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야기] 학부모들에게 자기가 쓸 노트북을 사 내놓으라는 간 큰 교사
우리 하린이는 아직 두돌조차 안 되었음에도,
우리 부부가 베트남 생활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보니 베트남의 교육 환경에 계속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어린이집도 3살 무렵에 보낼 생각을 하고 있어서 먼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하루가 다르게 하린이가 쑥쑥 크는 느낌을 받다 보니, 초등학교 입학도 금방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데 워낙 베트남 학교들의 어두운 면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지
걱정부터 앞서고 있다.
아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 예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접했던 관련 기사와 페북 포스팅들.
그리고 근래에 아내와 안면을 튼, 우리 아파트로 이사 온 어떤 젊은 부부의 큰 아들 전학 관련 이야기 등등...
게다가 9월이 되어 입학과 진급 시즌이 되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에서 잡음이 많이 들린다.
최근 본 포스팅 중 하나는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는 '학급 TV 유지보수비'를 따로 명목으로 빼내어 인당 얼마씩 요구했다고 하던데...
보통은 이런 식으로 '전체를 위한 무언가'를 명목으로 내세우고, 금액 역시 딱 잘라 거절하기도 애매한 수준을 요구하니 다들 짜증은 나면서도 아이에게 불이익이 갈까 봐 최대한 참고 있다.
그런데 최근 기사화가 되어 소란스러운 호치민 시의 한 초등학교 이야기는 교사가 진짜 정신이 돌아버린 게 아닐까 의심이 되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번에 블로그에 저장을 해두려고 가져와 보았다.
해당 기사의 사건이 이슈화된 것은 '개인 업무용 노트북'을 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하는 모델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경악스럽다.
잘로 캡쳐의 상단이 교사가 직접 요구한 내용이다.
해당 스펙은
- 에이서(ACER)의 제품
- Intel Core i5
- GeForce RTX 3050
- 15.6인치 화면
이다.
아니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베트남에서는 9살~10살인 학생들 수업에서 도대체 뭘 하길래 이 정도의 노트북 스펙을 요구하는 거지??
와씨... 나도 지금 일하는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업무용으로 개인 노트북 들고 오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급하게 Masstel 거 교육용 노트북 4백만동짜리 사서 어지간한 작업 잘 하고 있는데. 충격적이다.
궁금해서 Thế giới di động에서 위의 스펙에 해당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이렇게 두 종류가 나왔다. 둘의 차이는 배터리 차이가 전부인 것으로 부인다.
아무튼 1900만동~2000만동짜리를 요구한 것.
그런데 신기한 건 해당 교사가 노트북의 사진과 스펙을 공유하면서 1100만동 짜리라고 했다는 점이다.
중고로 구매를 하나? 아니면 어디서 싸게 구매할 루트가 있는 걸까?
아니면 여기에선 검색이 안 되는 다른 저렴한 모델이 있는 걸까? 뭐지??
학부모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처음에는 4~5백만동 선의 노트북, 그리고 프린터를 사게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 학부형이 작년의 담임이 프린터 구매를 요구해서 사 준게 있다며, 작년 담임에게 연락해 프린터를 돌려 받아서 제공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요구가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학부모들과 교사가 함께 있는 잘로 그룹에서 550만동짜리 회색 노트북 하나, 1100만동짜리 검은색 노트북 하나 이렇게 두 가지 노트북의 사진을 올리더니 자신은 1100만동짜리를 사고 싶다고 요구를 했다고.
그리고 스펙이 나열된 잘로의 아래 부분을 보면 5백만동짜리를 이야기했다가 1100만동짜리를 이야기 해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으니 내가 5백만동을 부담하고, 학부모들이 6백만동을 부담해라... 이딴 소리를 하고 있다.
여기에 과반의 학부모들이 동의를 했으나, 일부는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침묵했으며
극소수의 학부모들은 아예 대놓고 반대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해당 교사는 동의하지 않은 학부모의 아이가 누구인지 캐묻기도 하고,
모두 동의하지 않으면 Đề cương ôn tập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굉장히 짜치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Đề cương ôn tập이란 일종의 기출문제집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 선생들이 시험 기간이 되기 전에, 모든 학생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인쇄, 제본을 해서 나눠준다고 한다.
최근 선생들은 그것마저도 귀찮아서 잘로로 파일 던져주고 알아서 공부하라고 한다던데......
아무튼 이 교사는 컴퓨터 안 사주면 기출 문제 안 줄테니 학부모들이 알아서 복습시켜라, 하는 식으로 나왔다고 한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에서도, '취재가 시작되자......'라는 마법의 문구가 있는 것처럼
베트남도 사건이 크게 불거지면 그제서야 잘못을 시인하네 어쩌니 하는 식의 엔딩으로 흘러간다.
그런데 이렇게 개별 사건들이, 전국적인 이슈가 될 때나 미미한 움직임이 있지
근본 자체가 썩어 있어서 그런지 베트남 교육계는 여전히 신뢰가 안 가고, 또 크게 달라지지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