주가 일반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보드카를 증류주의 대표격으로 여기기 때문에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칭하는 용도로 보드카를 쓰기도 한다.
예컨대, 잘 사용되지는 않지만 중국의 백주(白酒, Baijiu)를 Vodka Tàu, 일본의 쇼추(しょうちゅう (焼酎))를 Vodka Nhật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증류주 = Vodka'라는 도식으로 퉁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 이외에도 멘 보드카(Vodka Men) 등도 있지만, 아무래도 하노이 주류의 전통을 따라가기는 힘들다.
전통과 특색이 있는 베트남의 술들
땅도 넓고, 민족 구성과 역사적 경험이 다양해서 그런지
각 지역에 전통과 특색을 담은 술들이 여러 종류 있다.
그 중에서 몇 가지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달랏 와인(Rượu vang Đà Lạt)
와인은 베트남어로 Rượu vang이다.
베트남의 전통적인 술은 아니지만, 모두 알다시피 베트남이 겪은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전통주의 한 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식민지 경영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것 중 하나가 바로 식생이다.
안정적인 커피 공급을 위해 베트남 각지에서 커피 재배를 시도해봤던 것도 그렇고.
특히 럼동성(Tỉnh Lâm Đồng) 랑비앙 고원에 위치한 달랏(Đà Lạt)은 프랑스의 농업 조건과 꽤나 비슷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프랑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와인'이다.
그리고 프랑스의 영향으로 가톨릭 신자들이 늘어나면서 전례에서 필요한 와인 역시도 원활이 공급되어야 했고.
그래서 달랏은 포도 재배 → 와인 생산과 공급의 핵심이 되었다.
와인에 민감한 분들한테는 잘 모르겠지만... 꽤나 전통있고 품질 좋은 와인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이 달랏 와이너리들에 가득하다.
달랏 지역에서 재배된다는 포도 품종은 시라(nho Syrah), 카베르네 소비뇽(nho Cabernet Sauvignon), 메를로(nho Merlot), 피노 누아(nho Pinot Noir)...라는데 이 정도면 있을 거 다 있네.
여담으로 작년에는 몇 번 옵션으로 특색이 있는 와이너리를 안내한 적이 있었다.
페어리테일랜드라는 곳인데, 한국 분들한테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으나
여행에서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가까운 베트남 여행의 특색에도 적합하고,
달랏의 특산인 와인도 맛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곳이다.
나는 근처에 위치한 프레쉬 가든보다 여길 더 좋아했다.
2. 랑선의 머우 주(Rượu Mẫu Lạng Sơn)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랑선성(Tỉnh Lạng Sơn)의 전통주이다.
랑선성의 위치는 여기👇👇
이 지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몽족(Người Mông)의 전통주이며, 전통적으로 이 술을 생산하던 마을에서만 만든다고 한다.
주재료는 옥수수이고, 3~5개월 정도 대나무로 만든 통에서 숙성을 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약간 옅은 빛의 노란색을 띠고, 살짝 신맛이 나는 것이 이 술이 가진 특색이다. 도수는 약 40도.
3. 푸꾸옥의 심 주(Rượu Sim Phú Quốc)
베트남의 진주같은 섬, 푸꾸옥의 전통주이다.
푸꾸옥 섬은 베트남 본토보다는 캄보디아에 더 가깝게 위치한 섬으로 유명하며, 끼엔장성(Tỉnh Kiên Giang)에 속해있다.
푸꾸옥 섬의 위치는 여기 👇👇
심(Sim)이라고 불리는 식물의 열매가 있다. 학명으로 Rhodomyrtus tomentosa... 찾아보니 도금양이라고 나오는데, 아무튼 이 열매로 만든 술이다.
익은 심 열매를 볕에 바짝 말리거나, 발효를 시킨 다음 통에 담아 베트남의 전통 백주인 즈어우 짱(Rượu trắng)을 부어서 담금주로 만든다. 약 3~6개월 정도를 보관한 후 마신다.
신맛과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고 하며, 대략 25도 정도의 도수를 가지고 있다.
4. 닌빈의 낌선 주(Rượu Kim Sơn Ninh Bình)
하노이 남쪽에 위치한 성, 닌빈 성의 전통주인 낌선 주이다.
닌빈성의 위치는 여기 👇👇
술의 이름인 '낌선(Kim Sơn)'은 술의 원산지인 현의 이름이며, 이 현은 닌빈성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접하고 있는 현이다.
베트남 전통 백주인 Rượu trắng의 한 형태이다.
현미 종류인 가오 릇(Gạo lứt)을 주재료로 사용하며, 참나무통에서 최소 3개월, 많게는 3년까지 숙성을 시킨다.
도수는 술마다 다른데, 적게는 40도에서 최대 55도까지 된다고 한다.
5. 산룽의 찹쌀주(Rượu nếp San Lùng)
베트남 북부 산간지대에 위치한 라오까이성, 밧삿에 위치한 산룽(San Lùng) 마을에서 생산하는 전통주이다.
라오까이성 밧삿의 위치는 여기 👇👇
이 지역 소수민족 중 하나인 자오더족(Người Dao Đỏ)의 전통주이다.
이곳에서 흐르는 시냇물을 길러서, 이 지역에서 재배되는 쌀과 옥수수로 술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목재 통에서 술을 숙성시키는데,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을 숙성시킨다.
맑은 느낌의 노란 빛깔을 띠며, 뒷맛이 깔끔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도수는 약 30~40도.
6. 하노이의 백주(Rượu trắng Hà Nội)
베트남의 백주(Rượu trắng)라고 부르는 술의 종류는 지역마다 부르는 명칭들이 다르다. 그리고 특정 지역들에는 그 지역 고유의 색을 가진 특색 있는 백주들도 고유 명칭을 달고 있다. 여기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술이 베트남 백주라고 보면 된다.
프랑스가 베트남에 들어오기 전까지 민간에서 가장 보편화된 술 종류이다.
하노이의 백주도 여러 지역의 전통주들처럼 보편화된 베트남 전통주 중 하나이다.
주재료는 쌀, 효모, 물이고, 참나무통에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5년을 숙성시킨다.
이름처럼 투명에 가까운 하얀 빛깔이며, 효모의 향과 달콤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도수는 25~40도로 천차만별인데, 이는 숙성 시간과 생산자의 생산 방식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견이지만, 하노이가 베트남에서 가장 전통이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높게 쳐주는 게 아닐까 한다.
7. 롱안의 거덴 주(Rượu Gò Đen Long An)
호치민시 서남쪽 롱안성(Tỉnh Long An) 껀드억현(Huyện Cần Đước)에 위치한 거덴(Gò Đen)이라는 지역에서 제조하는 전통주이다.
롱안성 껀드억현의 위치는 여기 👇👇
이 지역에서 나오는 쌀 종류라면 멥쌀이나 찹쌀, 아무거나 상관이 없지만 주로 찹쌀(Nếp)을 사용하여 만든다.
도수에 대해서는 본 자료들의 내용이 서로 엇갈린다.
굉장히 높다는 자료도 있고 10~11도 밖에 안 되어서 높은 도수의 술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는 자료도 있고.
예전부터 이 지역에서는 이 술을 섭취하여 열을 식히고, 소화를 돕는 데 썼다고 한다.
사실 나는 롱안성, 특히 껀드억현을 베트남에서 1순위로 싫어하기 때문에 그다지 마셔보고 싶지 않다...
8. 나항의 옥수수주(Rượu ngô men lá Na Hang)
뚜옌꽝성(Tỉnh Tuyên Quang) 북쪽에 위치한 나항(Na Hang) 지역의 특산주이다.
위치는 여기 👇👇
이름에서처럼 옥수수를 사용해 만들고, '효모 덩어리(men lá, 이걸 어떻게 번역해야할지 모르겠다)'와 각종 식물들, 산지의 협곡에서 흐르는 물을 떠서 만든다.
도수는 약 25~35도이다.
9. 박장의 랑번 주(Rượu làng Vân Bắc Giang)
박장성(Tỉnh Bắc Giang)의 번사 마을(Làng Vân Xá)에서 제조되는 전통주이다.
쌀을 고르는 과정부터가 이 술을 담는 것의 시작이라고 하며, 35첩 이상의 약재를 활용해, 가전(家傳)되는 방식으로 만든 효모를 사용한다.
발효된 술은 특별한 정제 과정을 한 번 거쳐서 5~7도의 아주 순한 술로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랑번 주라고 한다.
10. 빈딘의 바우다 주(Rượu Bàu Đá Bình Định)
뀌년(Quy Nhơn)이 속한 빈딘성(Tỉnh Bình Định)의 전통주이다.
빈딘성의 위치는 여기 👇👇
이 술을 제조하는 마을의 이름인 바우다(Bàu Đá)를 따서 술의 이름으로 삼았다.
예전에 이 마을에서 함께 사용하는 연못(Bàu)에서 물을 길러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버우다(Bầu Đá)라고도 부르는데, 이건 예전에 티스토리 '베트남어 발음' 포스팅에서도 말한 것처럼 베트남인들의 발음 습관 때문에 그렇다.
다른 전통주들처럼 물과 쌀, 효모의 선별도 중요하지만, 이 전통주는 지역에서 가전되는 술 만드는 도구가 있다고 한다.
도수는 평균 50도 이상.
11. 닥락의 반메 에데 껀 주(Rượu cần Ê Đê Ban Mê Đắk Lắk)
닥락성(Tỉnh Đắk Lắk)에 주로 거주중인 소수민족 에데족(Người Ê Đê)의 전통주이다.
반메(Ban Mê)는 언제고 따로 포스팅을 할 생각이지만, 부온마투옷(Buôn Ma Thuột)에서 Buôn Ma의 원래 발음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에 부온마투옷은 Ban Mê Thuột으로 썼고, 에데족 언어에서 Buôn과 Ban은 모두 '마을'을 뜻하는 단어라 크게 차이가 없다. 보통의 베트남어로 '부온마투옷'이라고 발음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이렇게 발음하는 사람은 드물다.
닥락성의 위치는 여기 👇👇
각설하고,
껀 주(Rượu Cần)는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몇몇 지역에 거주하는 몇몇 민족들이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술을 뜻한다. 그래서 껀 주를 담는 민족은 머농족(Người M'Nông, 스스로는 부농Bunong이라고 부른다), 꺼호족(Người K'Ho), 자라이족(Người Jarai), 서띵족(X'Tiêng/S'Tiêng) 등이다.
그래서 각 민족언어로 이 술을 지칭하는 말이 다르다.
보통 신령스러운 행사나 제사, 마을의 모임 혹은 손님 맞이에 이 술을 사용한다.
각 민족에 따라서 사용하는 곡물이나 효모의 종류, 담는 용기가 다르다.
닥락성 에데족의 것은 위의 사진처럼 항아리에 담으며, 주로 쌀을 사용한다.
만드는 방법은 각 가정에 비전으로 전해진다.
껀 주의 특색은 술 자체보다는 술을 마시는 방법에 있다.
대나무로 만든 빨대 같은 것을 항아리에 꽂아서 마시는데, 다른 민족은 모르겠지만 에데족의 경우는 마시는 사람이 한 항아리에 같이 빨대를 꽂아서 마신다.
12. 벤째 푸레 주(Rượu Phú Lễ Bến Tre)
마지막으로 벤째성(Tỉnh Bến Tre)의 자부심이라고 불리는 푸레 주이다.
벤째성의 푸레(Phú Lễ)라는 지역에서 생산된다.
위치는 여기 👇👇
전통주의 기본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 마을의 우물물, 전통 약재로 만든 효모 외에도
계피, 정향, 팔각 등이 들어가며, 제조자에 따라서 그밖에 다양한 것들이 첨가된다.
최근에는 지역에서 대량 생산을 하는 공장이 갖추어져서 전통주의 느낌보다는 공장제 술의 느낌이 강하다.
도수는 평균 25~35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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