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일기

230728. 냐짱에서는 한식 배달도 고민을 한참 하고 주문해야겠네...

베트남10선비 2023. 7. 29.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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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짱 그랩푸드에 'KOVI ASIA'라는 이름의 한국 음식점이 있다.
요즘 약간 출출한 감이 있으면 그랩 푸드를 열어서 가게들 별점을 구경하다가 닫곤 한다.
그랩 푸드의 별점은 꽤나 실제적인 반영이 되어 있어서 가차없는데,
그런 그랩 푸드의 별점들을 구경하다보면 식욕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랩 푸드의 가게들을 구경하다가 갑자기 눈에 들어와서 들어가봤다.
사실 2월 말에 여기를 이미 이용해본 적이 있었고,
신경질적이고 예민보스인 내가 귀차니즘 때문에 어지간해선 별점을 남기지 않는데도 별점을 남기게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내 그랩 아이디가 아니라 아내 아이디로 주문을 했었는데,
'아, 이건 진짜 에바인데'하면서 아내 폰을 가져와서 리뷰를 남겼던 기억이 나서
그 이후에 추가된 리뷰들이 있나 하고 리뷰를 읽으러 들어갔더니, 없었던 판매자 댓글이 달려 있었다.

확실히 내가 개진상 손님의 기질이 있기는 한가보다. 내 리뷰 읽으니까 확실히 그렇네. 조심해야지.
그런데 답글 보고 너무 어이가 없다 못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고객님의 실수지만, 저희 쪽에서 체크를 못한 점 사죄드립니다"하는 태도인데 뭐가 문제냐고?
저 '수저 젓가락 체크하는 부분이 있는데요~아마도 고객님께서 확인을 못하신듯 합니다ㅜㅜ' 때문이다.
 

이게 갤러리 보니까 2월 27일로 되어 있던데,
아무튼 그때 찍었던 사진이다. 달랑 이렇게 와서 나랑 아내 둘 다 의심을 했다.
여기 배달 전문점 맞나 하고.
 
브랜드 네임이 'KOVI ASIA'가 아니라 'han cup'으로 되어 있는데, 같은 브랜드다.
원래 '배달K'가 메인인 집으로 알고 있다.
배달K 리뷰랑 평점은 워낙 좋은데, 나는 인심이 후한 한국인들의 평점과 리뷰에 당한 게 많아서 신경을 안 쓴다.
 
원래 배달K를 통해 주문을 해서 먹어 보고 싶었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배달료가 '협의'도 아니고 기본을 25만동을 걸어 놓으셔서 주문할 엄두가 안 났다.
지금은 기본 3만동에 2km 이상일 시 km당 1만동 추가로 바뀌어서 자동으로 계산이 된다. 10만동 언더로.
 
아무튼 아내가 무척 먹어보고 싶어했는데, 25만동의 배달료면... 어지간한 2인 식사비는 되는 가격이라 포기를 했다.
그런데 어느날 그랩을 살펴보던 우리 부부가 '어라? 처음 보는 한국 음식점인데?' 하고 들어갔는데 누가 봐도 han cup하고 같은 구성인 곳이어서 주문을 해본 것이다.
 
이야기가 다른 쪽으로 샜는데,
판매자의 답글에서 '수저 젓가락 체크하는 부분이 있는데요~아마도 고객님께서 확인을 못하신듯 합니다ㅜㅜ' 이게 뭐가 문제나면, '수저 젓가락 체크'가 아니라 '플라스틱 수저 젓가락 체크'기 때문이다.
 

이게 영어 버전인데 "No cutlery"라서 식기 제공 불요라고 생각을 하신 모양이다.
마지막 문장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소에 협조해주신 점 감사드립니다(Thanks for reducing single-use plastic)!"가 이 그랩 정책의 핵심이다.
그랩의 언어를 영어에서 베트남어로 바꾸어 보면 다음과 같다.
 

'플라스틱 식기 안 씀(Không dụng cụ ăn uống nhựa)'으로 플라스틱이라는 게 확 드러난다.
그랩에 이게 적용된 건 꽤 오래전 일이다.
 

2019년 10월 22일부터 플라스틱으로 된 식기를 요구하거나 하지 않거나를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 생겼다.
나도 2020년 2월에 처음 호치민 시에 와서 그랩으로 주문을 할 때 옵션을 보고 '플라스틱 줄이기? 에코 프랜들리?'하고 항상 '플라스틱 식기 사용 안 함'으로 둔 채 주문을 했다.
그런데 거의 90% 가까이 플라스틱 숟가락과 플라스틱 통이 배달되어 왔다.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답변이 대체로 이랬다.
 

  1. 사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옵션이다.
  2. 그랩 푸드에서는 '플라스틱'을 쓰지 말라고 요구하는데, 실제로 플라스틱이 아닌 친환경 식기를 갖춘 식당이 몇 없다. 저 요구를 다 들어줄 수가 없다. 친환경 식기가 있는 식당은 그걸 주고, 아니면 원래 있는 플라스틱 식기를 준다.

 
베트남인들 사이에서도 이 옵션 때문에 꽤나 말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항상 플라스틱 주지 말라고 요구를 하는데도 왜 친환경 식기가 아니라 플라스틱을 주는 걸까. 독해력의 문제일까?" 하는 논쟁의 글이 많았는데, 그 논쟁에 달린 글의 한 꼭지를 가져와봤다.
 

"푹롱 커피처럼 많은 가게들이 그랩 푸드가 종이 상자, 대나무 숟가락, 종이 빨대로 바꾼대로 했지만, 플라스틱 제품에 비하면 비용이 높아서 하루 이틀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Nhiều quán từ khi có grabfood đã chuyển sang hộp giấy, muỗng tre, ống hút giấy như PHÚC Long... Chắc chi phí cao so với đồ nhựa nên chưa thể khắc phục 1 sớm 1 chiều)."
 
그 뒤로 나 역시도 그냥 기본 옵션으로 '플라스틱 식기 요구하지 않음'으로 두고, 플라스틱 식기가 아닌 친환경 식기가 오면 좋은 거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그랩에서도 딱히 가게들에 강제를 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다른 베트남 고객에게도 답변을 한 게 있었다.
아니... 영어버전의 'No cutlery' 때문에 헷갈렸다고 생각했는데, 베트남어 하실 줄 알잖아요...
본인의 베트남어 답변에 모순점이 안 느껴지시나요...
"chúng tôi đã thấy yêu cầu quý khách rằng 'không dụng cụ ăn uống nhưa' trên app Grab food nên chúng tôi đã gửi món ăn không bao gồm muỗng và đũa gỗ(저희는 고객님께서 그랩 어플에서 '플라스틱 식기 사용 안함'이라고 하신 요구 사항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나무 젓가락과 숟가락을 음식에 포함하지 않고 보냈습니다)."
중간에 오타 약간 있는데, 번역기가 아니라 직접 치셨으니까 이런 오타가 생긴 거잖아요... 그럼 베트남어 하실 줄 아는 건데 이걸...
베트남어로 고객에게 답변한 건 답변에 모순점이 보이는데,
한국어는 그게 없고 오히려 고객을 바보 만드는 듯한 답변을 하시네요...
 
괜히 봐가지고 기분만 나빠졌네.
 
다시 생각해보면 나처럼 배배 꼬인 고객 때문에 타지에서 장사하기 참 힘드시긴 하겠다.
더는 시킬 일이 없을 테니 나 같은 진상을 만날 일은 없으시겠지.


 +
방금 전에 아내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해서 텍사스 치킨을 주문했다.
이 브랜드 나름 인기있는 프랜차이즈라는 거 베트남에 계신 분들 아실 것이다.


박스는 원래 그렇다고 치고,
왼쪽 하단에 플라스틱 소스 접시, 플라스틱 나이프와 칼이 보인다.

이번에도 플라스틱 식기 없음으로 보냈다.

당연히 둘 중 하나다.
베트남 사람들은 이 옵션을 무시하거나, 아니면 친환경 식기를 갖춘 게 없어서다.
예전에 사이공에서 랜드마크 지하에서 친구랑 같이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친환경 식기를 따로 구비해놓진 않던데?
이상하게 냐짱에서는 '내가 옳긴 한데, 네가 손님이니까 내가 아량을 베풀어줄게~'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인이든, 베트남인이든...

내가 그때 상추랑 고기 상태를
사진 하나하나 다 찍고 리뷰에 언급까지 했어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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