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미쉐린 가이드 발표되자마자 시끌시끌했던 페이스북 피드.
글을 쓸까 말까 하다가 한 번은 언급을 해놓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미쉐린이고 뭐고 하린이가 우는 데 그게 뭔 상관이람.
그래서 글이 좀 늦어졌다.
![](https://blog.kakaocdn.net/dn/bCGFNu/btsi9Xk2LvD/uvKRteh1outUbuN2a4vUIK/img.png)
미쉐린, 예전에는 미슐랭이라고 불렀지만 미쉐린 한국 오피셜에서 '미쉐린 가이드'라고 부르니까 이제는 미쉐린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이번에 호치민시와 하노이의 가이드가 발표되었는데, 발표 전부터도 난리였고 발표되고 나서도 난리였다.
이번 발표에서 베트남 토탈은
- 별1개 : 4곳
- 빕 그루망 : 29곳
- 미쉐린 셀렉티드 : 70곳이다.
별1개를 받은 레스토랑은 하노이가 3곳, 호치민시가 1곳으로 하노이가 많은데, 빕 그루망과 미쉐린 셀렉티드는 호치민시가 더 많아서 전반적으로 호치민시의 식당이 더 많이 선정되었다.
![](https://blog.kakaocdn.net/dn/oUTYr/btsjasSBCja/tbU7P9BKfr3pKffkGlR4q1/img.png)
Anăn Saigon 같은 경우는 사실 그렇게 대단한 평을 받는 곳은 아닌데, 그 이유는 대부분 '서비스, 고객응대'이다.
하노이는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ㄱ...
나머지 빕 그루망과 미쉐린 셀렉티드는 링크에 있다.
103 Restaurants Shine In The Inaugural Edition Of The MICHELIN Guide Hanoi & Ho Chi Minh City, Including 4 MICHELIN Stars
Hanoi & Ho Chi Minh City make their debut in the MICHELIN Guide with 103 restaurants and eateries recommended, covering over 20 cuisine types.
guide.michelin.com
현지의 반응이 상당히 격렬하다.
![](https://blog.kakaocdn.net/dn/czgJWp/btsi61FMeol/kq1VgIDJkjPjE6oMX3ZAik/img.jpg)
![](https://blog.kakaocdn.net/dn/25121/btsjdBgbgs8/q1uzg6VzGODwh67GwuEF1k/img.png)
![](https://blog.kakaocdn.net/dn/mZFjz/btsi2NCic8t/KdRseFQjGk8HPwklJYVL9K/img.jpg)
진짜 맛있는 식당들은 선택이 안 되서 가격이 오르지 않고, 손님이 몰리지 않아서 기쁘지만
별로인 식당이 선택된 게 기쁘지 않다는 식의 반응.
베트남에 온 관광객의 선택인 것 같다는 식의 멘트.
왜 Bún Bò Huế나 Mì Quảng은 없고 대부분이 Phở냐 등등.
일단 크게 착각을 하는 게 있는데, 이 가이드는 '2023 미쉐린 베트남 가이드'가 아니다.
'2023 미쉐린 하노이 & 호치민시 가이드'다.
하노이는 잘 모르겠지만, 호치민시는 지역적 특색이 아닌 베트남의 보편적 음식으로 Phở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외국인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퍼 집이 많을 수밖에.
베트남인들도 그렇고, 여기에 말들을 덧붙이고 있는 베트남 장기거주자들도 그렇고 자기 개인 기호를 자꾸 미쉐린 가이드에 대입하는 게 문제다.
자꾸 한국 사람들도 분버후에(Bún Bò Huế) 어쩌고 하면서 미쉐린을 맛알못으로 내리치는데,
인스펙터들이 후에를 갔으면 당연히 분버후에가 들어갔겠지......
그리고 미쉐린 가이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미쉐린은 원래 타이어가 주력이고, 자동차 가이드북으로 가이드를 시작했다.
그래서 식당의 별점은 '이동, 여행'과 관련이 있다. 즉, 외지인 기준이라는 거다.
별1개(*) : High quality cooking. Worth a stop!
별2개(**) : Excellent cooking. Worth a detour!
별3개(***) : Exceptional cuisine. Worth a special journey.
미쉐린 가이드 태국 사이트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가치(Worth)"의 부분에서 stop, detour, special journey 등의 단어가 보인다. 1개짜리는 이 식당을 보면 발길을 멈출 만한 것이고, 2개짜리는 경로에 없어도 우회를 해서 들러볼 만하고, 3개짜리는 이 식당을 위해서 특별한 여행을 떠날 만한 것이다.
그리고 빕 그루망(Bib Gourmand)은 프랑스어 단어 뜻에서 보듯 '미식가들의 바이블'이다.
Exceptionally good food at moderate prices가 빕 그루망인데 인스펙터들의 입에 가격을 고려했을 때 음식이 괜찮으면 선택을 받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보통 5가지 기준이 미쉐린 인스펙터들의 심사 기준이라고 알려져있다.
- Quality of products(the ingredients used)
- Mastery of flavour and cooking techniques
- The personality of the chef represented in the dining experience
- Harmony of flavours
- Consistency between inspectors’ visits
베트남 가게들을 많이 경험해보면 느끼겠지만, 다수의 베트남 사람들은 식재료의 퀄리티에 대한 의식이 높지 않다.
그리고 맛에 있어서도... 많이들 느끼시겠지만 아지모토랑 우리의 다시다 같은 '맛내기' 종류의 핫 넴(Hạt nêm)을 엄청 사용한다.
그리고 베트남 요리들은 무슨 정해진 공식이라도 있는 것마냥 요리사의 개성을 느낄 만한 건덕지가 별로 없다. 플레이팅이라도 하면 뭔가 확 올라갈 것 같은데, 요리하는 사람의 개성을 드러낸다... 이런 개념도 거의 없는 것 같다.
즉, 베트남인들은 자신들의 입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미쉐린의 선정은 원래는 님들의 입맛하고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베트남 음식은 요상하게도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처럼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한 급의 음식은 없다.이런 소리하면 다들 '이것도 맛있는데, 이것도 유명한데, 저것도 인기있는데'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다.
아직 미쉐린 스타 식당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빕 그루망은 서울에서 한 번 경험을 해봤다. (정확히는 두 곳이다.)
그때 느꼈다. 이건 현지인들하고 그렇게 잘 맞는 게 아니구나.
나야 음식을 느끼는 혀도 싸구려고, 말을 내뱉는 혀도 저질이라서 먹고 "와 맛대가리 없네."했지만,
나랑 같이 투어를 하고 있던 후배 녀석은 아주 고급스럽게 "어디서 감자랑 순무만 먹다 온 사람들이 골랐나보네요. 허허." 했다.
그래서 그런가 솔직히 미쉐린이 선정했다고 해도 그닥 특별하다는 느낌이 없다.
두 곳 뿐이지만 그래도 빕 그루망이라 그래서 갔는데, 둘 다 별로였으니 말이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랑 주 식재료가 다르고, 소스의 스타일이 다르며물가가 전세계를 놓고 봤을 때 비싼 축에 속한 나라의 사람이 이 가격에 이런 음식 체험을 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면 선정된 이유가 이해가 가기는 한다.
이번 하노이 & 호치민시 가이드도 그렇게 생각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https://blog.kakaocdn.net/dn/cIOp1Q/btsjcVMK8j2/x83zRGxScoGJM9bzn6IAMk/img.png)
미쉐린 가이드의 다음 행선지는 '한국 부산'이다.
결과는 2024년 2월에 공개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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