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가 있는 방이 몇 개 없는데도, 어제부터 계속 시끄럽다.
베트남인들은 남의 사진 막 뿌려대면서 조롱하고 비난하는 게 익숙한 나라라서 그런지,
해당 업체의 대표 사진을 같이 막 뿌려대는 게 별로 좋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자국민들끼리도 잘못된 사람 사진 뿌리면서 욕하다가 난리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무튼 본인이 계약서 일부랑 노동법 운운하면서 열심히 홍보중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 관련 문제가 생기면 도와줄 사람들 천지인데 왜 한국사람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직무는 기본적으로 통역인데 사수가 왜 필요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한국인의 도움을 계속 받고 있는지, 스토리텔링 등이 조금씩 더 정교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둘이 원만히 잘 했으면 좋겠다' 하고 무시를 했는데,
계속 어그로를 끌어서 한 번 나도 블로그에 내 생각을 찌끄려봐야겠다.
1. 법률 상담 사례를 가지고 와서 한국인들을 가르치려고 드는데, 왜 법률가의 조력이 아니라 한국분들의 도움을 바라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정확히는 한국인들이 '약자 프레임'만 잘 씌우면 알아서 싸워주니까 그걸 노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순 없다.
2. 자꾸 노동법 27조 2항을 아래 사진과 같이 한국어로 번역된 걸 가져와서, 수습기간에 언제든 양측이 사전통지랑 보상 없이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3-1. 일단 앞선 법률 상담 사례 공유는 본인 게 아니다. 읽어 보니까 다른 사람의 사례이다. 본인이 9월 11일 수습 만료고, 해당 회사는 세탁세제를 만드는 회사이며, 8월 31일까지 8월 출근 내역을 체크하여(chốt lương) 9월 7일에 월급을 지급하는 식이다. 본인이 9월 11일인데, 전화를 걸어서 9월 7일에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9월 7일에 월급 자체를 지불을 안 한 것이다. 일부만 지불했거나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직원들은 다 받았는데 나는 못 받았다이다.
3-2. 그런데 온갖 카카오톡 오픈챗방에서 한국인의 협조를 바라는 이 사람은 2주일 동안 일을 한 후 마지막에 급여를 정산 받았다. 단지, 원래 다른 일일통역을 구하는 데 든 비용 230만동을 제하고 급여를 지불받았다는 것. 그래서 공유한 사례랑 아예 맞지 않다. 왜냐하면 공유한 사례는 언제부터 일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1달 이상 급여일까지는 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습 만료까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고. 또한 아예 받은 게 없다. 이 점에서 아주아주 다르다.
4-1. 수습기간 중 노동자가 취할 수 있는 권리 어쩌고 하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법률상의 '노동 계약'에는 사용자측의 권리와 의무, 노동자측의 권리와 의무가 다 들어가 있다. 노-사의 양측, 그리고 권리-의무의 양측, 이렇게 4가지가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4-2. 근거로 들고 있는 노동법 27조 2항은 어떤 조항일까? 이 조항은 노동법 35조~41조의 '일방적 계약 종료'에 따른 권리와 의무 등등의 복잡한 조항을 양측이 면책받을 수 있는 조항인 것으로 보인다. 짧은 형태, 그리고 양측의 선택에 관한 문제가 걸려있는 수습(Thử việc)에는 이렇게 복잡한 부분을 전부 면제해주겠다는 거다.
4-3. 27조 2항의 내용은, 이걸 쳐다보면서 서로 따지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를 묻지 않겠다는 말이다. 해당 경우는 노동자가 일방적 계약 종료를 통보한 것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35조~37조를 꼼꼼히 따져서 노동자에게 배상을 요구해도 면책된다는 이야기인 것. 수습이기 때문에 유연함을 강조한 것이다.
5-1. 지금 이 글을 공유한 사람의 실수는 뭘까? 대표의 얼굴을 공개했네, 말을 개X같이 하네... 뭐 이런 류들 말고. 물론 내가 법률가는 아니지만, 일단 이 사람이 법 조항을 들먹이며 타인을 가르치려고 들길래 나도 한 번 생각을 해보았다. 3가지 점만 이야기를 하고 대충 끝을 맺어야겠다. 김밥 말러 가야 해서.
5-2. 첫 번째는 다른 법률 조항 전체를 놓고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27조 2항 한 줄만 가지고 본인이 알아서 살을 붙여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여기는 그냥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고, 'Bồi thường'에 책임이 없다는 것 말고는 없다. 해당 내용이 '법률'의 조항임을 감안했을 때 배상이라고 번역하는 'Bồi thường'이 법리적으로 어떤 단어인지를 알아야 한다.
5-3.일단 법률과 정책에 관한 정부 사이트에서 해당 용어의 법리적 해석을 찾아보았다(https://cspl.mic.gov.vn/Pages/TinTuc/tinchitiet.aspx?tintucid=138357)
내가 이걸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제일 중요하게 느낀 것은 'đền bù'를 어떻게 보냐는 것이다. 사측에서 '너가 갑자기 퇴사를 해서 우리가 급히 통역을 고용하느라 돈을 썼으니, 돈을 내'라고 한 게 아니라 '급여에서 그 부분을 제하고 줄게'라고 했다는 점이다. 이걸 법리상으로 'bồi thường'을 한 걸로 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đền bù는 기본적으로 받아야할 것에서 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쪽에서 지불해야하는 개념이라서.
5-4. 특히, 해당 수습 계약서에서 급여에 해당하는 부분이 없다보니, 정확히 수습 기간 월급이 얼마이고, 총 얼마를 받아야하고, 230만동을 제하고 나면 얼마를 받았는지를 알 수 없어서 더욱 판단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받아야 하는 금액에서 공제한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다툴 여지가 충분히 보일 것 같아서.
5-5. 두 번째는 현재 수습 계약상 급여가 얼마이고, 만약 정식 노동계약을 체결했을 경우 급여가 얼마일지에 대한 것이다. 수습 시 급여는 정식 노동계약에서 최소 8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이 바로 앞쪽에 있다. 그런데 만약 230만동을 제하고 받은 2주치 급여가, 정식 노동계약을 했을 경우 통역원이 받는 급여를 가지고 2주일치를 따졌을 때 80% 이상이 되면 사측이 유리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5-6. 마지막으로, 본인이 끌고 들어가고 싶은 싸움은 '급여'를 부당하게 공제당했다인데, 논점은 급여인데 왜 자꾸 계약 해지에 관한 부분을 들고 와서 남들에게 가르침까지 내려가며 쉐도우 복싱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27조 2항은 '당신은 수습 노동자이기 때문에 굳이 어렵게 계약을 취소하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하세요. 보장해드리겠습니다'인 거고, 본인이 부당하게 급여를 덜 받았다고 말하려면 노동법 4장의 급여 부분을 들고 와야지. 본인 사례에 맞지도 않는 다른 사람 사례 들고와서 읽어보세요 어쩌고 하는 것도 웃긴다. 차라리 주장을 하려면 94조(급여 지불의 원칙) 2항을 들고 오는 게 유리했을 텐데. 이거 법률가한테 상담만 잘 받아도 알려줄 텐데? 차라리 싸울 거면 그 조항 들고 와서 법적인 투쟁을 해야지 ㅉㅉ
내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không được ép buộc người lao động chi tiêu lương vào việc mua hàng hóa, sử dụng dịch vụ của người sử dụng lao động hoặc của đơn vị khác mà ngưởi sử dụng lao động chỉ định. 에서 볼드 처리를 한 부분이다.
이걸로 밀고 가는 게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되지도 않는 조항 하나 질질 물고 늘어져서 남들을 가르치려고 드니까 나도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 처음에는 '둘이 잘 좀 하지 ㅉㅉ'이었는데, 이제는 이 통역 측을 더 불신하게 된다.
어...어...어?? 잠깐만!
6-1. 어.... 마무리 하기 전에 27조 2항을 다시 한 번 읽었는데, 갑자기 해당 조문에서 'hủy bỏ hợp đồng'이라는 부분이 확 눈에 들어오네?????
chấm dứt도 아니고 hủy bỏ네? '계약의 취소'.
이러면 hủy bỏ hợp đồng 때문에라도 민사법(Bộ luật dân sự)을 봐야 하잖아.
아 ㅅㅂ 계약과 법률 조항을 자기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줄 아는 분 하나 때문에 내가 이거까지 다시 봐야 하다니...
어휴. 김밥부터 싸고 마무리 해야 할 듯.
6-2. 내가 베트남에서 법대를 안 다녀서 모르겠다. 그런데 아마 베트남 역시도 노동법은 민법에 기초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을 기초로 하니까. 노동법 27조 2항의 원문에는 양측이(mỗi bên) <계약 취소(hủy bỏ hợp đồng)>를 할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다. 이걸 이제 봤네;;; 이러면 말이 약간 달라지겠는데.
6-3. <계약 취소>. 한국에도 법률상 계약 파기는 해제, 해지, 취소 등으로 나뉘는 걸로 알고 있다. 베트남 민사법 소목(Tiểu mục)3부터는 '계약 수정(sửa đổi hợp đồng)', '계약 종료(chấm dứt hợp đồng)', '계약 취소(hủy bỏ hợp đồng)'으로 쭉쭉 이어진다. 노동법 볼 때는 아무 생각없이 chấm dứt이랑 hủy bỏ를 구분을 안 했는데... 마무리하기 전에 조문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생각났다.
민사법 422조 4항에는 계약이 '취소됨(bị hủy bỏ)', '일방적으로 종료됨(bị đơn phương chấm dứt thực hiện)'을 계약의 종료에 포함을 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취소'하고 '일방적 종료' 이 2가지는 법률상으로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6-4. 일단 노동법 27조 2항에서 양쪽이 사전통보나 배상 없이 계약을 '취소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법률상 노동계약(hợp đồng lao động)도 계약(hợp đồng)의 한 범주로 봐야 한다. 만약 hợp đồng lao động이 일반적인 hợp đồng이랑 다르다면 노동법 앞부분 용어 설명에서 'hợp đồng lao động'을 따로 정의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없다.
노동법 3조 '용어 해설'에는 'Người lao động', 'Người sử dụng lao động', 'Tổ chức đại diện người lao động tại cơ sở', 'Tổ chức đại diện người sử dụng lao động', 'Quan hệ lao động', 'Người làm việc không có quan hệ lao động', 'Cưỡng bức lao động', 'Phân biệt đối xử trong lao động', 'Quấy rối tình dục'이 전부이다.
6-5. 민사법 428조인 일방적 계약 종료 실행이 따로 구분이 된다. 그렇다면 지금 저 한이라는 여성은(계약서 상에 미들네임이 Thị인 것으로 봐서는 여성이다) 노동법 27조 2항을 들어서 본인이 '계약을 취소'했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면 '계약을 취소'했을 경우의 '결과'가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본인의 모든 행위를 노동법 27조 2항에 근거하고 있으니까. 계약 취소의 결과에 대해서는 민사법 427조에 나오고 있다.
민사법 427조 1항에 따르면, (1) 위반 사항에 대한 처분, (2) 손해배상, (3) 분쟁 해결에 관한 합의사항 이렇게 3가지를 제외하고는 계약 체결시점부터의 계약 효력이 사라지고, 양측이 합의한 의무사항을 실행할 필요도 없어진다.
6-6. 그러면 노동 계약이든, 수습 계약이든 수습 기간 동안에는 '계약 취소', 즉 원천 무효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고 배상 책임이 발생해도 없던 것으로 만들어주겠다는 게 전부인 건데. 월급을 정식 계약의 80% 이상이니 뭐니 이런 것도 '계약'이 있어야 먹히는 말이지 취소가 되서 효력이 없는데 무슨 놈의 계약? 본인이 당당하게 올린 '계약'이 아예 효력이 없는 게 되는 거라니까? 효력도 없는 계약서의 월급을 왜 달라고 하는 거지? 살아 있을 수 있는 조항은 오로지 '위반 사항에 대한 처분', '손해배상', '분쟁 해결' 뿐이고 양측의 의무사항은 모조리 실행하지 않아도 그만인디? 그래서 본인도 계약의 의무사항인 기간과 본인 업무를 안 지킨 거잖아?
7-1. '부당'이라는 말은 이미 효력이 없어진 계약을 본인의 의무사항은 안 지켜도 되지만, 상대방에게는 무조건 지키라고 하는 걸 부당하다고 하는 거고... 자발적 노예 운운하던데, 왜 본인은 남에게 월급을 받으면서 자발적 노예 노릇을 하려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타인에게 베트남 법률 강의도 하는데, 법에 자신이 있으면 법으로 싸우고, 노예가 싫으면 남에게 돈 받고 일하지 말고 알아서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면 된다.
7-2. 심지어 본인이 사례로 든 법률 상담도 월급을 주는 날에 그만뒀다. 월급날 아닐 때 일방적으로 그만두면 문제생길 거라고 생각한 듯. 그게 아니면 9월 11일까지 다니나 별반 차이가 없는데 말이지... 월급이 들어온 걸 보고 다음날에 그만두든가 11일까지 다니든가 하지 참... 자기랑 완전히 다른 사례에 심지어 멍청함까지 돋보이는 사례를 가져와서 법률 강의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참 안타깝다.
7-3. 물론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법질서가 잘 확립된 나라라면 지금 내가 법 조항 하나하나 따져가며 맞추는 게 의미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어 본 이 나라는 그런 나라도 아니고...
8. 만약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전략을 수정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노동법 27조 2항 운운하면서 본인이 계약취소를 주장하는 멍청한 소리 집어치우고. 일단 급여를 지불받았으니 상호합의로 계약을 종료한 걸로 하고, 급여 지불에서 양측의 합의없이 사용자 측에서 자신들이 사용한 서비스(dịch vụ) 비용을 본인의 급여에 청구를 했다고.
뭐, 내 글을 내 아내 말고는 누가 읽겠냐만은.
+ 나도 취직하고 싶다 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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