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말에 대한 생각
점점 때가 다가오면서 머리속에는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오늘 내 마음에 조그마한 위안이 되는 말을 들으면서 알게 된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 아프리카 격언.
한국어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고 육아 관련된 여러 글들에 이미 많이 인용이 되었다.
내가 진짜 아는 게 없구나를 또 한 번 느끼게 된다.
아무튼 조금 더 고민을 해보기 위해, 여러 자료들을 읽어보려고 구글링을 하는데...
워낙 유명한 말이라 엄청 많은 글이 있는 건 이해가 가지만...
이 말의 기원이 불분명하다는 게 결론이던데 '나이지리아'라는 나라를 구체적으로 박은 글 같은 건 애교였다.
진짜 최악의 '단장취의'를 한 글을 하나 읽게 되어서 착잡하다. 구글링을 하지 말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할 정도로.
그 글의 첫 파트에 나온 문구부터 참 뭐 같았는데,
뭔가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토대가 달라서 차용을 조심해야 된다는 말과 함께 그럴듯하게 '삼단논법' 운운,
글의 논리를 어떻게튼 보강하려고 추가를 하면서, 영문판 위키를 가져왔지만 자기가 이미 정해 놓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에 맞춰서만 글을 전개를 하고 있었다.
모든 말들은 사실 '단장취의'가 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원의를 훼손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었는데, 최근에는 '단장취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단장취의도 제대로 된 거여야 반발심이 안 생기지, 이건 뭐...... 인사이트도 없고.
아프리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편견을 사실과 진실인양 때려박고,
자기 머리속에서 전개된 그럴 듯한 논리들을 기정사실로 바탕에 깔고 그 논법이라는 걸 전개를 한다.
내가 대학을 헛다녀가지고 그런데...이게 무슨 논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추가적인 것들을 덧붙여놓았는데,
구글링해서 찾아본 위키의 자료를 가지고 왔더라 나름. 그런데 해당 예시들 중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랑 최대한 가까운 것만 골라가지고 내용을 전개했다. 또한 어떻게든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비슷한 속담'이라며 다른 말을 가져왔는데... 그 말은 맥락이 하나도 안 비슷하던데?
우리 입맛대로 가져오지 말자는 게 필자의 결론이었는데, 본인은 전체적인 구조를 자기 입맛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짜놓았다.
그래서 나도, 내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최대한 있어보이게 써보기로 했다.
앞으로 우리 꼬미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 고민도 하고, 띠엔이랑 추후에 나눌 이야기들도 정리를 하는 겸해서.
(원래는 "꼬미 아빠로 살아가기" 카테고리의 시작글은 다른 거로 할 생각이었는데, 어쩌가 갑자기 꽂혀가지고......ㅠㅠ)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아이를 키우러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힐러리 클린턴의 저서인 "It Takes a Village"를 통해 유명해진 말이다. 고스트라이터 논란이 있지만, 그건 여기서 언급할 건 아니고.
아무튼 이 책을 관통하는 이 말은 저자인 힐러리 클린턴이 가져다 쓰긴 했지만 그 '구체적인' 기원이 밝혀지지 않았다. 그저 '아프리카의 문화'라고만.
이 말의 어원에 대해서 찾으려는 시도들이 쭉 있었고 2016년 NPR에서 기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내가 읽었던 글에서 It takes a village의 위키피디아 영문판을 사용했다.
NPR의 결론은 구체적인 기원을 핀포인팅할 수 없다, "우리도 모르겠다."였다.
"아프리카"의 격언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최대한 유사한 격언들을 찾았고 그렇게 나온 것이 한 4가지 정도 된다는 것이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의 근원이 될 만한, 최대한 가까운 것들.
보통은 마지막 스와힐리어의 문구로 이야기를 하던데, 그 포스팅은 4가지 중에서 굳이 반투족의 언어라는 Kihaya로 된 문구만 딱 집어서 그걸 가지고 생각을 풀어냈다. 흠...
아동복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힐러리의 책은 접어두고,
실제로 이 격언이 사용되던 것일까? 진짜로 문화를 반영하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진짜 이 격언의 근원인 '아프리카'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연구자가 아니라 직접적인 연구를 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구 선생'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검색을 통해 읽어 본 "Quora"의 글.
첫 번째 등장한 "Billie Howard" 님의 글을 읽어보았다.
일단 확실히 아무도 이 격언의 구체적 기원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중간에 "I am from South Africa"라는 말이 확 들어왔다.
기원에 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도, 한국 출신 사람이 하는 말보다 남아프리카 출신 사람이 하는 말이 더 신뢰가 가지 않겠는가?
"김치에 대해서는 침착맨에게 묻지 마라"는 말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김치 문화권"에서 자란 침착맨이 다른 외국인보다는 김치에 대한 지식과 느끼는 바, 들은 바가 더 많은 것처럼.
각설하고,
답변자는 이 문구의 의미를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 속에서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라는 의미이지 공동체 전체가 나서서 당신의 아이들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본인이 이 문구를 보고 '본토 사람으로부터 나온 게 맞구나'하는 걸 느꼈던 이야기를 덧붙였다. 본인이 '남아프리카' 출신이라는 것과 함께.
모든 부모들과 어른들이 안 좋은 짓을 하는 애들에게 '훈육'을 하는 걸 주저하지 않으며, 굉장히 엄격하다는 것.
그리고 부모 역시도 다른 부모들이 자신들의 양육을 도와주는 이들의 역할을 반긴다는 것.
직접 들어가서 전체 단락을 읽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에 링크를 걸겠다.
(마지막 부분은 개인적으로 공감을 할 수 없는 부분이었지만)
Where does the phrase "It takes a village" come from?
Answer (1 of 35): Hey, Luis. Thank you for your question. Let’s have a look at it. Where does the phrase "It takes a village" come from? I had no idea, so I had to look it up. Apparently this truism,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is an Africa
www.quora.com
내가 느낀 것은 말 그대로 '주변 환경'이다.
부모가 여러 사정들로 아이가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아이 역시도 부모의 눈길 밖에서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이라는 환경이 아이의 탈선을 막는 데 적극 개입을 할 수 있고, 그게 용인되는 사회라는 것.
우리 역시도 다른 사람들의 자녀에 대해서 그러한 책임을 같이 짊어져야 한다는 것.
주변 환경 자체가 건전하고 안전하여, 아이가 잘못된 길로 빠지는 걸 막아준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답변자의 글을 보면서, 『大學』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구가 떠올랐다.
"十目所視, 十手所指, 其嚴乎!"
그런데 한편으로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느낀다.
2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 현대 사회에서 같은 공동체에 오래 거주해도 서로 모르는 관계가 많은데, 갑자기 내 아이한테 뭐라고 그러는 걸 보면 내가 가만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게 정당한 내용이라고 해도?
둘째,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 환경'이란 무엇일까?
첫째는 내 감정과 성격의 문제에 가깝다. 나의 수양이 필요한 영역. 감정이 조금만 올라와도 눈알부터 뒤집는 내가 이성적이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째는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 환경'라는 이상적인 환경은 무엇이고, 그게 실현될 수 있을까하는 원론적인 이야기다. 베트남 사회는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아무래도 아직 농촌공동체적인 경향이 강하다보니 서로가 관계를 할 수 있는 형태이긴 하다. 하지만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인가 하는 데에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을 듯.
베트남에 "Trẻ con mà, có biết gì đâu?"라는 말이 유행을 했다(아니, 정확히는 아직도 하고 있는 중).
'Trẻ con mà, có biết gì đâu’: Sự ngụy biện hay giáo dục thất bại?
Câu chuyện đứa trẻ làm đổ nước vào laptop của người lạ ở quán cà phê hay đánh đập mèo, thay vì khiển trách con mình, phụ huynh nói 'trẻ con mà, nó có biết gì đâu' gây ồn ào trên mạng xã hội.
thanhnien.vn
짧게 요약하자면,
애가 무슨 짓을 하거나, 무슨 실수나 잘못을 해서 누가 뭐라고 한 소리만 해도
아이 부모가 나서서 "애가 뭘 안다고 그래욧!!"하는 게 요즘 베트남의 세태라는 것.
실제로 많이 느꼈다.
부모가 애들 방치해놓고, 애들이 개판을 쳐도 안면몰수하고 있는 거를.
또 느꼈던 건, 그게 어느 지역이나 환경이냐에 따라서 패턴이 좀 다르다는 것.
내가 호치민 시 2군에 있을 때는, 애들을 방기해놨던 부모들도 뭔가 문제가 생기려고 하거나 눈초리를 받으면 바로 애들을 제지하고 붙잡아둔다.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애들을 따끔하게 가르치거나.
그런데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걸 거의 못 느꼈다.
갑자기 우리 어머니의 사례가 떠오른다.
외식하러 나가서 가만히 테이블에 앉아 있으라고 해도 말을 안 들으면 그냥 그 자리에서 계산을 마치고 집에 가버리시는 훈육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