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패배하고 나서부터 오늘 오전까지 줄곧 베트남 내 여론들을 살피고 있는 중이다.
사실 박항서 감독의 퇴장이 예정되어 있을 때부터 아쉬움은 가득했지만, 팬들 역시도 '이별의 때가 왔다'는 생각들을 하고는 있었다.
한국은 박항서 감독님이 이끈 대표팀의 몇몇 성과들을, 너무나도 과하게 국뽕을 치사량 이상으로 들이부어서 반응을 했지만 사실 베트남 국민들은 딱 성과만큼의 반응만 했다고 보면 된다.
이걸 또 뭐 박항서가 베트남에 어떻게 해줬는데, 배신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걸 보면 참 기도 안 찬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오늘 오전에 유튜브를 잠깐 켜니까, 알고리즘이 또 온갖 국뽕튜브들의 '박항서를 다시 데려와라' 드립들로 가득 찬 걸 보았다. 역시나...
그런데 베트남 내에서는 그런 반응들이 별로 없었는데.
어차피 동남아시안 게임은 U22가 치르는 경기이고 축구는 전체 종목들 중 일부라는 점, 박항서 감독의 후임이 되면서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굉장한 부담을 진다는 점, 인도네시아 등의 전력이 상승했다는 점 등등 때문에 우려를 안고 시작했던 거였다.
우리나라가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적이 많다고 해서, 그게 매 시즌 금메달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었던 것처럼 베트남의 반응도 딱 그 정도던데.
그리고 오늘 아침에 확인한 몇몇 언론들의 논조도 딱 이 정도?
그냥 '굉장히 비싼 값을 치른 패배', '인도네시아가 잘했기 때문에 질 만한 경기였다'.
또한 페복에서 본 여러 댓글들도 결승골을 먹히는 장면에서의 수비수들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선수들이 어리고 미숙하다', '약했다' 등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사실 박항서 감독님이 성인 대표팀들을 맡던 당시 U19를 맡고 있던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었기 때문에 지금 이 선수들을 쓰는 데는 필립 트루시에만큼 적임자도 없다.
박항서 감독님이 초반에 고전하던 당시에 팬들과 여론의 뭇매를 두들겨 맞았지만 계속 신임을 한 덕에 성과를 이루어낸 걸 겪었기 때문에, 베트남 내부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과격한 언론들과 팬들이 필립 트루시에의 축구가 베트남이랑 맞지 않는다, 다른 감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박항서 감독님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까지 가는 의견은 극소수에 가깝다.
그나마 있는 댓글들도 '박항서 감독님이 그립다' 정도 수준. 마치 우리나라도 파울루 벤투 감독이 월드컵에서 어느 정도 보여줄 거 보여주고 클린스만이 오니까 갑자기 '벤버지 ㅠㅠ'하는 댓글들이 늘어났던 거랑 비슷한 느낌. 그리고 우리가 2002년의 성과 이후에 계속 분위기가 안 좋고 감독들도 계속 죽을 쑤니까 일부 팬들이 히딩크를 언급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히딩크를 데려와도 똑같은 성과를 낼 수는 없다는 걸 속으로는 다 알고 있던 거랑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내가 봐도 그렇다. 2018~2019년 절정기였을 때 베트남 축구는 그래도 뭔가 '기세'라는 게 있었는데, 2020년 들어오면서 그게 푹 꺾이는 게 체감이 되었다. 작년 동남아시안 게임이야 원래 이제 코로나의 공포에서 막 벗어나서 크게 열리는 경기를, 베트남의 심장인 하노이에서 여는데 이걸 진다고? 이런 느낌이 강했던 대회였고,
그거 말고는 박항서 감독님이 계셨어도 베트남 축구는 약간 침체의 분위기다, 하는 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그냥 오늘 드는 느낌은
'국뽕이야말로 진짜 돈이 된다'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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