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216. 1만보를 위해 냐짱(나트랑) 시내까지 걷기 (바다포차 도전 실패 / 오랜만에 Chè Cung Đình Huế / AB타워 육몽에서 저녁 식사)
<1>
우리 부부 둘 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 다 원래 활동력도 부족하고,
운동도 싫어하다 보니
건강을 위해 실천할 만한 것이 없을까 하다가
하루 만보 채우기를 하기로 했다.
만보가 생각보다 채우기 힘들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아내가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본 광고,
Vân Đồn 길에 새로 생긴
'바다 포차'라는 곳을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포차이기는 하지만,
그냥 간단하게 요기 정도 할 요량으로
늦은 점심 시간에 출발을 했다.
해변에 어울리는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처음 광고를 접하고
구글맵을 확인했을 때는 영업시간이 오전 11시인가부터로 되어 있었는데
분명 그랬는데...
오늘 14시 30분쯤 도착을 했더니
직원이 16시부터 한다고 그랬다.
구글맵을 다시 확인해보니
우리 부부가 헛걸 봤던 것인지
영업시간이 16시부터로 되어 있었다.
행동력 부족한 우리 부부에게는 청천벽력이다.
아마 다시 도전해보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쩝.
아쉽네.
하긴.
가게 이름이 포차인데
처음 영업시간이 11시부터라고 했을 때부터
'점심 식사 손님을 받나?'하는 의문이 들긴 했지.
<2>
큰맘 먹고 번돈 길까지 걸어서 왔는데,
이대로 다시 집에 돌아가는 건 아닌 듯하여
그냥 무작정 시내 방향으로 걸었다.
우리 둘 사이에 하린이가 아직 등장하기 전에는
Nguyễn Thị Minh Khai길 끝까지,
예원 있는 곳까지 정도는 그냥 같이 걸어다녔는데
이쪽 라인을 걷는 것도 오래되었구나 하면서
그냥 쭉쭉 걸었다.
그 사이 하린이는 날씨도 적당하고
유모차에 실려서 덜컹거리는 길을 가다 보니
피곤해져서인지
오랜만에 낮잠을 잤다.
요즘 낮잠을 아예 생략을 해서 좀 걱정했는데
밖에 오니 잘 자네.
Vườn Xoài 쪽 사거리를 지날 때
하린이가 푹 잠든 걸 보고
잠깐 쉬어갈 겸 째(Chè)를 먹기로 했다.
여기 째도 진짜 오랜만에 먹는다.
확실히 Phước Hải 쪽으로 이사오고 난 다음부터
우리 부부의 생활이 완전 뒤바뀌긴 했네.
우리 부부는 둘 다 모둠 째[Chè thập cẩm]를 주문했다.
토핑이 다양하게 놓여있는 걸 보면
둘 다 선택장애가 세게 걸리니까
그냥 깊게 생각하지 말고 바로 모둠으로~
여기는 자리에 앉아서 먹으면
이런 유리잔에 내용물을 담고,
부순 얼음을 플라스틱 잔에 따로 담아서,
먹고 싶은대로 넣어서 먹도록 해준다.
한 잔에 1만 5천동~
딱 입가심 삼아 먹기 좋은 간식이다.
<3>
뭔가 목적을 가지고 나온 게 아닌지라
정처없이 이곳저곳을 떠돌다가
광장에서 diều[베트남 연]을 팔길래
하린이를 사주었다.
연날리기에 꽂혀서
온힘을 다해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
우리 부부의 식사는 대충 넘겨도 상관 없지만
하린이 식사가 제일 걱정이었다.
집에 있는 식재료 로테이션도 이미 돌릴 대로 다 돌려서
이번에는 뭘 해줘야 하지 고민하면서
AB타워에 화장실을 들렀다.
장난 삼아 하린이한테 '오늘 저녁에 뭐 먹을래?' 했는데
하린이가 갑자기 '비, 비' 라고 했다.
처음에는 그냥 웃어 넘겼지만
그 다음부터 참 요상한 일이 일어났다.
훙브엉 길 쪽으로 나가서 마트라도 들렀다 가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하린이가 자꾸 다시 AB 타워 쪽으로 들어가자고 떼를 썼다.
그래, 알았어 하린아 하면서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 밖으로 나가자고 손짓을 하고.
뭐지 싶어서 Henry하고 육몽 사이 통로에 서 있었는데
하린이가 자꾸 육몽 쪽으로 손짓을 했다.
설마 싶어서 헨리 방향 쪽으로 해서 걸어가려고 하니
계속 육몽 쪽을 손짓하고,
육몽 앞쪽에 그냥 하린이를 안은 채로 서 있으니
계속 외부 테이블 쪽으로 손짓을 하면서
저기에 앉자는 태도를 취했다.
헐...
우리 부부는 벙진 채로 테이블에 앉았다.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하린이의 의사 표현으로 식당을 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항상 지나가기만 하고,
한 번도 식사를 안 해본 가게가 될 줄이야.
여기 육몽은 하린이가 태어나기 전에 한참 공사를 시작하는 걸 봤고,
닥락에서 하린이를 출산하고 냐짱에 돌아오니 오픈을 해있던 걸 봤었던...
말하자면 꽤 오래된 축에 속하는 가게이다.
그런데 우리가 AB타워 올 때마다
손님이 있는 걸 본 게 손에 꼽을 정도라
'곧 접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까지도 꾸준히 살아남아 있다.
우리 부부도 그게 궁금하긴 했지만,
이상하게 발길이 끌리진 않았기에
이번이 첫 방문.
하린이가 먹을 수 있는 걸 골라야지... 하다가
돼지고기 모둠 세트 하나와 계란찜에 아무 양념도 넣지 말아 달라고 주문을 했다.
본인 수저에, 물컵까지 어서 세팅을 해달라고 재촉한 하린이~
자꾸 짠맛이 강한 파래김 무침을 노렸고,
나는 디펜스하기 바빴다.
그래도 AB타워를 많이 왔다갔다 했는데,
이 자리에 앉아서 헨리랑 미카도 스시 쪽을 바라보는 건 처음이네.
우리 부부가 확실히 활동력이 부족해서 그런가,
냐짱에 거주만 하고 있지
안 해본 게 너무 많다 ㅋㅋㅋ
이렇게 앉아 있으니 Henry 주인 아저씨가 지나가다가 나를 보고 인사를 했다.
아마 하린이가 기억에 남으셔서 그러신 듯.
베트남에 상당히 로컬화가 잘 된 한식 중 하나가 바로
한국 스타일의 고깃집이다.
Korean BBQ restaurant이라고 써있지만
'한국 음식'이라는 원형을 아예 잃어버린 가게들도 있고
꽤나 비슷한 가게들도 많다.
타겟 고객층을 '베트남 현지인'으로 잡으면
아무래도 주고객층의 입맛에 맞게 변형되는 부분들이 꽤 있다 보니,
로컬화된 한국식 고깃집들을 다니면
'이런 부분이 한국이랑 좀 다르구나', '이게 가게 주인의 입맛에 더 맞는 건가?',
'이런 식으로 세팅을 하면 한국인들은 신경 많이 쓰이는데 베트남 고객들은 다른가?',
'이런 맛의 양념을 추구하네' 등등
탐구 아닌 탐구를 하면서 식사를 하는 묘미가 있다.
냐짱의 북쪽 지역에서는 므엉탄 빙찌에우 근처의 '고기 구이(GOGIGUI)'라는 가게가
가격도 나쁘지 않고, 고기도 괜찮아서
베트남 스타일의 묘미를 느끼면서 식사하기 괜찮았는데
이번에 냐짱 남쪽 지역에서도
그런 로컬라이징 코리안 비비큐 집을 찾은 것 같다.
게다가 생각보다 고기가 부드러워서 깜짝 놀랐다.
우리 부부가 느낀 것처럼, 우리 하린이도 똑같이 느꼈는지
평소 다른 가게에서는 고기가 잘 안 씹히니
몇 점 씹고 내버려 두었는데
여기서는 고기를 계속 흡입했다.
다만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은
흠 뭐라고 할까
꽤 오래된 곳인데도 약간 어수선하다고 할까...어설픈 느낌이라고 할까...
관리자급에 한국인이 있는 집과 없는 집에는
정확하게 표현은 힘들지만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차이가 있다.
이 집은 딱 그게 느껴지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